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씨앤앰 먹튀에 성공할까. 씨앤앰은 17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System Operator)를 소유한 MSO(Multiple SO)로 242만7024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업계 3위다. 지난 2008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는 ‘국민유선방송투자’라는 회사를 만들어 씨앤앰 지분 90% 이상을 사들였다. 총 인수대금의 70% 정도를 대출 받았다.

사모펀드 등은 보통 ‘매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매수자금을 조달’(레버리지 바이아웃)해 기업을 인수하고, 3~5년 동안 구조조정을 동반한 경영효율화를 시행하거나 매출을 극대화해 이를 되판다. 문제는 당시 정부가 이를 허락했다는 점이다. 씨앤앰은 태생이 외국인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자본이 방송사를 소유한 유일한 사례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했다.

▲ MBK파트너스. (사진=미디어스)

12월 매각 추진, 다 빨아 먹었나

최근 매각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 MBK와 맥쿼리는 씨앤앰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 ‘MBK1호’의 만기는 2015년인데 이 펀드에는 씨앤앰이 포함돼 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달 30일 기사에서 M&A(인수·합병) 업계를 인용, “(씨앤앰 대주주 MBK와 맥쿼리가) 골드만삭스를 통해 이 MSO 매각을 연내 시작하기로 하고 실무를 진행 중이다”고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골드만삭스는 현재 씨앤앰 매각에 필요한 티저 레터(투자 안내서)를 준비하고 있으며 늦어도 12월 초에 이를 잠재 원매자 20여 곳에 배포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금융에 정통한 관계자는 “살 사람이 정해져야 레터를 돌리는 게 관행”이라고 설명한다. 업계에서는 ‘2위 티브로드가 씨앤앰을 사들여 1위 CJ헬로비전을 제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문제는 지금 씨앤앰이 망가져 2008년에 비해 가격이 낮아졌다는 사실이다. 애초 MBK와 맥쿼리는 인수대금 2조2천억 원 중 70%인 1조5600억 원을 은행에서 빌렸는데, 합작회사인 국민유선방송투자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이자로만 4280억544만 원을 썼다. 매각대금에 이자비용까지 고려하면 최소 2조6천억 원 이상에 되팔아야 손해를 안 보는 셈이다.

사모펀드 지배 7년, 실패 인정하기 싫나

사모펀드는 씨앤앰 덩치를 키웠다. 씨앤앰 가입자는 2008년 3월 208만583명에서 2014년 8월 242만7024명으로 34만여 명 늘었다. 상대적으로 가입자당 매출이 높은 디지털 가입자도 같은 기간 29만7812명에서 158만4628명으로 늘었다. 2009년 4203억 원이던 매출액은 2013년 4973억 원까지 뛰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06억 원에서 1098억 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MBK와 맥쿼리가 본전을 찾을 가능성은 낮다. 높은 디지털전환율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폭은 낮다. 불법적인 영업행위로 매출을 올린 정황도 많다. 올해 국정감사만 하더라도 △씨앤앰 협력업체 70곳 중 40곳이 ‘미등록’ 사업자고 △씨앤앰이 방송사업자 중 두 번째로 방송광고시간을 위반했고 △매출이 0원인 허위가입자가 17만5천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본전도 힘들어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케이블 업계의 미래가 비관적이기 때문이다. 케이블SO는 이동통신사의 결합상품에 밀리고 있다. 케이블 가입자는 2008년 3월 1486만6089명에서 1481만1148명으로 줄었다. 이 기간 케이블업계는 ‘7개 MSO-25개 개별SO’(총 103개)에서 ‘5개 MSO-10개 개별SO’(총 91개)로 변했다. 인수합병은 위기 지연 수단이 된지 오래됐다.

그래서 비용 줄이고 노조 없애 본전 찾겠다?

이 같은 상황에서 MBK와 맥쿼리가 손해를 줄이는 방법은 ‘고정비용’을 줄이거나 ‘노동조합’ 리스크를 없애는 것 정도다. 실제 씨앤앰은 올해 들어 하도급업체에 건네는 비용을 크게 줄였고, 업체들은 노동자들에게 임금 20% 삭감안을 제시했다. 특히 씨앤앰은 전과 달리 하도급업체에 ‘고용승계’를 강제하지 않았고, 이 결과 간접고용노동자 109명은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해고자들은 지난 7월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120여 일이 넘었으나 씨앤앰은 MBK 눈치를 보고 있고, MBK는 꿈쩍 않고 있다. 씨앤앰 핵심관계자는 최근 <미디어스>와 만나 “MBK가 ‘국정감사가 끝나면 해결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연말’로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매각 조건과 내용에 따라 현안을 정리하겠다는 이야기다.

