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씨앤앰의 하도급업체 노동자 둘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와 파이낸스센터 사이에 있는 20미터 높이 옥외광고판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열흘째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씨앤앰 매각을 추진하면서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하도급업체들을 일부 정리하고, 노동조합을 깨려고 한다’는 게 난간 없는 전광판에 기어오른 이유다. 109명 해고자는 130일 넘게 대주주 사무실 앞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현재 MBK파트너스와 씨앤앰은 정규직 노동조합(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지부장 김진규)의 연대파업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의 전방위 ‘압박’에 “빠른 시간 노동조합을 만나 해고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공염불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씨앤앰은 18~19일 방통위와 국회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고, 관련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KBS, JTBC 등 방송도 고공농성 소식을 전하고 있는 만큼 압박의 ‘수위’는 높아졌으나 씨앤앰 설명대로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고공농성 중인 강성덕(35)씨와 임정균(38)씨의 건강은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은 지금 좁은 전광판 안에서 ‘쪽잠’을 자는 시간을 뺀 모든 시간을 전광판 위에서 기둥과 몸에 ‘밧줄’을 묶은 채 지낸다. 강성덕씨는 소화기관, 임정균씨는 기관지가 좋지 않아 치료가 필요한 상황으로 전해졌다.

▲ 고공농성을 하며 광고탑 위에 선 해고노동자 강성덕씨(왼쪽)와 조합원 임정균씨. (사진=오마이뉴스)

임정균씨는 농성 열흘째인 2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굉장히 높이가 높은 전광판이었고 참 찾는 이도 없었던 그런 외로운 곳이었는데 10일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느낌’을 묻는 질문에 “일단 관심을 갖고 일부러 지나가시면서 저희들한테 힘내라고 손을 흔들어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일부 시민분들은 거의 관심도 안 가지고 지나치는 모습들을 많이 본다”며 “그러면 한편으로 좀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임정균씨는 ‘고공농성’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단 가장 큰 건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죽음을 선택해야지만 우리가 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좀 들었다”며 “그리고 저희 씨앤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지부 조합원들이 109명이 부당해고를 당했다. 그래서 그 부당해고에 대해서 좀 지적하고 문제해결을 좀 해 달라고 여러 시민분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알리고 싶어서 이 높은 곳에서 외치고 싶어서 여기에 올라오게 됐다”고 말했다.

해고사유는 분명하다. 2015년 MBK 펀드1호 만료를 앞둔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고정비용을 줄여야 매각가를 높일 수 있고, 그래야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할 수 있다. MBK는 최근 대만 케이블SO를 되팔아 1조 원 가까운 차익을 얻은 바 있다. 여기에 하도급업체 노동조합의 존재는 매각가를 낮추는 요인 중 하나다. 씨앤앰이 하도급업체 노동조합 파업 전부터 ‘노조 깨기’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사실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임정균씨는 “일단 씨앤앰 매각을 앞두면서 그 매각의 선두에 있는 MBK파트너스가 매각을 위해서 노조가 있으니까 매각 가치도 떨어질 것 같고, 이건 추정이지만, 신규 업체가 기존 업체가 없어지면서 신규 업체로 바뀌는 과정 속에서 조합원만 다 고용승계를 안 했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새로운 업체에서 면접을 봤지만 업체들은 ‘선별 고용승계’를 고수했고, 이 때문에 109명이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게 임정균씨와 노조 주장이다.

임정균씨는 “투자한 이익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려서 팔고 나서 그 회사를 정리하는 방식인데 매각을 하겠다라는 게 기사화되고 가시화되면서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여러 회사한테 가입자들을 영업을 계속적으로 시키면서 이걸 가입자당 100만 원, 150만 원 이러면서 매각을 시도하려는 게 좀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노조를 깨고 가입자를 팔아넘기려는 ‘먹튀’를 시도한다는 것.

결국 문제는 원청 씨앤앰과 대주주 MBK가 풀어야 한다는 게 임정균씨 생각이다. 그는 “일단 이런 문제를 하청업체 대표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사항이 아니다”라며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는 다단계 하도급을 맺고 있는 협력업체에 대한 원청에 대한 개입에 대한 문제다. 추측이지만 개입이 없이는 이러한 행태나 형태를 할 수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고 말했다. 국회와 규제기관의 ‘압박’ 전까지 MBK와 씨앤앰은 ‘불개입’ 원칙이었다.

임정균씨는 해고자가 아니지만 해고된 동료들을 위해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가족’과 관련된 질문에 “일단 올라올 때 집사람한테 너무 미안해서 편지 한 통 남기고 왔다. 애들은 3명이 있다”며 “집사람한테 많이 당부한 게 아빠가 당분간 안 들어오더라도 아빠가 좋은 회사 만들려고 지금 열심히 밖에서 일하는 거니까 못 들어와도 이해해달라고 그렇게 말해 달라고 집사람한테 편지내용에 부탁하고 올라와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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