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와 손을 잡고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만들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씨앤앰을 사들일 2008년 MBK가 보유한 KCI 지분은 24%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지분율이 달라졌다. 누군가 장난을 쳤다. 맥쿼리 지분에도 변동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규제기관은 KCI의 재무건전성 등을 아예 점검하지 않았다.
<미디어스>는 2008년 방송위원회가 씨앤앰 최대주주를 KCI로 변경·승인할 당시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 2008년 2월12일 방송위원회는 심의의결사항으로 씨앤앰 최대주주 변경 건을 다루면서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에 법률자문을 의뢰했는데, 이 법률자문 결과서에는 KCI의 출자자가 6개 사모펀드이고 출자자는 “모두 국내법률에 의해 설립된 국내법인”으로 나와 있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MBK파트너스’에 대한 우려를 적은 부분이다. 동서파트너스 김기중 변호사는 “외국인에 대한 방송법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지만, 방송법 시행령 제14조의 기준대로 국민유선방송투자㈜의 출자자에 대한 외국법인 의제 여부를 판단한다면 엠비케이파트너스는 외국법인으로 간주될 수 있음”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MBK의 KCI 지분이 24%에 불과하다며 KCI는 방송법과 그 시행령 상 외국인 의제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사모투자전문회사 현황과 KCI 감사보고서와 <미디어스>가 입수한 ‘씨앤앰의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 관련 이행계획서(안)’(2008년 2월 KCI가 방송위원회에 제출한 이행각서 부속서류), MBK파트너스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KCI 내 MBK가 GP(의사결정권한이 있는 투자자) 역할을 하는 펀드는 3곳이다. 맥쿼리는 2곳이고 미래에셋PEF가 1곳이다. 일례로 MBK가 유일한 GP(의사결정권한이 있는 투자자)로 등록된 국민유선방송투자일호사모투자전문회사의 지분율은 2010년 말 기준 25.13%(2008년에는 25.83%), MBK파트너스사모투자전문회사라는 회사의 KCI 지분율은 24.91%다.
흥미로운 대목은 출자자별 지분율이 2010년도 감사보고서까지만 공개돼 있다는 것. 2010년 말 기준으로 보면 MBK 관련 3개 회사의 지분율은 50%가 넘는다. 미래부 관계자는 19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2013년 말 기준 MBK의 지분율은 50%대이고 맥쿼리 지분율은 30%대”라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MBK에서 KCI로 두 경로로 흘러 간 자본 전체를 MBK 몫으로 봤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MBK파트너스 설명은 조금 다르다. MBK 측 관계자는 23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KCI 지분은 MBK, 맥쿼리, 미래애셋PEF가 4대 4대 2로 경영권 비율을 나누고 있고, 나머지는 소액투자자”라고 말했다. 씨앤앰 최대주주 KCI의 경영권은 사실상 사모펀드운용회사가 독점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씨앤앰으로부터 주간단위로 영업실적을 보고받으며, 지시를 하는 것은 사모펀드의 이익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MBK 측 관계자는 “6개 펀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지분율도 거의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KCI의 지배구조는 출범 이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분변동 폭과 출자 철회 여부를 알 길은 없다. KCI와 미래부는 KCI의 또 다른 출자자인 대한전선과 이민주 전 회장이 각각 설립한 사모투자전문회사의 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법인으로 간주되는 MBK파트너스가 투자해 GP 역할을 하는 KCI 지분은 절반이 넘는다. 이는 방송법과 시행령에 저촉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MBK가 운영하는 복수의 사모펀드운용회사를 별도의 회사로 인정하고, 이 같은 편법을 눈감아줬다는 이야기다. 반면 MBK 측 설명대로라면MBK는 펀드를 구성, 투자자를 대신해 운용을 하기 때문에 방송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만약 MBK와 맥쿼리가 ‘매각차익’만을 노리고 복수의 사모펀드를 만들거나 또 다른 회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씨앤앰을 인수했을 가능성도 있다. 미래부가 방송사업자 최대주주와 출자자, 그리고 사모펀드 GP에 대한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래부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씨앤앰 구조조정과 매각차익의 수혜자는 드러날 길이 없다. 특히 케이블SO는 정부의 인허가를 통해야만 사업을 할 수 있는 방송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있는 사업자다.
그러나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23일 ‘출자자별 지분율을 확인해 달라’는 <미디어스> 요청에 “얼마인지, 그리고 50%대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출자자 명단과 지분율은 ‘영업비밀’이라는 게 미래부 설명이다. 특히 KCI는 이행계획서에 ‘㈜국민유선방송투자의 재무건전성’을 조건으로 제시하고도 방송통신위원회(구 방송위원회)와 미래부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규제기관 또한 이 자료를 점검하지 않았다.
KCI는 ‘이행계획서(안)’을 통해 “국민유선방송투자㈜는 단기 매매차익 실현을 위해 ㈜씨앤앰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씨앤앰의 기업가치 제고와 유료방송 시장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KCI는 이어 “㈜씨앤앰의 인수를 위해 조달한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으로 인해, ㈜씨앤앰의 디지털전환 투자 및 정상적 영업활동에 필요한 재무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겠음”이라고 약속했다.
이밖에도 KCI는 “㈜씨앤앰의 재무구조를 급격히 변경하여 ㈜씨앤앰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태롭게 하고 시청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부당히 훼손하지 아니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KCI는 ‘이행각서(안)’에서 “국민유선방송투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의 최다액 출자자로서 종합유선방송이 수행해야 할 공익적 책임과 역할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변경승인 조건을 위반하였을 경우, 변경승인 철회 등 이에 따른 모든 법률적·행정적·재정적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KCI는 2007년 8월8일 사모투자전문회사가 씨앤앰 인수를 위해 설립한 투자목적회사다. 이후 KCI는 씨앤앰을 담보로 잡고, 신한은행 등으로부터 1조2707억6229만4천 원을 차입했다. 신한은행에 지급한 수수료만 192억2200만 원이다. 만기일 일시상환 방식으로 만기일은 2013년 3월24일이었다.
KCI는 2012년 6월 대주단(㈜신한은행 등)과 총 1조5670억 원을 한도로 하는 신용공여약정을 체결하며 차입금 1조5270억 원을 조기상환하면서 저금리로 리파이낸싱했다. 국민연금도 KCI 리파이낸싱에 참여했다. 2013년 현재 씨앤앰의 장기차입금은 1조5130억9037만6천 원으로 만기일은 2016년 7월3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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