매각 조건은 대상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주목할 점은 ‘티브로드’다. 씨앤앰 핵심관계자는 “티브로드로 정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티브로드를 소유한 태광그룹은 삼성과 함께 대표적인 ‘반노조’ 기업으로 최근까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조합(희망연대노동조합)과 갈등이 있었다. 당시 티브로드는 “하도급업체 노사문제”라며 석 달이 넘도록 사태를 방치했다.

▲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농성장이 있는 서울파이낸스센터 주변에 붙은 플래카드. MBK파트너스는 법원에 노동조합이 ‘MBK’ 이름과 ‘노조탄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MBK는 ‘Michael Byungju Kim’을 뜻한다. (사진=미디어스)

MBK 김병주 먹튀 막기 위한 방법 없다?

특히 씨앤앰의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조합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조합 모두 희망연대노동조합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티브로드가 MBK에 ‘노조 깨기’ 또는 ‘순치’를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망이 어두운 동종업계 기업의 거래조건은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조건 마련’일 가능성이 크다. MBK가 “12월 이후”를 언급한 것은 이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에게 ‘노조탄압·해고 사업장’ 씨앤앰은 골칫거리 중 하나일 수 있다. 김병주 회장은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있을 때 한미은행을 사들인 뒤 씨티은행에 되팔아 3년 만에 7천억 원의 차익을 챙긴 ‘한국 M&A계의 큰손’이다. 특히 그는 포항제철(포스코) 회장이었던 고 박태준씨의 사위인데, 오명을 남기는 안 되는 금융권의 큰손 중 한 명이다.

‘아무도 모르는’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해야 하는 김병주 회장은 노동조합을 순치하거나 공격적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티브로드의 ‘반노조’ 성향을 고려하면 후자를 선택할 확률이 크다. 김병주 회장이 노조 무력화에 성공해 구조조정이 가능한 상태로 씨앤앰을 넘긴다면, 티브로드는 그만큼 값을 쳐줄 수 있다. MBK와 맥쿼리가 ‘먹튀’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

정부, MBK-맥쿼리 ‘먹튀’ 막을 수 있다

2008년처럼 씨앤앰 매각을 시장에만 맡기면 MBK와 맥쿼리의 작전은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케이블SO는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양희)가 인·허가를 내줘야 사업을 할 수 있다. 미래부는 주기적으로 케이블SO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진행할뿐더러 최대주주가 바뀌면 적격성 심사할 권한이 있다. MBK의 ‘씨앤앰 먹튀’는 미래부를 최종 설득해야 가능하다.

미래부가 키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모펀드 MBK의 무차별 기업인수와 국내기관(공적연금 등) 사모펀드 투자의 문제점, 규제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씨앤앰 매각이 공론화된 만큼 미래부가 최대주주 변경 심사 조건을 사전에 공표한다면 먹튀와 노조탄압을 막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승일 박사(경제학)는 지난해 EU 회원국이 제정하고, 한국이 수용한 사모펀드 규제를 국내에 적용하면 먹튀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U 회원국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 정책과 전략, 펀드매니저에 대한 정보 등을 임직원에게 즉각 전달하도록 강제한다. 최초 2년 동안 배당도 금지한다. 정부가 레버리지를 강제로 낮출 수도 있다. 먹튀, 구조조정 방지 목적이다.

“결국 돈 나오는 곳 막아야 먹튀 막는다”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공동대표는 “MBK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에 대출과 담보의 적절성, 그리고 대출금 회수방안을 묻고, 투자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화식 대표는 이어 “금융감독원에 MBK의 돈줄인 은행에 대한 감사를 요청해야 한다”며 “인수후보자가 정해지면 그 기업에 씨앤앰의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인수 포기를 촉구하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 신승훈 교육부장은 2008년 MBK의 씨앤앰 인수 전후로 진행된 ‘외주화’로 지금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가 일어났다며 이 과정에서 MBK가 인수조건으로 외주화를 요구한 것 아닌지 여부와 방송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심사 당시 불법사실이 있었는지 원점에서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시작된 2008년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국민유선방송투자 리파이낸싱에 참여한 국민연금이 투자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국민연금이 금융화하면서 수익률 논리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기금 주인의 이익을 침해하면 안 되고, 투자를 철회한 사례도 있는 만큼 12월 열리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이 같은 이야기를 강력하게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