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씨앤앰 원·하청과 노동조합이 3자협의체를 재개한다. 노동조합와 시민사회, 그리고 국회와 규제기관, 주주사까지 압박한 결과다. 씨앤앰 경영진이 하도급업체 해고자 109명 고용 문제, 원·하청 노동조합과의 2014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미체결 문제에 대해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씨앤앰이 내년 본격적으로 시작할 ‘매각’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않겠다는 ‘약속’을 할지도 관건이다.

고공농성이 시작되면서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단체부터 참여연대 등 시민운동진영, 여기에 천주교·불교·기독교 3대 종단까지 전방위로 씨앤앰과 MBK, 맥쿼리를 압박했다. 급기야 씨앤앰 경영진은 기자회견까지 열고 사태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한 집중교섭에서 씨앤앰은 ‘노동조합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고, 4일 노동조합은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며 ‘씨앤앰 사태’는 장기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태 장기화에 시민사회와 노동운동단체들은 9일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10일 씨앤앰 노동자들은 또 다른 주주사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운용에 면담을 요청하며 사무실 앞 복도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전 <미디어스>와 통화한 맥쿼리 신중섭 전무에 따르면, 맥쿼리는 씨앤앰 경영진에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만들라 촉구했고, 씨앤앰은 ‘새로운 해법을 준비 중이며 노동조합과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맥쿼리에 전했다.

MBK와 맥쿼리는 그 동안 언론에 씨앤앰 경영진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씨앤앰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주체도 주주사다. 이런 까닭에 11일 씨앤앰이 내놓을 교섭안은 주주와 씨앤앰의 ‘마지노선’일 가능성이 크다. 씨앤앰이 109명을 계약만료로 고용승계하지 않은 하도급업체 대표들도 3자협의체에 불러들인 만큼 오늘부터 며칠 동안 이어질 집중교섭이야말로 씨앤앰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덕 임정균씨가 서울 한복판 프레스센터 전광판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인지 30일차인 12월11일 낮 노동건강연대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고 있다. 이날 전광판 위에는 총 2차례에 걸쳐 의료진과 천주교 노동사목위원회가 올라갔다. 한겨레 시사IN KBS가 전광판 위에 올라가 현장을 취재했다.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11일 <미디어스>와 만나 “지금이 노사가 소모적인 피해와 손실을 최소화하며 상생할 수 있는 마지막 고비”라며 “이 시점을 넘어가면 ‘너 죽고 나 살자’는 분위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씨앤앰이 주주의 압박까지 받아가며 제시한 안은 사실상 ‘마지막’ 안이기 때문에 교섭 결과에 따라 노사 간 극단적인 대립이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고공농성 중인 강성덕, 임정균씨의 건강은 ‘최악’ 상태다. 11일 전광판 위에 올라가 두 사람을 진료한 노동건강연대 의료진에 따르면, 두 사람의 어지럼증과 두통은 심각한 상황이다. 의료진은 “전광판 내 전자파와 심리적 스트레스, 그리고 불면증으로 두통이 심각하고 방광염도 위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사태해결까지 농성을 이어갈 생각이다. 전광판 위에서 두 사람을 만난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는 두 사람이 “회사가 또 시간을 끄는 것은 아닌지,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남신 소장은 “노동조합의 입장이 어느 정도 열려 있는 만큼, 씨앤앰도 더 이상 무리수를 두면 안 된다”며 “4대 요구안에 대한 일괄 타결 의지를 가지고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능한 모든 단체가 달라붙은 만큼 이 싸움에는 민주노총의 명운이 걸렸다고도 볼 수 있다”며 “직선제로 선출될 새 지도부도 씨앤앰 사태 해결을 우선순위로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씨앤앰은 최근까지 109명 중 일부를 원직으로 고용승계하고, 나머지를 제3 하도급업체에 고용시키는 안을 하도급업체들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접고용 노동자의 해고기간과 직접고용 정규직 노동자의 파업기간에 대한 ‘위로금’도 일정수준에서 계산해 교섭에서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씨앤앰 경영진이 3자협의체에서 임단협 체결 등을 추후로 미룬다면 또 다시 교섭이 어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희망연대노조는 교섭 재개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원직복직, 구조조정 중단, 임단협 체결 등 노동조합의 요구안을 올바르게 타결할 수 있는 교섭이 되어야 한다”며 “이미 전자파와 열악한 농성 환경 때문에 방광염과 어지럼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강성덕 임정균 두 동지를 이대로 둘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땅으로 내려와 치료도 받고 가족과 동지들 곁에서 환히 웃을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하다”고 밝혔다.

▲11일 희망연대노동조합은 기자회견을 열고 씨앤앰 경영진에 4대 요구안에 대한 해법만이 두 고공농성자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미디어스.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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