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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자본가들에게 저당잡힌 우리의 미래[옥인동 샤우팅] 그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홍명교 / 활동가 | 승인 2014.11.16 00:58

2014년 11월 13일 늦은밤. 조용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꼭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지 44년째인 그날이어서가 아니다. 우리 노동자들의 생명과 존엄이 헌신짝만도 취급받지 못하고 짓밟히는 오늘, 이 시대에 대한 증오 때문이다. 옆에 있는 동료들에 대한 사랑보다 적에 대한 증오가 커선 안 된다는데, 쉽지 않다.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들이 단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되고, 회계조작과 무자비한 폭력 진압으로 2천여명의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정리해고된 것에 대한 고등법원 무효판결이 아무런 근거 없이 정당하다 판결하는 대법원. 세 아이를 둔 씨엔엠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가 추운 겨울 도심의 광고판 꼭대기에 올라서야 하는 도시. 온갖 모욕으로, 실적 경쟁 스트레스로, 노동조합 탄압으로, 생계 압박으로 노동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드는 나라.

하나를 잊으면 다른 하나가, 또 다른 하나를 잊으면 다른 사실이 고개를 내민다. 떨리는 심장을 누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해야 저 오만한, 평범하고 가난한 노동자들을 하나하나 짓밟으며 노예로 살 것을 강요하는 시스템을 고장나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젊은 패기로 고려말기의 사회 개혁을 주창한 정도전은 권문세가들의 모함에 쫓겨 귀양을 떠난 후 생각했다. 썩은 세상,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것인가. 어떻게 해야 “백성이 근본”이라는 자신의 이념을 바탕으로 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와신상담의 10년을 보냈다. 더 치밀하고 영리하게,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혁명을 기획하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썩어빠진 고려 사회의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백성들의 마음이 이미 고려를 떠났다는걸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때 이성계라는 좋은 리더를 만났고, 그의 리더쉽과 정도전의 지략과 비전은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을 품은 이들의 기관차였다. 만약 둘 중 하나만 비어있다면 아무리 고려 사회가 썩어빠지고 백성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른다고 한들 때를 만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는 부자들만을 위한 나라,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안정적인 삶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스템을 마주하고 있다. 버겁고 고된 생존 게임을 되풀이할 뿐이다. 많은 이들이 “지금은 살기 어려운 세상”이라 말하지만 우리에겐 덕 많고 진취적인 리더도, 빼어난 지략도,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에 대한 비전도 없다. 한 줌의 도덕과 알량한 자존심이 남아있을 뿐이다.

자본주의 체제 이후 어떤 사회가 모순들로 넘쳐흐를때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택해왔다. 모두를 위한 혁명 혹은 반동. 노동자운동이 강력한 비전을 갖고 있을때 사람들은 자본이 만든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더 나은 사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 그러나 사회운동이 별 다른 메시지를 갖지 못하고 고꾸라진 상태라면 우리는 언제든 파시즘의 도래를 목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와 서울파이낸스센터 사이에 있는 씨앤앰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공농성장. (사진=홍명교)

청계천 옆 호텔같이 삐까뻔쩍한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 건너편에는 25미터 높이의 광고탑이 마주보고 있다. 이 빌딩 주위는 수십명의, 젊고 덩치 있는 경비들이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주고 받으며 지키고 서있다. 해가 지고 차가운 겨울바람이 빌딩 사이로 불어오기 시작할 즈음. 빌딩에서 고급 수트를 입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밖으로 나온다. 대부분이 이 빌딩에 입주한 여러 외국계 글로벌 금융기업들에서 일하는, 투기 전문가들이다.

광고탑 위에 올라 농성중인 강성덕과 임정균 두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대형 튜브 옆에 앉아 벌벌 떨면서 비즈니스맨을 봤다. 기분 탓일 게다. 하나같이 세상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보였고, 바로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일랑 자신과는 무관한, 엉뚱하고도 괴상한 사건인냥 쳐다보는 것 같았다. 같은 거리,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았고, 기시감이 들었다.

