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티브로드와 씨앤앰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숙농성이 두 달 넘게 이어지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손을 놨다. 이들은 관련 TF를 구성했으나 두 달 전 킥오프 회의만 한 차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래부는 지난 7월 최양희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관계기관이 합심해 방송통신업계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했으나, 이제 와 미래부가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라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케이블SO를 규제하는 미래부의 뉴미디어정책과 이영미 과장은 12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최양희 장관 발언 이후 티브로드와 씨앤앰 사태에 어떤 방법으로 개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노사문제이기 때문에 (미래부가) 주도적으로 하기 보다는 노동부가 꾸린 TF 회의에 한 번 참석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장서서 하기보다 노동부와 협의하면서 양 사업자의 협력업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며 “우리가 사업자를 관리하기는 하지만 이 차원에서 접근하긴 어려운 문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부의 이 같은 태도는 지난 7월 최양희 장관(당시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입장과 정반대다. 최 장관은 티브로드 하도급업체의 공격적 직장폐쇄, 씨앤앰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량해고 문제에 대해 “한국 방송통신기업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며 “정부나 관련 기관들이 합심해 전략과 정책을 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나서 문제를 풀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영미 과장은 “장관 말씀은 ‘우리가 주도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안다”고 말했다.
방통위도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7월 방통위와 미래부,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원청 티브로드와 씨앤앰이 하도급업체 직장폐쇄와 노동조합의 파업을 전후로 제 3의 업체와 방문판매조직을 활용해 불공정거래를 하고 있고, 가입자를 기만하는 불법영업을 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두 달 가까이 조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방송시장조사과 관계자는 “9월 초에 현장점검을 실시했고 방송법 상 금지행위를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조사에 착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노동부도 원청을 건드리지 않고 있다. 노사관계지원과 관계자는 “노사간 대화와 교섭을 주선, 지도하고 있다”며 “티브로드도 어제(11일)부터 1박2일 집중교섭 중이고, 씨앤앰 직장폐쇄 문제는 어제 잘 해결됐고 다음 주중 집중교섭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실상 타결 수준을 결정하는 원청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예전과 달리 원청이 자신은 교섭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하청 노사) 교섭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게 노동부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은 규제기관이면서도 손을 놓고 있는 미래부에 대해 “노사문제가 야기된 배경에는 원청의 불공정행위와 다단계 하도급이 있는데 미래부가 이를 ‘노사문제’로 선을 긋고 외면하는 것은 규제기관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래부는 올바른 규제로 방송통신업계의 고질적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내고, 사업자들을 견인해야 한다”며 “노사문제라는 틀로 현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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