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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절도 산재 안 되고, 자아비판도 해야하는 이 노동자들케이블TV 노동자 증언, “영업 할당에 신용카드 판매까지”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6.10 18:21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노동자 천여 명이 모였다. 이날 오전 공동파업에 돌입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씨앤앰과 티브로드 노동자들과 올해 초 노동조합을 만든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원청→하청→노동자'로 이어지는 충격적인 노동 실태를 증언했다.

설치기사 대다수는 ‘외주’ 기사이거나 ‘가짜’ 사장인 탓에 옥상과 전주에서 떨어져 다치더라도 산업재해 인정을 못 받는다. 안전모와 안전화도 없이 작업한계하중 25㎏을 훌쩍 넘는 장비를 짊어지고 아파트 지붕을 올라타고 있다. 유플러스의 경우, 개통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아예 기본급이 없는 경우도 많다.

   
▲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제작한 영상 <케이블뱡송 노동자 산업안전,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갈무리.

“비나 눈이 오는 날에도 오토바이를 탄다. 미끄러지기 일쑤다. 안전장비도 주지 않는다. 지난해 비오는 날 담벼락에서 작업하다 떨어져 허리를 다쳤다. 지난주에는 개에 물렸다. 회사에 말하면 ‘다치면 결국 자기 손해’라고, 원청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고만 한다.” - 티브로드 10년차 설치기사

지역케이블 노동자들은 장맛비에도 빙판길에도 오토바이를 몰고 일을 나간다. 씨앤앰의 하청 업체인 티앤씨의 노동자로 AS, 설치, 철거 등의 업무를 담당하며 7년 동안 2주 이상 입원한 경험만 8차례에 달하는 한 노동자는 “산재처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안전장치 비용도 월급에서 차감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이다. 반은 노동자고 반은 사장님이던 브로드밴드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최근 회사의 강요로 ‘개인사업자’로 전환했다. LG유플러스는 대부분 도급 형태인데 기본급이 아예 없다. 16년차 설치기사는 “50인치 브라운관TV에 발등이 깨져도 산재를 못 받는다”고 말했다.

“AS쪽은 정규직에 월급을 받는데 개통은 외주다. 기본급이 100만 원 잡혀 있고 나머지는 ‘건 바이’(사업수당)다. 2월까지는 사무실에서 3.3%로 뗀 뒤 월급을 줬는데 갑자기 개인사업자를 하라고 했다. 얼마 전 떨어져 팔이 골절됐는데 ‘사장’이라는 이유로 산재가 안 된다.” - SK브로드밴드

“올해 초에 낙상 사고가 났다. 뒤통수를 일곱 바늘 꿰매고 왼쪽 발목 인대가 늘어났다. 가족 때문에 붕대를 감고 절뚝거리면서 일을 했는데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2주를 쉬었다. 회사에서 설날 빼고 뭐 빼고 월급을 줬는데 30만 원이었다. 울분에 차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일하는 상담노동자들은 고객상담보다 ‘디지털TV+인터넷+전화’ 결합상품에 신용카드 판매까지 강요받고 있다. 씨앤앰텔레웍스 노동자는 “내가 영업사원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압박이 심하다”며 “매일 아침 영업목표를 할당하는 것도 모자라 하나SK카드 영업까지 시킨다”고 말했다.

“팀장들은 매일 우리 콜을 듣는다. 실수로 말 한마디 잘못하면 퇴근 못하고 내 통화를 다시 듣고 자아비판을 해야 한다. 결합상품에 부가서비스, 카드까지 영업해야 한다. 화장실 갈 시간도 따로 없어서 물도 되도록 안 마신다. 병원을 가도 그 시간만큼 채우고 퇴근해야 한다.” - 씨앤앰텔레웍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최근 씨앤앰과 티브로드 직접·간접고용 노동자 947명에 대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첫 계약 뒤 고용기간은 평균 3년이다. 휴게시설이 없다는 노동자가 80.7%였다. 회사가 실내공기 질과 근골격계 질환을 조사하지 않는다는 노동자가 각각 92.3%, 91.1%나 됐다.

대부분이 1년 또는 단기계약직으로 검강검진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년 동안 허리통증으로 치료받은 노동자는 82.3%나 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 평균은 15%다. 우울 또는 불안장애 치료를 받은 노동자도 38.1%로 평균 4%의 9배 이상으로 조사됐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 서울본부 최진수 노무사는 △단위 노동가치를 높여 임금 삭감 없이 휴게시간을 확보하고 △고객으로부터 스트레스를 피할 권리를 부여하고 기업에 보호 의무를 부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김성희 교수는 “실권 없는 하청이 아니라 원청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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