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이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에 복귀했는데도 파업대체인력과 제 3의 하도급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주며 ‘파업권 포기 각서’를 쓸 것을 종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씨앤앰이 하도급업체 직장폐쇄 문제를 추석 전 하루 빨리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의 하도급업체 십여 곳은 7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날, 동시다발 직장폐쇄를 결정하고 이튿날 이를 단행했다. 노동조합은 이에 반발해 50여 일 동안 노숙농성을 벌였고, 지난달 28일 복귀를 결정했다.

그러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직장폐쇄는 풀리지 않았다. 4곳 이상의 업체 사장들이 조합원과 면담, 통화 등에서 한 말을 종합하면 씨앤앰은 하도급업체에게 노동조합으로부터 “파업권을 철회한다”는 것을 문서로 받지 않으면 기존 하도급업체 업무구역도 빼았겠다고 주장해왔다.

25억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최소 만여 명의 대체인력을 투입해 하도급업체 노동조합의 합법파업을 무력화한 씨앤앰이 이제 ‘파업권 철회’까지 요구한 것. 씨앤앰은 파업 전부터 투입한 ‘대체인력’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조합원에게 당장 일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은수미 의원은 3일 오전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를 방문, 씨앤앰 경영진에게 원청이 나서 하도급업체 직장폐쇄, 대체인력 투입, 112명 대량해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하도급업체들은 “조합원에게 일을 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씨앤앰의 압박에 직장폐쇄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체들은 대체인력 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하는 탓에 조합원의 인건비까지 지급할 능력이 안 된다며 “당분간 원청 결정을 기다리자”며 조합원을 설득했다.

원청의 파업대체인력으로 하도급업체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결국 국회가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원청의 비상대체인력 투입으로 노동자들이 파업을 철회해도 직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며 개입을 시사했다.

3일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 은수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민선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장은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에서 조석봉 전무, 한상봉 상무 등을 만나 파업대체인력, 직장폐쇄, 112명 대량해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우원식 의원은 “정규직으로 해야 할 회사 설립목적 업무를 외주화하고, 업체 변경과정에서 고용보장을 않고, 파업권을 무력화할 의도로 대체인력을 투입한 것은 원청 책임”이라며 “원청이 ‘우리 직원 아니다’고 하면 우리사회가 다 무너진다. 추석 전에 해결해 달라”고 말했다.

▲ 씨앤앰 경영진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추석 전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간담회는 씨앤앰 본사 지하1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사진=미디어스)

은수미 의원은 “하도급업체는 지역을 할당받아 영업을 하는데, 계약서를 보면 비상인력에 대한 내용은 없다. 대체인력 투입하려고 다른 업체와 계약하는 것은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며 “하청 비정규직의 파업권을 형해화하고 부당노동행위 소지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 복귀했는데도 대체인력과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매각을 하기 위해 전격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만약 씨앤앰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하면 국회와 전면전을 하겠다는 뜻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상진 상무는 “비상인력은 법리적 검토를 꼼꼼하게 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영속성 측면에서 가입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노조 파괴가 아니다. (하도급업체들과 직장폐쇄 관련)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씨앤앰은 추석 전 문제해결을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송민선 고용노동부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장은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씨앤앰은 112명 대량해고에 대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씨앤앰 문제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룰 계획이다.

▲ 면담 내용을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우원식 은수미 의원.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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