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08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가 ‘국민유선방송투자(KCI)’를 설립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씨앤앰을 사들인 이후, 단 한 차례도 KCI에 대한 재무건정성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MBK파트너스(회장 김병주)와 맥쿼리 말고도 씨앤앰 투자기업이 두 곳 더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MBK와 맥쿼리는 씨앤앰 지분을 93.81% 보유한 KCI에 각각 50%대와 30%대를 출자했다.

지난 19일 미래부가 <미디어스>에 공개(정보공개청구일 10월22일)한 ‘2008년 씨앤앰 최대주주 변경시 정부가 의결한 승인조건과 이행실적’ 자료와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KCI 출자자 중 개인은 없다. 의사결정 권한이 있는 GP(General Partner)는 총 4곳으로 모두 법인이다. 그러나 미래부는 KCI 출자자 확정내역 등 씨앤앰 주주에 대한 정보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합편성채널 주주명단을 공개한 것과 비교된다.

두 회사는 현재 “경영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 봄부터 발생한 씨앤앰 사태 해결에 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하도급업체 노동자 109명 집단해고 문제, 2016년 이전 실행할 것으로 보이는 씨앤앰 재매각 시 고용안정 보장 등에서는 씨앤앰 최대주주 KCI와 이 회사의 최대출자자인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에도 책임이 있다. 잇따라 공개되고 있는 씨앤앰 내부문건을 보면, KCI는 씨앤앰으로부터 주간단위로 영업실적을 보고 받을뿐더러 셋톱박스 교체에도 관여했다.

정부도 KCI와 MBK, 그리고 맥쿼리에 책임을 물을 의지는 보이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공적 책무가 있는 방송사업자의 최대출자자, 그것도 의사결정권한이 있는 GP에 이번 사태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투자자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씨앤앰 의견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2015년) 재허가 심사에서 이를 반영할지 심사위원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개한 씨앤앰 최대주주 변경 승인조건 및 이행실적 점검 자료.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미래부가 맥쿼리와 MBK, 그리고 또 다른 GP 2개 법인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정부가 잘못 낀 첫 단추를 바로 잡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2008년 KCI의 씨앤앰 인수 당시 방송위원회(현 방송통신위원회)는 형식적인 승인 조건만 부과하고, 방통위는 이행실적을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씨앤앰 경영진에 대한 점검도 형식적이었다. 2008년 인수 전후, 2013년 말 기준 씨앤앰 이사 및 감사의 숫자를 비교하면 인수를 전후로 8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MBK 김병주 회장은 인수 직전부터 씨앤앰 이사였다. 김 회장을 포함해 인수 직후 구성된 이사 4명(김병주·부재훈·김광일·이태희)은 2008년부터 2013년 말까지 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부는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씨앤앰 이사 명단 중 성명 일부를 ‘블라인드’ 처리했다.

미래부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08년 방통위는 승인조건 ‘씨앤앰의 경영투명성 강화’를 판단하면서 ‘씨앤앰 이사회가 구성됐는지’ 여부만 확인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새롭게 이사를 선임하고, 이사회를 구성했다는 것을 보고 ‘경영 투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왜 인수 전후 현황뿐이냐’는 <미디어스> 질문에 이 관계자는 “매년 받아야 하는 조건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KCI의 재무건전성은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공적 책임’에 대한 의무와 이행실적도 크게 미달했지만 방통위는 이를 별 문제삼지 않았다. 씨앤앰이 제출하고 미래부가 정리한 2009~2011년(12월 첫주 기준, 2011년은 7월) 지역채널 방송실적을 보면, 씨앤앰은 정부가 케이블SO에 보장하는 ‘지역독점’의 반대급부로 부과하는 ‘지역성’ 의무를 오히려 축소했고, 퍼블릭액세스도 줄였다.

지역보도 본방송시간은 2009년 525분에서 2010년 540분, 2011년 450분으로 크게 줄었다. 지역·생활정보 본방송(자체제작+SO교환+구매) 시간은 2009년 1882분에서 2010년 868분, 2011년 1090분으로 줄었다. 특히 시청자제작프로그램 본방송 시간은 2009년 4661분에서 2010년 2130분, 2011년 2610분으로 줄었다. 재방시간은 2009년 3만5891분에서 2010년 25910분, 2011년 11550분으로 크게 줄었다.

씨앤앰이 ‘지역채널 방송실적’을 제출한 것은 2011년까지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2년 재허가 심사’ 당시 씨앤앰이 제출한 실적을 미래부가 재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 관계자는 “2012년 재허가를 하는데 당시 제출받은 자료를 모아 (정보공개청구용) 자료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규제기관인 방통위와 미래부는 사실상 씨앤앰의 공적 책무를 구체적으로 점검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은 “정부가 씨앤앰 사태의 본질인 ‘최대주주의 재무건전성’을 점검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부채를 지고 들어온 최대주주에 대한 점검을 하지 않은 것은, KCI가 부채를 상환하는 과정과 이것이 씨앤앰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전혀 추적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2012년 KCI는 (이자비용을 줄일 목적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씨앤앰을 인수할 당시 빚을) 리파이낸싱했는데 이에 대해 점검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씨앤앰에만 조건을 부과하고 이행실적을 점검한 것이 이번 씨앤앰 사태의 단초가 됐다는 게 김동원 연구팀장 분석이다. 그는 “규제기관이 씨앤앰만을 점검했다는 사실은 정부가 사모펀드의 방송 진입을 막겠다며 부과한 조건과 이에 대한 이행실적 점검이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보도 축소’에 대해 “지역케이블이 경쟁력을 잃고, 실제 지역가입자를 만나는 노동자의 처우가 악화되는 것에 대한 간접적인 수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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