지난해 이맘때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도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서 잠을 잤었다. 최종범 열사가 삼성 자본의 노동조합 탄압에 항거하며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집어삼킬 듯 서있는 서초동 삼성본관 빌딩 아래에서 온종일 소리치고 싸우며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렸다. 1년 사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죽었고, 가난한 이들에겐 더 많은 비극이 이어졌다. 겨울이 다시 왔지만 상황은 한뎃잠을 자야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얼마 전 부모 잘 만나 고급인생을 살고 있는 삼성그룹 3세들은 삼성SDS 유가증권 상장으로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거두었다.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귀족삼남매는 약 5조 원의 불로소득을 거두었다. 1년 동안 여러 계열사에서의 구조조정으로 수천명의 노동자를 해고했지만 기하급수적인 합법적 사기를 성공할 ‘절호의’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국민들의 분노, 여론의 역풍은 예상보다 크다. 삼성이 잘 되면 대한민국도 잘 된다길래 그런줄로만 알았는데 국민들의 생계가 끊임없이 추락하고 수천명을 해고하는 와중에도 수 조원을 땀흘리지 않고 벌어들이고 있으니, 구경만 하고 있을 수 있는가. 우리는 삼성과 이씨 일가가 잘 되는 것과 우리들의 희망은 비례가 아니라 반비례임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1명의 노동자가 과로로, 2명의 노동자가 노동조합 탄압으로 죽은 끝에 삼성전자서비스 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인정 받았다. 사측의 시간 끌기로 질질 끌리던 첫 임단협 조인식을 이제야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헌법마저 부정하고 노동자들을 노예로 취급하는 무노조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진주센터가 지난 10월 폐업된 것이다.

진주센터의 수리기사들은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 스물셋부터 쉰셋까지 각양각색이다. 이들은 매일 아침마다 진주성 촉석루가 보이는 서비스센터 건물 앞에 모인다. 성곽과 센터 앞 도로 양쪽엔 폐업으로 인한 소비자들과 수리기사들의 이중피해를 규탄하는 현수막들이 즐비하다. 이들은 ‘위장폐업’이 의심되는 조치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 삼남매가 5조원을 벌어들일때에도 진주센터 노동자들은 진주 시내 곳곳에서 피켓과 서명판을 들고 서 있었다. 위장폐업으로 인한 해고 40일. 삼성은 스스로 마땅한 책임이 있음에도 이 노동자들을 계속해서 외면하고 있다.

   
▲ 씨앤앰 고공농성장. (사진=미디어스)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를 도심 한복판 고공농성으로 내몰고, 수십년 일해 온 일터를 하루아침에 빼앗고 거리로 내모는 이들은 누구인가. 우리의 삶에 대한 참혹한 공격의 숨겨진 주어를 드러내야 한다. 그들은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겁게 버티며 살아가는 위기의 시대에 금융투기로 더 많은 부를 거머쥐고 있는 불한당 자본가들이다. 노동조합을 망가뜨려 더 비싼 값에 회사를 팔아보려는 MBK의 김병주와 얼굴 없는 투자자들이, 삼성의 수많은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임금을 깎아 최대한의 효율을 내려는 삼성의 이재용과 주위의 고액 연봉 관리자들, 정당한 기준에 따라 판결을 내려야 하는 사법기관마저 잠식한 괴물 자본가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이 계속 이런 방식으로 ‘존재’하는 한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 저당잡힌 노동자의 미래, 계속 이렇게 내버려둘 것인가, 아니면 불한당들을 끌어내릴 것인가. 전태일 열사 기일이 있던 즈음 시작된 겨울. 이번 겨울은 노동에 대한 무차별 공격과 함께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 겨울을 날 준비를 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그 채비를 하고, 와신상담 이 겨울을 보내야 한다. 결코 우리의 미래까지 불한당들에게 내어주지는 말자.

홍명교 / 활동가  mediau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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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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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형희 2014-11-18 09:13:40

    사회 약자들도 최소한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 정의로운 나라가 됐으면 바래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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