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또 붙들려 나왔다. 업계 3위 케이블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씨앤앰을 위해 일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18일 낮 12시 반께 서울파이낸스센터 20층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 앞에 모여 이 회사 한국법인 대표이자 씨앤앰 최대주주인 국민유선방송투자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종하씨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은 노동자들을 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4시간 만에 끌어내렸다. 이날 연행된 60여 명은 씨앤앰이 간접고용한 노동자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맥쿼리는 지난 2007년 국민유선방송투자라는 회사를 만들어 씨앤앰을 인수했다. 그리고 2012년께부터 재매각을 추진했다. 차익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케이블업계가 IPTV에 밀리면서 씨앤앰의 매각가는 인수 당시만 못하게 됐다. 씨앤앰은 가입자수를 늘려 몸집을 키우면서도 하도급업체 관련 비용을 줄여 매각을 재추진했다. 지난 6월 이후 총 109명의 해고자가 나왔고, 이들은 7월부터 MBK파트너스 사무실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였다.
109명 해고 문제에 대해 MBK, 씨앤앰, 하도급업체들은 모두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씨앤앰의 노무담당자인 한상진 상무는 <미디어스>와 만나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홍명호 홍보팀장은 통화에서 “협력업체 노사, 고용문제”라고 말했다. 협력사협의회도 17일 교섭에서 해고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MBK 측은 남대문서 관계자에게 “주주가 아닌 씨앤앰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여러 업체에 걸쳐 해고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원청과 주주가 정리,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노동조합 입장이다. 이날 노동자들이 연행과 벌금을 각오하며 대주주 사무실을 찾아간 이유다. 특히 한상진 상무는 18일 낮 노동조합과 만나 “우리는 MBK를 불러낼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앤앰의 경우, 9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민유선방송투자와 이 회사 설립을 주도한 MBK파트너스가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유구조다.
고정비용을 줄여 매각가를 높이려는 주주에게 노동조합은 눈엣가시다. 경찰이 농성 4시간만에 신속하게 나선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애초 남대문경찰서 관계자들은 노동조합에 MBK파트너스와 만남을 주선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다. 남대문경찰서장은 연행 작전 직전 “이렇게 있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4시40분께 스크럼을 짠 노동자들을 한 명씩 떼어내기 시작했고, 한 시간에 걸쳐 67명을 강제 연행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경찰에 사지가 붙들려 내려왔다. 노동자들은 경찰차에 올라타며 “MBK, 씨앤앰이 해결하라”, “부당해고 즉각 해결하라”고 외쳤다. 조합원들이 연행되는 모습을 보던 이종탁 희망연대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은 “조합원들의 분노가 여기까지 왔다”며 “(해고자 109명은) 누군가는 책임져야 할 문제지만 어디에도 그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 김영수 지부장은 “쫓겨날 각오를 하고 올라갔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