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일자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씨앤앰의 간접고용노동자 수십 명이 직장을 잃었다. 지난해 ‘원청’ 씨앤앰은 조합원에 대한 고용승계를 위수탁 조건에 넣기로 노사 간 기본협약을 맺었으나 이번 업체 교체 과정에서 전원 고용승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협력사들은 ‘일대일 면접을 통한 선별승계’를 주장했고 노동조합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인터뷰를 집단 거부했다. 결국 74명의 노동자의 계약은 만료됐고, 거리로 내몰렸다.

▲ 8일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희망연대노조 소속 조합원이 씨앤앰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를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8일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케이블방송비정규직 씨앤앰지부 등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입주해 있는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고자 74명은 이날 이 장소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희망연대노조에 따르면 고용승계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하도급업체 대표들은 ‘원청 지시 여부’를 묻는 노동조합에 답할 수 없다고만 말했다. 씨앤앰도 협약 파기 주체에 대한 설명을 않는 상황이다.

씨앤앰의 대주주는 지분 93.81%의 국민유선방송투자㈜ 다. 이 회사는 2007년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펀드가 씨앤앰 이민주 전 회장의 주식을 사들여 만든 ‘페이퍼컴퍼니’다. 당시 두 회사는 씨앤앰을 2조750억 원에 인수했으나 대부분 ‘빚’이었다. 씨앤앰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755억5516만901원이지만 이자비용으로만 430억8760만3792원이 나갔다. 순익 대부분이 대주주 빚을 갚는 데 쓰이는 실정이다.

노동조합은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씨앤앰 매각가를 높일 목적으로 하도급업체를 정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씨앤앰 인수설은 2012년부터 꾸준히 흘러나왔다. 희망연대노조 이종탁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당기순이익이 700억 원이 넘는 회사가 은행 빚을 못 갚아 흑자부도가 날 상황에 처했다고 하는데 매년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대주주에게 넘기고, 이제는 노동자의 일터를 매각가를 높이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 8일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희망연대노조 조합원 천여 명이 참석했다. 구호를 외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투기자본감시센터 홍성준 사무처장은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씨앰앰의 대량해고 목적을 “투기자본의 먹튀”라고 잘라 말했다. 홍성준 처장은 “미국자본으로 분류되는 MBK파트너스와 호주의 투기자본 맥쿼리가 방송사를 장악하도록 한 것 자체에 불법성이 있다”며 “이들은 매각가를 높여 ‘먹튀’를 하려고 해왔지만 노동조합의 저항이 있기 때문에 수익 극대화는 이루어지기 힘들고, 씨앤앰 재매각 자체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고용을 승계하지 않는 것은) 명백히 2013년 기본협약을 파기하고 원하청 위수탁 계약을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씨앤앰이 노사합의를 파기하며 노동조합과 전면전에 나선 것은 사모펀드인 대주주 MBK-맥쿼리의 먹튀 본능 때문”이라며 “씨앤앰을 매각하고 투자분을 회수하려다가 이것이 여의치 않게 되자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매각가를 높이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티브로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최근 방송·통신 대기업의 다단계하도급과 간접고용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케이블방송·통신 공공성 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노동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오로지 이윤만이 목적인 투기자본들의 횡포가 심각하다”며 “이 싸움은 단순한 케이블노동자들만의 싸움이 아니다. 사회적 연대로 끝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희망연대노조 이종탁 공동위원장이 씨앤앰의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를 비판하는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들도 원청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며 이날 업무를 거부했다. 기자회견에는 씨앤앰의 직접고용 정규직,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등 천 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은 참석했다. 노조는 8일 저녁 7시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노숙농성 돌입 문화제를 연다. 이종탁 위원장은 “일터를 잃고 갈 곳이 없는 노동자들이 마지막 남은 몸뚱어리로 저항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고를 철회할 때까지 노숙농성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씨앤앰은 대주주와 관계없는 협력업체 노사문제라는 입장이다. 홍명호 홍보팀장은 이날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노조원들 주장일 뿐”이라며 “지난 6월 말로 계약이 만료된 협력업체가 3곳 있었고, 교체를 진행했는데 조합원들이 ‘100% 고용승계를 하지 않으면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고 해 이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업체 사이에 ‘고용승계에 대해 최대한 협조한다’는 조항을 두고 해석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씨앤앰 전략부문장인 성낙섭 전무는 통화에서 “씨앤앰은 새로운 업체에 ‘채용시 기존 업체 인력을 최대한 뽑아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이 업체들도 기존 업체에 공문을 보내 면접시간을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면접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력사들은 전원 고용승계는 어렵지만 최대한 해보겠다는 입장으로 면접 기간을 연장했지만 노조원들이 면접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희망연대노조 소속 조합원이 씨앤앰의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입주해 있는 파이낸스빌딩을 올려다 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서울파이낸스센터 20층에 입주해 있는 MBK파트너스 사무실. (사진=미디어스)
▲ 8일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희망연대노조 조합원이 들고 있는 씨앤앰, 대주주 규탄 피켓.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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