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앰 하도급업체에서 일하다 계약만료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부터 씨앤앰(대표이사 장영보)과 협력사협의회, 그리고 노동조합은 3자협의체를 구성, 지난 20여일 동안 △해고자 109명 원직복직 △최대주주 변경 시 구조조정 금지 △2014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위로금 지급 등 4가지 쟁점에 대해 집중교섭을 벌였으나 교섭은 ‘40명 복직’ 선에서 결렬됐다.

씨앤앰은 민주노총과 시민사회,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전방위’ 압박이 이어지자 “인간적이고 도의적인 차원”에서 교섭에 나섰다. 교섭과정에서도 서너 차례 안을 바꿨다. 그러나 “하도급업체가 수용할 수 없다”며 내놓은 ‘40명 복직’ 안 이후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노동자와 해고 이후 이직한 노동자를 제외한 40여 명이 원직으로 복직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아 보인다. 씨앤앰이 40여 명을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방안만 남았다.

▲22일 오전 11시 열린 희망연대노동조합 기자회견.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김영수 지부장은 “조합원만 선별해 불법적으로 해고한 이 상황을 정상화하자고 6개월 동안 광화문 바닥에서 외쳤고, 강성덕 임정균 동지가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시작했지만 회사는 노동조합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씨앤앰지부 김진규 지부장은 “경영진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20일 동안 교섭을 하면서 느낀 것은 그 말이 ‘진실’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며 “경영진은 언론플레이를 멈추고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말했다.

노사교섭이 사실상 결렬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단식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최문호 위원장과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 19명(계약만료 해고자)은 22일 씨앤앰 최대투자자인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농성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무기한 끝장 단식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최문호 위원장은 “이제 더 이상 (MBK와 맥쿼리, 씨앤앰) 저들도 우리도 못 버티는 상황”이라며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영수 지부장은 “단식은 투쟁이 아니다. 노동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간곡한 경고”라고 말했다. 집회에 참가한 좌파노동자회 허영구 대표는 “지금 가진 것은 몸뿐인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 곡기를 끊어야 하는 현실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사람이 아닌 수화물 취급을 받았다고 증언하듯) 씨앤앰 노동자도 물건 취급을 받지 않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인간답게 살자고 투쟁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 20명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목숨을 내놓고 무기한 끝장 단식투쟁에 들어간다. 우리가 힘든 만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도 포기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포기할 것이 많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 고공농성 41일차. 노동건강연대 의료진과 한겨레21, 경향신문 취재진은 전광판 위에 올라갔다. (사진=미디어스)

한편 고공농성 중인 임정균 강성덕씨의 건강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이날 노동건강연대 의료진이 전광판 위에 올라가 두 사람을 검진한 결과, 장기간 추위에 노출된 두 사람은 현재 저체온증으로 심한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어 팔을 들어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진은 “추위와 흔들림으로 점차 시야가 흐려지고 어지러운 증상과 정신을 잃을 것 같은 증상이 점차 심해져 장기간 밖에 나와있기 힘든 상태”라며 “전자파와 극심한 스트레스. 심장질환 등이 의심돼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소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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