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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조에 원청이 떨고있다는 한국경제의 ‘선동’현대차 최대주주 경제신문, 케이블 사태 장기화 원인이 보인다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09.13 15:58

<하청노조의 때 아닌 추투(秋鬪), 노조 특권 이대로 둘 건가>. 12일자 한국경제 사설이다. 한국경제는 “올 들어 7월까지 노사분규는 6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건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노조 조직률이 낮은 하청업체를 집중 공략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썼다. “올 들어 노사분규가 급증한 데는 이런 하청노조의 활동이 큰 몫을 차지했다”며 “더구나 올해 분규는 가을철까지 이어져 해당기업들이 떨고 있다”는 게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한국경제의 관점이다.

‘하청노동자에게도 노동조합은 필요하지만 막강한 힘으로 기업을 휘두르는 민주노총 같은 상급단체가 있는 곳은 안 된다’는 빤한 프레임이다. 이 궤변은 결국 노동조합 전반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한국경제는 이렇게 썼다. “갓 출범한 하청노조들이 막강한 힘을 휘둘러온 대기업 정규 노조의 구태를 답습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본다면 기존 대기업 노조의 권한과 기득권이 지나치다는 사실에 문제의 뿌리가 있다. 기득권 노조의 특권을 서둘러 해체함으로써 노동조합 운동을 정상 상태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주장이다. 밑바탕부터 보수적이고, 친기업을 표방하는 경제신문의 이 같은 주장에 놀랄 이유는 전혀 없다. 그런데 하나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한국경제는 굳이 기업 몇 곳을 거론했다.“문제는 하청노조의 확장이 상급 노동단체의 외연확대와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다. 서울 광화문에서 두 달 넘게 파업 중인 C&M과 티브로드의 하청노조도 민주노총 주도로 지난해 3월에 설립됐다.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 하청노조도 그런 식으로 생겨났다.” 타깃을 확실히 정했다.

   
▲한국경제 2014년 9월12일자 사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모두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소속이다. 그리고 이 노조의 주축은 케이블·IPTV를 설치하고 수리하는 방송·통신업계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올해 들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티브로드와 씨앤앰의 하도급업체들은 지난해보다 축소된 단체협약을 맺자고 했고,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곧장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동자들은 지난 7월부터 각각 티브로드 서울 광화문 사무실(흥국생명빌딩) 주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사무실(서울파이낸스센터) 주변 거리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한국경제 사설은 케이블 간접고용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이유를 짐작케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티브로드와 씨앤앰이 하청노조에 밀린 탓에 여기저기 노조가 생겼고, 더는 노조에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경제 11일자 기사 <추투(秋鬪)에 떠는 기업들…하청노조 세(勢)확장에 노사분규 2배 급증>은 씨앤앰 티브로드 삼성전자서비스 이후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다단계 하도급 구조인 방송통신기업에 노조가 생겼고, 농성 수위도 높아져 노사갈등이 심해졌다는 내용이다.

한국경제는 올해 7월 기준 노사분규가 전년동월 27건에서 61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같은 기간 근로손실일수가 132일에서 161일로 한 달 가량 늘어났다고 했지만 원청이 직접 파업대체인력을 투입해 파업효과가 크지 않다는 사실은 쏙 빼놨다. 한국경제는 임금 교섭 타결률이 40.5%에서 35.3%로 떨어진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임금 교섭이 어려운 이유가 ‘제대로 된 임금체계 자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지적하지 않았다. 방송통신업계 간접고용노동자 대다수는 반은 노동자, 반은 개인사업자다.

   
▲한국경제 2014년 9월11일자 5면.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쯤 되면 관계자들의 전언은 ‘확신’으로 바뀐다. 한국경제가 보기에 ‘막강한 힘을 가진 하청노조’의 조직률은 높지 않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씨앤앰 하청노조의 조직률은 50% 이하(대상자 1100여 명 중 520명)고, 티브로드 하청노조 조직률은 25% 이하(대상자 1500여 명 350여 명)이다. 더구나 하청노조에는 사실상 파업권이 없다. 티브로드와 씨앤앰은 파업 전부터 제3의 업체들과 위수탁계약을 맺고 일당 20~25만 원 대체인력을 수천 명 투입했고 ‘노조 있는 하도급업체들’에 파업비용 일부를 부담시켰다.

티브로드의 경우, 지난해 하도급업체 교섭에 원청이 배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중재도 배석도 못한다는 입장이다. 씨앤앰이 하도급업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지 일주일 만에 돌연 입장을 번복했다. ‘재벌대기업이 하청노조에 대해 공동으로 반노조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 같은 시점에서 나온 한국경제가 작심한 듯 쓴 기사는 이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경제는 ‘대표적 간접고용 사업자’ 현대차가 최대주주(지분율 20.55%)고 190여 개 기업이 공동소유한 신문이다.

한국경제는 케이블 기사들이 영업-설치-AS-철거 건당 수당으로 월급 200만 원을 겨우 채우고, 기름값과 자뻑(자기 돈으로 영업)으로 수십만 원을 쓰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업체 변경 때마다 고용불안에 떠는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은 적지 않은 불이익과 희생을 각오한 것이라는 사실도 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잇따른 노동조합 설립은 ‘임계점에 다다른 한국사회’를 뜻하는 것도 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때 아닌 추투(秋鬪)는 지금 자본의 목표가 ‘하청노조 죽이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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