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새벽 씨앤앰 하도급업체 노동자 강성덕(35, 7월1일 해고)씨와 임정균(38)씨가 서울 한복판 프레스센터 앞에 있는 20미터 높이 전광판에 올라갔다. 씨앤앰의 간접고용 노동자 두 명은 영하 칼바람이 부는 날씨에 온몸에 밧줄을 묶고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109명 해고자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사연은 이렇다. 지난 6월 이후 씨앤앰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109명이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130일에 가까운 노숙농성이 이어졌지만, 대주주인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 ‘원청’ 씨앤앰은 “하도급업체 노사문제”라는 입장이다. 씨앤앰은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하청업체 노사관계 불개입 원칙’을 재확인했다.

직접고용 정규직도 파업에 나섰지만 출구가 없다. MBK와 맥쿼리는 씨앤앰 매각을 추진 중이고, 매각차익을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사적이익과 노동권이 부딪히고 있다. <미디어스>는 고공농성 2일차인 13일 씨앤앰 정규직, 하도급업체 노동자, 해고노동자를 만나 ‘130일 노숙과 고공농성에 이르게 된 사연’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 2014년 11월13일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고공농성 2일차. 이날 오전 9시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와 파이낸스센터 사이에 있는 대형전광판 주변에는 씨앤앰 노동자 백여 명이 있었다. (사진=미디어스)

김진규. 씨앤앰 정규직.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장

핵심은 씨앤앰과 대주주 MBK파트너스다. 사모펀드 MBK는 2007~2008년 씨앤앰을 인수할 때 70% 이상을 차입했다. 인수기업인 씨앤앰을 담보로 잡았다. 지금 매년 이자만 천억 원에서 천오백억 원이 나간다. 그 동안 씨앤앰은 매년 수백억 원씩 이익을 기록했는데, MBK는 거의 매년 배당을 받았다. 투자자와 대주주는 이미 챙길 만큼 챙겼다고 볼 수 있다.

지금 간접고용 비정규직 해고문제는 사모펀드가 ‘먹튀’하려고 비용 절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매각을 핑계로,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포장해서 매각가를 높이려는 시도다. 회사는 “업체변경 과정에서 회사 방침을 거부한 노동조합 때문에 109명이 해고됐다”며 책임을 피하지만, 본질은 먹튀를 위해 사모펀드가 비용을 줄이려는 데 있다. 마치 제2의 론스타 같아 보인다.

사모펀드를 정부 인허가사업자의 최대주주로 승인한 것이 문제였다. 2008년 방송위원회는 이 같은 사태를 예견하면서도 승인했다. 사모펀드 손에 들어간 씨앤앰이 제대로 투자를 않고 케이블방송의 공공성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것은 빤했다. 몇 가지 해결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자해지다. ‘먹튀’를 멈춰야 한다.

사모펀드에 돈을 빌려준 은행권에도 책임이 있다. 인수기업을 담보로 잡은 사모펀드에게 1조5천억 원 넘게 빌려줬다. 부실대출로, MBK파트너스와 신한은행 같은 금융기관의 유착, 특혜 의혹이 있다. 대출을 중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모펀드의 먹튀가 반복된다. 대량해고의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책임은 금융기관에도 있다. 사모펀드의 돈줄을 막아야 한다.

▲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는 수시로 밖에 나와 상황을 살폈다. 경찰은 전광판 주변에 경찰병력을 수백 명 배치했고, 소방서는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고공농성 2일차 현장. (사진=미디어스)

신인범. 간접고용노동자. 시그마(고양일산지역) 해고자

왜 사람을 이렇게까지 만드나.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은 감정이 없는 것 같다. 노숙을 130일 동안 했는데도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저 위로 올라갔지만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어제 (씨앤앰 노사 실무교섭에서) “여기서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고 들었다. MBK와 씨앤앰은 우리를 돈과 빚으로 보고 있다.

케이블 업계에서 12년 동안 일했고, 7월1일자로 시그마에서 해고됐다. 투쟁이 길어지면서 동료들이 많이 지쳤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많다. 노조에서 생계비를 지원해주지만, 대부분 대출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제3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고, 노숙하는 동지도 있다. 이 싸움에서 결과가 나지 않으면 우리가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막막하다.

이런 상황에서 두 동지가 올라갔다. 정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두 동지에게 정말 미안하다. 강성덕 동지가 우리 조합원이다. 나는 성덕이가 이 상황을 이토록 억울해하고 있는지 잘 몰랐다. 하루 빨리 내려오게 해서 “정말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임정균 동지는 해고자가 아닌데도 저 위로 올라갔다. “해고자를 보며 마음이 아프고 힘들었다”고 한다. 정말 고맙다.

▲ 고공농성 2일차 아침. 전광판 위에 오른 두 노동자가 구호를 외쳤다. (사진=미디어스)

전승영. 간접고용노동자.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교육부장

두 명이 우리를 대신해 올라갔다. 노조 집행부로서 정말 미안하다.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 우리는 노숙을 4개월 동안 했다.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들고 지쳐 있는 조합원이 많았다. 어제 새벽에 두 동지가 올라가면서 다시 절박함을 느낀다. 조합원들이 다시 깨어났다는 생각이다. 빨리 내려오게 해야 한다. 해결이 안 되고 시간이 흐르면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

강성덕 동지, 임정균 동지. 힘들겠지만 조금만 버텨 달라. 아래 있는 사람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두 사람을 내려오게 하겠다. MBK파트너스는 아직 아무 말이 없지만, 저 사람들을 끌어내는 것은 아래 남아 있는 사람들 몫이다.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있다. 이제 질 수 없는 상황이다. 점점 추워지고 있지만, 다시 싸워야 한다. 두 동지가 땅에 내려오도록.

▲ 2일차 아침, 전광판 아래 있는 씨앤앰 노동자들이 줄을 이용해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에게 아침식사를 올려주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김덕경. 간접고용노동자. 티앤씨넷(서울마포지역) 해고자

투쟁이 길어지면서 날짜를 세지 않았다. 백일이 넘어가면서는 아예 날짜를 잊었다. 어제 날짜를 세어보니, 싸움을 시작한 지 150일이 넘었고, 해고된 지 140일 가까이 됐더라. 그 동안 ‘누군가 선봉에 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두 사람이) 올라가니까 마음이 너무 안 좋다. 마음이 불편하다. 같은 해고자인데 두 동지에게 짐을 지운 것 같다.

노동조합을 하며 저항하느냐, 하지 않고 침묵하느냐. 둘 중 하나다. 투쟁이 길어지면서 ‘회사가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나이 드신 조합원, 나보다 사정이 어려운 조합원들이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생각을 한 것조차 미안해졌다. 부당하지만 소리를 안 내면 아무도 모른다.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한 조합원들이 있는 것 같아 서운했다. 그런데 두 동지가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 거리의 추위가 뭐가 고생이냐. 우리가 있는 곳은 두 사람이 있는 데보다 낫다. 지금은 두 동지 걱정뿐이다. 성덕이는 나와 같은 동네에 산다. 홍제동에 성덕이 단골집이 있다. 임정균 동지도 데려가고 싶다. 누나가 소주 한 잔 살게. 빨리 내려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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