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정치권-시민사회의 ‘전방위’ 압박을 못 이긴 사모펀드가 백기를 든 걸까, 시간을 끌려는 걸까. 노숙농성 다섯 달이 넘었고, 고공농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씨앤앰의 최대투자자 중 한 곳인 맥쿼리가 입을 열었다. 10일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운용 신중섭 전무는 “오늘 오전 씨앤앰 경영진과 통화를 했는데 ‘(노동조합과) 합의를 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10일 오전 8시 반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 40여 명은 씨앤앰 최대투자자 중 한 곳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운용의 서울 소공동 사무실이 입주한 한화빌딩 9층을 방문, 면담을 요청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씨앤앰 간접고용 노동자 둘이 서울 한복판에서 고공농성을 시작한 뒤 ‘원청’ 씨앤앰 장영보 사장은 원청-하청-노동조합 3자협의체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회사안을 거부했다. 씨앤앰의 대책은 제3의 하도급업체를 신설해 해고자 109명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는 내용인데 씨앤앰이 업체 설립에 관여하지 않을뿐더러 설립 방안 자체가 없는 ‘맹탕’이었다는 게 노조가 거부한 이유다.

특히 씨앤앰은 지난 1일부터 4일 동안 진행한 ‘집중교섭’에서 △해고자 원직복직 △매각 전후 구조조정 중단 약속 △2014년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원·하청) △위로금 지급 등 노동조합의 4대 요구안 중 해고문제에 대한 방안만 제시했다. 노동조합은 지난 4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MBK파트너스와 맥쿼리 등 주주사와 씨앤앰 경영진을 압박했고, 9일 참여연대 등 시민운동단체와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 노동운동단체들은 ‘씨앤앰 사태 해결을 위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좀처럼 입장 변화가 없던 씨앤앰이 전향적으로 노조에 대화를 제안한 것은 10일 희망연대노조 씨앤앰지부 노동자 40여 명이 맥쿼리에 면담을 요청하고, 서울 소공동 맥쿼리 사무실을 항의방문하면서부터다. 맥쿼리는 항의방문 직후 씨앤앰 경영진에게 사태를 빨리 해결하라고 요청했고, 이에 씨앤앰 경영진은 “(노동조합이 거부한 안이 아닌) 솔루션이 있다”, “합의하겠다”고 알렸다. 실제 씨앤앰은 10일 노동조합에 3자협의체를 재개하자고 제안했다.

주주사의 압박에 씨앤앰은 “해고자 원직복직”이라는 ‘플랜B’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앤앰은 11일 오후에 교섭을 하자고 제안하며 그 자리에 109명 해고자가 발생한 하도급업체들도 참석할 것이라고 알렸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우선 참석을 하되, “4대 요구안에 대한 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해고자 원직 복직 외 세 가지 요구안에 대한 해법이 없어 집중교섭이 어그러졌다는 점을 고려할 때, 씨앤앰은 어떤 수준이든 4대 요구안에 대한 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맥쿼리 신중섭 전무는 “하도급업체 문제라 (법적 책임을 뛰어넘는) 불가능한 요구도 있다. 씨앤앰 경영진에게 ‘법과 다른 업체와 계약관계를 고려해 합리적인 선에서 잘 마무리하라’는 의견을 보냈다”며서도 “(전광판에 올라간) 두 분이 너무 춥다. 그래서 ‘하루 빨리 해결해 달라’고 했다. 씨앤앰 경영진은 (노조가 거부한 안이 아닌)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현재 한화빌딩 주변에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조합원과 경찰이 대치 중이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반께 맥쿼리 사무실 앞에 모여 면담을 요청한 노동자 40여 명 가운데 27명은 오후 3시 현재도 “면담 없이는 내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맥쿼리는 경비용역업체를 통해 노조에 “면담은 불가능하다”며 “업무에 방해가 되니 퇴거해 달라”고 요청했다. 맥쿼리 사무실이 입주한 한화빌딩 시설관리팀도 이날 오전부터 총 7차례 퇴거를 요청했다.

현장에 도착한 씨앤앰 경영진은 “면담요청서와 내용을 서류 형태로 정리하면 맥쿼리에 전달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화빌딩 주변을 둘러싼 희망연대노조 조합원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경찰은 퇴거불응죄 등을 적용, 현행범으로 전원연행하겠다는 입장이다.

▲ 항의방문 두 시간여 만인 오전 10시28분 남대문경찰서는 노동자들에게 “자진퇴거하지 않으면 전원 연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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