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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씨앤앰을 공짜로 보는 ‘마이클 병주 킴’이 살고 있다”[르포] 씨앤앰 ‘먹튀’ 시도 중인 사모펀드 큰손 MBK를 찾아서
박장준 기자 | 승인 2014.11.25 15:07

“제가 사는 동네에도 이렇게 높은 곳이 많고, 골목도 깁니다. 그런데 여기는 집 크기가 정말 다르네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133-○○번지는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회장님댁’ 같았다. 맞다. 여기는 회장님이 살고 있는 곳이다. 서울 지하철6호선 이태원역 2번 출입구로 나와 걸어서 10분, 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도착한 곳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사위이자 ‘M&A(인수합병) 업계의 큰손’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저택이다. 우편함에는 저 멀리 ‘뉴욕’에서 날아온 편지가 있었다. 수신자는 ‘Mr. Michael B. Kim’이었고, 발신자는 뉴욕의 한 금융회사인 것 같았다.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진 김 회장은 2005년 자신의 이름 ‘Michael Byungju Kim’을 딴 사모펀드운용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투자자를 모았다. MBK는 2007년부터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와 손을 잡고 씨앤앰 인수에 나섰다. MBK와 맥쿼리는 ‘국민유선방송투자(KCI)’라는 회사를 만들고, 인수할 기업인 씨앤앰을 담보로 1조5천억 원 이상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인수에 성공했다. 2008년 방송위원회에서 ‘최대주주 변경 승인’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다들 “역시 마이클 병주 킴”이라고 외쳤을 만한 ‘작품’이었다. 사모펀드는 그렇게 ‘지역독점’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손에 넣었다.

씨앤앰이 포함된 MBK파트너스 펀드1호 만료는 2015년이다. MBK는 케이블방송사가 ‘지역독점’이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율을 끌어올리기만 하면 가입자당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오판이었다. 이동전화+인터넷+IPTV 결합상품으로 무장한 이동통신사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한 케이블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케이블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매년 천억 원 이상의 이자를 내는 처지에도 종국에는 ‘먹튀’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남은 방법은 하도급업체를 쥐어짜고, 노동 몫을 줄이고, 노동조합 리스크를 없애는 것뿐이다.

씨앤앰은 계약기간 중에 하도급업체 일부를 정리했고, 새로 바뀐 업체들은 ‘선별 고용승계’를 강행했다. 지난해 원청 씨앤앰이 노동조합에 약속한 ‘고용승계’는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됐다. 6월 초부터 지금까지 총 109명이 계약만료로 해고됐고, 이들은 7월부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넉 달이 지나는 동안 씨앤앰 경영진은 MBK에 “곧 정리될 것”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오판이었다. 지난 12일 ‘해고자’ 강성덕씨와 ‘비해고자’ 임정균씨는 20미터 높이 전광판에 기어올랐다. 그리고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 고공농성 14일차인 11월25일 낮. 두 노동자는 오늘도 몸에 밧줄을 묶고 전광판 위를 지키고 있다. 농성장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서울파이낸스센터 20층에 있는 MBK파트너스 사무실에서는 고공농성장이 훤히 보인다. 그런데 노동조합이 면담을 요구하며 사무실을 찾았을 때는 단 한 명의 직원도 없었다. 시민, 노동운동단체가 항의서한을 전달하러 갔을 때도 불은 꺼져 있었다. <미디어스>도 김병주 회장에게 의견을 묻기 위해 세 차례 사무실을 찾았지만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 벨을 눌러도 반응이 없었다. MBK를 찾아갈 때면 항상 씨앤앰 경영진과 MBK가 고용한 시설관리요원들이 있었다. 급기에 지난주에는 “MBK가 명동에 사무실을 하나 더 얻었고, 직원 한둘을 남기고 그쪽으로 이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만이 109명 해고 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게 노동조합 생각이었다. 노동조합은 김병주 회장 집을 수소문했고, 25일 이태원 회장님 댁을 방문했다. 노동자들은 특기를 발휘해 전주를 타고 올라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손피켓을 붙이고 구호를 외쳤지만, 김병주 회장과 씨앤앰 경영진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곳에는 경찰이 진을 쳤다. 경찰은 노동자들이 김 회장 집 앞에 붙인 손피켓을 서너 개 빼고 모두 뜯어냈다. 노동조합은 “집주인이 직접 떼야지 왜 경찰이 떼느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전주 위에 붙은 피켓은 경찰 능력 ‘밖’이었다.

   
▲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김병주 회장 집 벽에 손피켓을 붙였다. (사진=미디어스)
   
▲ 케이블 기사들은 김병주 회장 자택 바로 앞에 있는 전신주를 타고 올라 손피켓을 붙였다. 경찰은 노동자들이 붙인 손피켓을 대부분 떼어냈지만 이것만은 떼낼 수 없었다. (사진=미디어스)

백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대궐’에 달라붙었지만 십분의 일도 못 채웠다. 이제 노동조합은 김병주 회장을 따라다니는 ‘그림자 투쟁’을 시작할 계획이다. 농성장에는 ‘그놈 잡자’는 구호가 붙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김진규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씨앤앰 경영진 뒤에 숨어서 단 한 줄의 해결책도 내놓지 않는 김병주 회장은 차라리 한국을 떠나라”고 했다. 김일웅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매각가 높이려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고, 투자자 수익률을 위해 노동자의 터전을 망가뜨리고, 투기자본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장은 “전화 한 통에 달려가는 그런 친절한 노동자들인데, MBK는 매각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109명을 해고했다”며 “지금 노동자들이 집으로 가지 못하고 거리에 있고, 2명은 목숨을 걸고 광고판에 올랐는데 얼마나 더 처절하게 싸워야 하느냐”고 말했다. 25일 낮 고공농성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언론개혁시면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2008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며 “언론운동진영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BK가 상대할 ‘적’이 많아지고 있다.

햇볕이 잘 드는 남향에 탁 트인 전망, 회장님 댁 정원에는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KT스카이라이프 접시가 있었다. 씨앤앰은 2008년 회장님 댁에 공짜로 방송을 설치해줬다. 씨앤앰 관계자는 “보통 경영진 집에는 채널을 바꿀 수 있는 특별한 ‘셋톱박스’를 설치하지만 용산구에는 씨앤앰 망이 없고 파워콤 망을 빌려 쓰는 탓에 일반 셋톱을 설치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김병주 회장은 ‘투자’할 의지가 없었던 것 같다. ‘설비투자’는 않고 가입자를 늘려 씨앤앰을 팔아 치우려고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분위기면 ‘먹튀’ 못 할 것 같다. 이를 어쩌나.

   
▲25일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는 김병주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미디어스.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기획국장은 25일 MBK와 씨앤앰에 109명 해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1인시위를 했다. (사진=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weshe@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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