씨앤앰 원-하청과 노동조합이 30일 해고자 고용, 매각 시 구조조정 금지, 2014년 임금 및 단체협약 등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고 노동조합 찬반투표를 통해 합의안이 통과하면서 씨앤앰 사태가 일단락됐다. 노동조합은 노숙·고공·단식농성을 31일자로 끝냈다.

▲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희망연대노동조합은 31일 오후 씨앤앰 최대투자자인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고 농성 해제를 선언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이종탁 위원장은 “이제 씨앤앰지부와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가 현장으로 돌아간다”며 “이번 승리는 노동자를 더 이상 건드릴 수 없고, 씨앤앰의 진짜 주인은 노동자라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900만 비정규직이 눈물 흘리지 않는 사회, 가입자와 함께 케이블방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SK, LG, 쌍용차, 스타케미칼 같이 억압받고 핍박받는 노동자와 함께 하고, 저 건너편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씨앤앰 정규직 노동조합인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의 김진규 지부장은 “차디찬 바닥에서 노숙을 하고, 두 동지를 지키기 위해 전광판 기둥 아래서 벌벌 떨면서, 괴롭고 힘들어도 ‘이기겠다’고 다짐했고, 사회적 연대로 결국 승리했다”고 말했다.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김영수 지부장은 “아파도 힘들어도 버텼고, 그래서 이 승리가 가슴과 머리에 각인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싸움의 승리는 옆에서 뒤에서 앞에서 엄호해준 사회적 연대과 우리의 요구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조합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 전광판에서 내려오기 전, 구호를 외치는 임정균 강성덕씨의 모습.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과 취재진은 크레인을 타고 전광판에 올랐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이날로 50일째 프레스센터 앞 서울신문 옥외광고판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임정균씨는 내려오기 직전 집회 참석자에게 “지금 여러분이 앉아 있는 곳은 씨앤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지켜야만 했던 전쟁터”라며 “임단협 파업투쟁 205일, 노숙농성 177일, 고공농성 50일, 단식 10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국회의원 농성 6일 만에 (땅에 내려가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피투성이가 되도 자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의식 있는 시민과 지역단체가 찾아와 우리 소식이 알려졌고, 기자들도 기사를 써줬다. 정치적 압박이 결국 자본의 무릎을 꿇렸다. 이것이 연대의 힘”이라고 말했다.

임정균씨는 이어 “이것은 승리의 일부고, 이제야 첫 단추를 꿰었다”며 “지금도 노숙 중인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가 있는데 발 뻗고 잘 수 있나. 이제 시작이다. 실천으로 보여주자. (굴뚝 농성 중인) 스타케미칼과 쌍용차에도 연대하는 시간을 만들자. 노동자가 믿을 것은 동지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소속 지회 이름을 연이어 부르며 “동지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해고자 전원 현장으로 돌아가자’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켰다. 현장으로 돌아가서도 끝까지 투쟁하고 일도 열심히 하자”고 말했다.

강성덕씨는 “민주노총 산하 모든 노동조합 동지들에게 고맙다”며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온 시민들, 우리 아픔을 모두의 아픔으로 보듬은 종교계, 비정규직 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게 고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그러나 “대한민국은 지금 모든 법이 자본과 권력을 향하고 있다”며 “지금도 투쟁 중인 동지들에게 연대하고 2015년도 그렇게 싸워나가자”고 말했다.

▲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지지난해 12월 일하는 시민 다섯 분이 목숨을 끊어 장례식장에 있었고, 지난해 12월에는 두 분의 삼성전자서비스 기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거리에 있었지만, 올해 12월 씨앤앰 싸움의 승리는 일하는 시민들에게 커다란 힘이 될 것”이라며 “이기는 것이 ‘진보’고, 바꾸는 것이 ‘개혁’이고, 정의를 지키는 것이 ‘정치’인데 여러분을 보며 배웠다. 여러분의 가슴이 얼마나 넓고, 두텁게 연대하고, 얼마나 서로를 사랑하는지 느꼈다. 이제 노동과 정치가 이기기 시작했다. 고맙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는 “전광판 두 동지에게 ‘야광충 벌레’라고 칭했는데, 두 사람이야말로 절망과 어둠의 시대에 빛나는 인간벌레가 아닌가. 언론운동과 미디어운동은 MB정부와 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 패배만 해왔는데, 정작 자신을 언론노동자로 부르지 않지만 묵묵하게 싸운 노동자들이 이렇게 승리를 쟁취했다”며 “지금처럼 뜨겁게 싸워 달라”고 말했다.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해고자와 비해고자가 함께 싸웠고, 앞서 티브로드가 먼저 싸우고 LG SK가 뒷받침하고, 수많은 연대단위가 있었기 때문에 승리를 이뤄낼 수 있었다”며 “이제 SK, LG비정규직을 필두로 간접고용 비정규직 철폐 싸움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는 “씨앤앰 노동자들은 절망의 시대에서 누가, 어떻게 희망을 만들지 알려줬다”며 “투쟁하는 민주노총이 어떻게 가능할지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 우원식 의원과 함께 크레인을 타고 내려오고 있는 임정균, 강성덕씨. (사진=미디어스)
▲ 전광판에서 내려온 뒤 언론과 인터뷰 중인 임정균씨.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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