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노사교섭 최종결렬 뒤 순환파업과 ‘적정노동’ 준법근무를 이어가던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600여 명이 길거리에 내몰렸다. 하도급업체 13곳 이상은 9일 오전 9시부로 동시다발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업체 교체 과정에서 ‘일대일 면접-선별 고용승계’를 거부한 뒤 지난 1일자로 해고된 노동자 74명이 씨앤앰의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 주변에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힌 직후 일어난 일이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씨앤앰 하도급업체 노동자들) 600여 명은 지난달 노사교섭이 최종 결렬된 뒤 경고파업, 순환파업 등을 벌이다 현장에 복귀해 ‘준법투쟁’을 시작했다. 노동조합과 원청 씨앤앰이 지난해 맺은 기준협약에 따르면, 간접고용노동자의 업무 ‘최소기준’은 △케이블 및 인터넷 방송 설치는 한 시간에 한 건 △AS는 40분에 한 건 △철거는 20~25분에 한 건 등이다.

이에 협력사협의회 소속 하도급업체 13곳 이상은 8일 오후 직장폐쇄를 결정하고 이튿날 이를 단행했다. 모두 노동조합이 있는 업체들이다. 이 결정은 최근 업체 3곳이 ‘전원 고용승계’를 하지 않아 계약만료로 해고된 노동자 74명이 노숙농성을 선언한 날 이뤄졌다. 씨앤앰 홍명호 홍보팀장은 9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아침에야 이야기를 전해 들었고, 갑작스럽게 이루어져서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 (사진=희망연대노동조합)

직장폐쇄는 ‘무노동 무임금’으로 비용을 줄이려는 씨앤앰과 노조를 없애 매각가를 높이려는 대주주의 합작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블 업계에 따르면, 씨앤앰은 교섭 결렬 이후 최소 60억 원의 대체인력 비용을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폐쇄로 ‘무노동 무임금’을 만드는 게 씨앤앰에게 유리하다. 매각을 추진하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이 참에 노조를 없애자’고 판단을 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9일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 농성장에서 만난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김영수 지부장은 이번 직장폐쇄에 대해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가입자 늘리기로 몸집을 불려 매각가를 높이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제 노조를 없애려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실적이 좋지 못한 씨앤앰 입장에서는 책임을 노조로 돌리는 게 가장 쉽겠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이번 직장폐쇄로 상대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김영수 지부장은 이어 “직장폐쇄로 이제 ‘생존’ 문제가 됐다”며 “갑작스럽게 직장폐쇄 공지를 받아 조합원들이 한때 술렁였지만 ‘직장폐쇄는 원청와 대주주의 지시가 없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1차적으로 74명 해고와 직장폐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각을 위해서라도 가입자와 노동자의 문제, 방송공공성 문제를 안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에서 노숙농성 중이다. 노동조합은 매일 오전 11시께 농성장에서 조합원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저녁에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제를 개최한다. 이에 앞서 티브로드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지난 1일 티브로드 광화문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케이블SO 관계자는 “티브로드와 씨앤앰이 가장 악질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8일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수십 명이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 주변 노숙농성에 돌입한 날, 하도급업체 13곳 이상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74명의 해고자에서 시작한 노숙농성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 농성장에 걸린 걸개그림. (사진=미디어스)
▲ 농성장에 걸려 있는 노동조합의 요구안 일부. (사진=미디어스)
▲ 씨앤앰 하도급업체들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9일 오전.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들은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 농성장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노동자는 “직장폐쇄? 오히려 고맙다. 이제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미디어스)
▲ 9일 농성장에서 열린 집회에서 조합원들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하도급업체, 원청과 대주주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농성장 모습.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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