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 하도급업체들이 9일 오전 동시다발로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씨앤앰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졸지에 돌아갈 직장이 없어졌다.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계에서는 씨앤앰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반노조’ 티브로드에 씨앤앰을 넘기기 전 ‘노조 리스크’를 없애려는 목적에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보고 있다.

‘원청’ 씨앤앰은 그 동안 협력업체 노사 문제라고 선을 긋고 사용자성을 부정해왔다. 그러나 9일 오후 씨앤앰 정규직 노동조합(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결렬과 하도급업체 직장폐쇄 문제를 이유로 전면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씨앤앰이 빠져나갈 구멍이 사라진 셈이다. 씨앤앰은 노조에 전향적인 입장을 요구했다.

▲ 9일 낮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희망연대노동조합 집회. 이날 집회에서는 1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집결해 씨앤앰과 티브로드 하도급업체의 직장폐쇄를 규탄하고 원청의 교섭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희망연대노동조합 이종탁 공동위원장은 9일 낮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씨앤앰 직장폐쇄 규탄’ 집회에서 “8일 저녁 열린 공동투쟁대책본부에서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들의 전면파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공동투쟁대책본부는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지 않고 노동조합 교섭안을 사측이 전면 수용할 것”을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종탁 위원장은 “케이블 원청이 노동자에게 전면전을 선포한다면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씨앤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를 몰아내는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 씨앤앰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또한 노조는 씨앤앰, 티브로드 등 원청에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씨앤앰과 티브로드 협력사협의회는 노동조합에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사 수준의 단체협약’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체결한 단협에 후퇴한 내용으로 노동조합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씨앤앰과 티브로드 협력사들은 이를 ‘최종안’으로 던졌고, 이제 원청의 개입이 없다면 문제를 풀 수 없는 상황이다.

▲ 희망연대노동조합 소속 한 여성 조합원이 씨앤앰 직장폐쇄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케이블방송·통신 공공성 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지불능력이 충분한 원청은 그 동안 외주화한 자기 식구들을 울타리로 거둬들여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이 ‘삼성’ 교섭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교섭 논리에 전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남신 소장은 이어 “박근혜 대통령마저도 대선 후보 시절에 공공부문의 상시지속 업무 노동자를 한 명도 빠짐없이 정규직화하기로 공약했는데 씨앤앰과 티브로드는 법적 사용자의 책임을 계속 회피하기만 한다”며 “이번 직장폐쇄로 원청의 사용자성이 드러난 만큼 지금 이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의 싸움은 한국사회를 바꾸는 투쟁”이라고 말했다.

▲ 이날 집회에서 삭발을 한 노조 간부들. 사진 왼쪽부터 이경호 티엔씨넷지회장, 김지수 시그마지회장, 허지행 원케이블지회장, 김영수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장. (사진=미디어스)

이에 대해 씨앤앰은 ‘직장폐쇄는 협력사 노사문제’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노동조합이 전향적인 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낙섭 전무(전략부문장)는 9일 오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우리는 영업 설치 AS업무를 위탁한 입장으로 협력사를 직접 핸들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홍명호 홍보팀장은 “직장폐쇄 문제로 오전에 협력사에 ‘업무에 차질이 없고 상호간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정규직) 노조 요구안이 지나치게 높다”며 “우리는 제시한 내용 이상을 고려할 수 있는 경영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씨앤앰은 이번 교섭에서 ‘3% 인상’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앤앰은 하도급업체 교섭 결렬을 전후로 60억 원의 ‘파업 비용’을 마련, 대체인력을 준비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명호 팀장은 ‘대체인력 규모’를 묻는 기자 질문에 “전면파업에 대비해 약 200명 안팎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두 달만 버티면 노조가 무너진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해왔다”고 말했다.

▲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한편 씨앤앰 하도급업체의 직장폐쇄 배경에 티브로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청와대는 1월 방송법 시행령 중 케이블 점유율 규제를 완화해 CJ헬로비전과 업계 1위를 다투는 티브로드에 시앤앰을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노조’ 티브로드가 씨앤앰에 ‘노조 없는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설명이다.

씨앤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그 동안 여러 기업에 매각 의사를 타진했으나 2조5천억 원 안팎의 매각가 탓에 협상을 성사시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티브로드에 최근 인수합병 전문가가 고문으로 들어갔고, 씨앤앰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이날 집회에서 노동조합 간부들은 삭발을 했다. 씨앤앰 하도급업체 티엔씨넷 노동자인 이경호 티엔씨넷지회장. (사진=미디어스)
▲ 허지행 원케이블지회장도 삭발했다. (사진=미디어스)
▲ 삭발한 간부들을 바라보는 희망연대노조 조합원들의 모습. (사진=미디어스)
▲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숙농성 1일차 모습. (사진=희망연대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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