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발생한 씨앤앰 사태가 석 달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씨앤앰 하도급업체들은 임금 삭감안을 제시했고, 6월부터 8월 말까지 총 112명의 노동자를 계약만료로 해고했다. 노동자들은 7월부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주변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단순 노사관계, 원하청 ‘갑을’ 문제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씨앤앰 관계자는 최근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사실상 장영보 사장은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한다”며 “주주단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는 2007년 8월 컨소시엄을 구성, ‘국민유선방송투자(KCI)’라는 회사를 만들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을 사들였다. 인수대금은 2조1200억 원이었다. 이중 1조5660억 원은 빚이었다. 정부 인·허가 사업에 사모펀드가 들어오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재무건전성이 문제가 됐음에도 2008년 초 정부는 이 회사가 씨앤앰의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했다. 국민유선방송투자는 2013년 말 기준 씨앤앰 지분 93.81%를 갖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사모펀드와 채권이 지배하면서 국내 3위의 씨앤앰은 망가졌다. 단적인 예로지난해 씨앤앰은 620억3632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국민유선방송투자는 1261억6209만 원 당기순손실(씨앤앰 등 종속회사 연결기준)이었다. 2013년 말 기준 국민유선방송투자의 차입금은 총 2조767억8148만 원(단기차입금 55억 원 포함)이다. 이 회사는 신한은행 등으에게 연이자율 6.06~7.00%를 약속하고 2조1천여억 원을 빌렸다. 지난해 이자비용만 1546억4041만 원을 썼다.

▲ 15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린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최대주주가 진 빚은 씨앤앰의 모든 것을 바꿨다. 씨앤앰은 사모펀드와 채권단의 ‘현금 빨대’가 됐다.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 정상화와 공공성 확대를 위한 제안’ 연속토론회 <투기자본 씨앤앰과 방송플랫폼 공공성 위기>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씨앤앰 영업이익의 53.2%인 2557억 원을 이자비용으로 썼고, 당기순이익의 81.6%인 1344억 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씨앤앰은 ‘대주주와 빚쟁이에 지배된 회사’가 됐다.

특히 2012년 대주주와 씨앤앰 경영진이 2조 원 안팎의 빚을 저금리로 ‘리파이낸싱’하면서 씨앤앰은 더 망가졌다. 20여개 금융기관이 참여한 채권단은 씨앤앰에 리파이낸싱의 조건으로 △순차입금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의 비율을 2배 이하로 유지하고 △사전 동의 없는 부채·보증·담보를 하지 않고 △5억 원 이상 자산 매각 시 전액 조기상환에 사용하도록 했다. 김동원 연구팀장은 “사실상 재산권의 모든 행사가 통제되는 처지에 놓였다”며 “채권 지배에 종속된 방송사업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가입자를 늘리고, 디지털 전환을 서둘러야 했다. 성과는 있었다. 2014년 7월 말 기준 씨앤앰은 17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거느리며 업계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가입자는 242만5889명(대수 기준)이다. 이중 디지털가입자는 157만2438명으로 디지털 전환 비율은 64.8%다(2007년 11.2%). 업계 1위 CJ헬로비전(56.2%)보다 높다. 이는 케이블 규제기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씨앤앰 자본에 개입하지 않는 유일한 근거가 됐다.

그런데 ‘매각가’는 높아지지 않았다. 김동원 연구팀장은 “채무 관계는 다른 경쟁업체들에 비해 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투자보다 주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통한 디지털 전환과 신규 가입자 확보 등 영업전략에 치중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그러나 선도적 기술과 서비스 개발 없는 저가 영업력만으로는 매출 증대를 이루기는 어렵다. 결국 리파이낸싱의 중요한 조건이었던 ‘순차입금 대비 연간 영업이익율 유지’를 어렵게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씨앤앰은 ‘홈쇼핑 송출수수료=영업이익’ 상태다.

▲ 공공미디어연구소 김동원 연구팀장(오른쪽)이 ‘투기자본 씨앤앰과 방송플랫폼 공공성 위기’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비용절감 압박은 밑바닥부터 시작됐다. 한 씨앤앰 간접고용 노동자는 “케이블에서 16년 넘게 일했지만 월급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고 오히려 내려갔다”고 말했다. 2009년 IPTV 등장으로 경쟁은 더 심해졌고 ‘자뻑’(자기 돈으로 상품 가입)과 ‘유령가입자’ 만들기는 일상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에 따르면, 씨앤앰 가입자 10%가 넘는 28만 명은 존재하지 않는 유령가입자다. 씨앤앰은 가입자 당 100만 원의 가치가 있다고 계산하는데 총 2800억 원을 뻥튀기해 홍보한 꼴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하청과 노동자 몫이었다. 김동원 팀장은 씨앤앰이 △설치단가와 수수료를 일방 조정(5년 간 동결)하고 유지·보수비용을 50% 삭감했고 △설치·철거 검수를 통해 협력업체 단가를 이중으로 차감해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씨앤앰은 최근 하도급업체를 일부 정리 중이고, 이 과정에서 노동자 112명은 집단해고됐다. 김 팀장은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자산가치의 하락 방어책으로 ‘순종적인 씨앤앰과 협력업체 노동자’ 구성에 몰두하고 있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입자도 피해자다. 김동원 팀장은 단기이익이 목표인 자본과 채권이 방송플랫폼을 지배하면서 동일상품의 가격을 차등화해 가입자들이 피해를 입었고, 시청자의 미디어 선택권은 제약됐고, 개인정보는 무단으로 활용되는 등 소비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공공성 위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씨앤앰 사태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단순한 노동 착취가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채권-채무 관계에 포섭돼 가치로 평가되는 봉쇄된 한국 방송산업의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죄’는 사모펀드의 방송 진출을 용인한 정부에 있다. 김동원 팀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유료방송플랫폼 관련 목표는 공정거래와 디지털 전환 두 가지뿐”이라며 “애초 차입금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이제 와 정부는 ‘노사문제’라고 하고 있고, 씨앤앰 경영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하고, 채권단은 ‘경영진과 얘기하라’고 한다. 씨앤앰 사태의 책임은 상당부분 감독기관에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래부와 방통위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사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미래창조과학부 이영미 뉴미디어정책과장도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진=미디어스)

투기자본감시센터 이대순 공동대표(변호사)는 “여론형성 등 국민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중추 역할을 하는 방송플랫폼을 ‘금융수익 자체가 최대 목적’인 사모펀드, 투기자본에 넘겨준 것 자체가 가장 큰 실책”이라고 꼬집었다. 미디어기업 컨설팅 업체인 ‘M&C파트너’ 주영호 대표는 “무료보편 플랫폼이든 유료방송사업자든 해당산업이 사회적 역할, 공적 책무를 수행한다면 종사자의 삶의 질 등 사업자의 사회적 역할을 정확히 지적할 수 있는 것으로 재허가 심사항목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부는 2008년 검증을 통해 최대주주 변경을 승인했고, 이후에도 재무건전성 등 승인조건에 대한 이행실적을 매년 점검해왔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영미 뉴미디어정책과장은 “사모펀드에는 투기 성격이 있을 수 있다는 위험 때문에 여러 조건을 부여한 것”이라며 “변경 승인 과정에서 (씨앤앰이)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있었고, 충분한 투자를 약속해 매년 점검을 했다.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높였다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디지털 전환율이 11%에서 지금 65%로 올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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