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씨앤앰의 케이블방송과 인터넷을 영업·설치·AS·철거하다 계약만료로 대량해고된 노동자들이 대주주 MBK파트너스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인지 석달이 다 돼 가고 있다. 노동부와 정부도 이 사태에 개입하지 않는 탓에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시민단체와 가입자들은 씨앤앰에 수차례 면담을 요청하며 항의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씨앤앰 경영진이 노동자들의 노숙농성과 시민단체의 방문을 비난하는 목적으로 추정되는 글을 써 논란이 일고 있다.

▲ 고진웅 부사장 페이스북 갈무리.

고진웅 부사장이 지난 24일 밤 페이스북에 “만나자면 약속을 하고 찾아와야지 약속도 안하고 찾아와 무작정 만나달라면 만나줘야 할까? 요즘 앞뒤 안가리고 지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썼다. 이 글은 22일 ‘케이블비정규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울지역시민사회단체 모임’의 항의방문 이틀 뒤 작성된 것으로 글의 내용으로 봤을 때 시민단체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디어스>는 26일 오전부터 수차례 글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해줄 것을 씨앤앰에 요청했으나 답변이 없는 상태다.

‘약속을 않고 무작정 찾아왔다’는 고 부사장 주장과 달리 시민단체 모임은 지난 8월 이후 총 3차례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씨앤앰은 회신하지 않았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8월11일, 8월20일, 9월22일 총 3차례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시민단체 모임은 지난 7월 가입해지운동을 벌였고, 2천 명이 넘는 가입자들의 서명용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씨앤앰은 문을 걸어 잠궜고,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시민단체와 노동자들의 출입을 제지했다.

시민단체 모임은 26일 성명을 내고 “이는 누가 보아도 전날 서울지역시민사회단체 및 가입자들의 면담 요청을 위한 씨앤앰 방문을 두고 한 말임에 틀림없다”며 “지역 가입자가 찾아 왔을 때, 용역과 경찰들로 막기에 급급했던 씨앤앰의 경영진이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고스란히 SNS에 올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모임은 “씨앤앰 경영진은 지역주민이자 가입자들에 대하여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 ‘배고 덜 고픈 사람들’로 치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시청자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진데 씨앤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너무나 개탄스럽다”고 씨앤앰을 꼬집었다.

▲ (사진=미디어스)

고진웅 부사장은 같은 날 오전에도 “아직 배가 들 고파서 하는 소리들이 많다”고 썼다. 시민단체 모임과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이 글이 해고 이후 노숙농성 중인 노동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 이후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지난해 씨앤앰과 하도급업체 노동조합은 ‘업체 변경시 고용승계’를 합의했으나, 하도급업체들은 ‘일대일면접-선별 고용승계’를 고수해 6월 이후 109명이 계약만료로 해고됐다. 이들은 지난 18일 MBK파트너스 사무실 앞에서 면담을 요구했고, 경찰은 노동자 67명 전원을 연행했다.

이를 두고 희망연대노동조합 관계자는 26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부사장의 글은 씨앤앰 경영진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조합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여과없이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고 문제에 대해 원청 씨앤앰과 협의를 진행 중인지’ 묻자 이 관계자는 “직접 만나지는 못하고 있지만 씨앤앰 정규직 노동조합 등 우회적인 채널을 통해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며 “그러나 씨앤앰은 여전히 ‘우리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디어스>는 씨앤앰 홍보팀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글의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아이뉴스24에 따르면, 고진웅 부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에서 학사,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통신 쪽에서 일을 시작했다. 고 부사장은 1988년 데이콤에 입사했고, 1998년부터 2003년까지는 하나로텔레콤에서 근무했다. 씨앤앰커뮤니케이션 상무로 직장을 옮긴 것은 2004년 10월이다. 통신에서 방송으로 옮긴 인사로 화제가 됐었다. 현재 씨앤앰의 기술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으며, 직급은 전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