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의 하도급업체 3곳은 원청와 노동조합이 합의한 ‘전원 고용승계’를 번복, 일대일 면접으로 선별 고용승계를 고수했다. 이 때문에 74명의 노동자가 지난 1일자로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케이블 기사들은 항의 차원에서 지난 8일부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숙농성 1일차 모습. (사진=희망연대노조)

그런데 같은 날 노동조합이 있는 하도급업체들은 동시다발적 ‘공격적’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그리고 이튿날인 9일 오전 회사 문을 닫았다. 졸지에 직장을 잃은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원치 않은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스>는 씨앤앰 케이블기사의 아내가 ‘송파맘카페’에 쓴 글과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이 글을 편집해 제작한 영상을 소개한다.

우리신랑 보신각 간다네요

안녕하세요. 요즘 들어 속상하고 답답하고 화가 나서 어떻게 할지 몰라 이곳에 글을 올려봅니다.

제 남편은 씨앤앰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케이블방송 기사입니다. 씨앤앰방송이나 인터넷 신청하시면, 설치기사님 또는 AS기사님이 오시잖아요~ 케이블기사님들은 씨앤앰 정직원이 아니고,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기사입니다.

남편 말로는, 씨앤앰 원청이 하청업체 몇군데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케이블방송 기사 70여명을 대량해고했다고 해요. 그 분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되었구요.

케이블기사님들은 수년간 노예같은 삶을 살아서 작년에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원청과 고용승계를 약속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올해와서 씨앤앰이 매각을 앞두고 노조가 걸림돌이 된다며, 노조를 없애려고 해요.

이것 때문에 서울/경기 600여명의 케이블방송 전 조합원들이 법적절차를 밟아 하루 경고파업을 했었는데요~ 18군데 서울/경기 씨앤앰 하청업체 사장들이 직장폐쇄를 한다고 문자통보를 발송했어요. 회사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면서요~

저의 남편은 갖고 있던 장비랑 자재를 반납하려고 갔더니, 사장이 경찰에 무단침입이라며 신고하고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저의 남편은 한숨을 쉽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제가 알게 된 것은 제 남편이 잘 다니던 회사를 나갈 수 없게 되었고,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되었고, 일을 하지 못하니 봉급도 없을테고, 회사가 망한 게 아닌데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은 것입니다.

현재 남편은 투기자본, 먹튀자본이라는 씨앤앰 대주주 MBK-맥쿼리 건물 앞에서 노숙농성 중입니다. 남편 혼자가 아닌 씨앤앰 케이블방송 기사님들이 모여서 합니다. 그런데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군요.

600여 명의 케이블방송 기사님들과 가족들이 걱정이 되고요, 저희 가족 또한 걱정입니다. 이 일이 하루빨리 해결되어 한 가장이 가장으로서의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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