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15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케이블TV 씨앤앰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9월 씨앤앰 하도급업체들은 ‘원청 씨앤앰이 현장개통과 AS가 아닌 신규 가입자 유치를 강제로 할당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씨앤앰은 하도급 계약서에 영업 업무를 명시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기사들은 “원청의 영업압박에 건수를 못 채우면 퇴근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씨앤앰 "공정위 조사 받은 건 맞지만...계약서대로 했을 뿐"

씨앤앰 홍보팀 관계자는 19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공정위가 이틀 동안 현장조사를 한 것은 맞다”면서도 “협력업체들이 본연의 업무 외 영업을 했다는 것은 과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서에는 영업계획을 수립해 가입자를 모집하고 해지를 방어하는 업무가 있다”며 “협력업체에 물량을 강제 할당했다는 건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계약서에 있는 대로 영업을 했다는 게 씨앤앰 주장이다.

씨앤앰이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영업비용은 도급총액 중 25% 수준. 씨앤앰 관계자는 “영업 관련은 25% 수준이고, 나머지는 설치와 철거 그리고 AS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이 25%는 하도급업체별로 차등 책정된 인센티브가 빠져 있다. 이를 고려하면 업체 매출의 최소 30% 이상은 본사 영업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본사가 내려주는 영업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영업 못하면 사무실도 못 들어가고, 퇴근도 못하는 현실"

문제는 이 같은 영업 압박이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는 것.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영업을 못하면 사무실에 들어오지도 말고, 퇴근하지도 말라는 게 씨앤앰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본사는 업체에 월 1000~1200건 정도를 할당하고, 기사들은 직종에 따라 10~50건을 할당 받는다”며 “한 시간에 한 번 오는 전화를 전봇대에서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S기사는 월 10~30건 정도를 하면 200만 원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설치기사는 기름 값이 많이 들어가고, 이걸 보전하려면 월 30~50건을 해야 한다. 기사 별로 차이가 있지만 영업비용이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50% 정도다. 설치기사는 건당 단가가 낮기 때문에 영업을 하지 않으면 임금이 반토막 날 정도다. 본사는 방문판매 조직으로 영업 경쟁을 시키면서 영업 단가를 더 낮추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윤지영 변호사는 “씨앤앰과 업체는 도급의 외양을 쓰고 있지만 영업 건당 성과급 형태의 임금체계와 근로조건은 사실상 씨앤앰 본사에서 다 결정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여기에 하도급업체는 영업 압박을 전가하기 위해 노동자를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특수고용을 하면서 근로조건이 더 나빠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하도급 거래가 불공정할수록 애먼 노동자만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서비스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월급이 월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으로 들쭉날쭉한 이유는 ‘건당 수수료’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의 인터넷과 IPTV를 설치하는 노동자들은 임금 명세서에는 급여 항목과 사업소득 항목이 따로 있다. 반은 노동자, 반은 사장님인 셈이다. 씨앤앰 등에서 일하는 케이블 기사도 마찬가지다. 가짜 사장님이 비용을 들여 쥐어짠 이익은 원청이 챙긴다. 가난한 사장이 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