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씨앤앰의 하도급업체 직장폐쇄 문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의 압박에도 원청이 하도급 문제에 개입하지 않기로 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탓이다. 지역 시민단체들과 가입자들은 가입해지 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28일 씨앤앰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가입한 희망연대노동조합에 따르면 씨앤앰 하도급업체 노사는 이번 주 일부 핵심쟁점을 제외한 단체협약안에 대한 교섭을 진행 중이다. 협력사협의회는 임금 및 복리후생 등 사실상 원청이 결정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노조가 원청과 직접 협의하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들은 계약만료로 74명의 노동자가 사실상 해고되자 지난 8일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뒷편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같은 날 협력사들은 동시에 공격적 직장폐쇄를 결정했고 이튿날 전격 단행했다. 600여 명의 노동자가 졸지에 직장을 잃고 거리에 내몰렸다.

▲ 9일 낮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희망연대노동조합 집회. 이날 집회에서는 1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집결해 씨앤앰과 티브로드 하도급업체의 직장폐쇄를 규탄하고 원청의 교섭을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그러나 원청 씨앤앰은 직장폐쇄 사태는 협력사 노사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오히려 씨앤앰은 직장폐쇄 이전 노동자들이 ‘적정노동’(방송 및 인터넷 설치는 1시간에 1건, AS는 40분에 1건, 철거는 20~25분에 1건)을 할 때부터 제 3의 하도급업체와 위수탁계약을 맺고 대체인력을 투입하고, 방문판매조직을 확대해 업무공백을 메웠다.

16, 17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이 씨앤앰의 대정부 로비 자료를 공개하며 씨앤앰을 압박했으나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내부 접대비 자료에는 케이블SO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박윤현 방송정책진흥국장(방송진흥기획관, 2급)과 이아무개 뉴미디어정책과장이 골프장, 룸살롱 등에서 씨앤앰 장영보 사장 등과 간담회를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원청이 나서야 한다는 점에서 하도급업체 노사의 입장이 일치하고, 국회까지 압박에 나섰으나 씨앤앰은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논의를 하던 와중에 갑자기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씨앤앰이 노동조합과 국회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애초 씨앤앰 하도급업체들이 임금 20% 삭감을 요구했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대주주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매각가를 높이기 위해 협력업체와 노동조합을 정리하려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씨앤앰이 국회 중재마저 거부한 것은 협력사와 노동조합을 정리한 뒤 흑자도산을 할 의도라고 분석했다.

▲ 지난 8일 씨앤앰 간접고용노동자 수십 명이 대주주 MBK파트너스 사무실 주변 노숙농성에 돌입한 날, 하도급업체 13곳 이상이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서울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뒤편 농성장에 걸린 걸개그림. (사진=미디어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가입해지운동’으로 씨앤앰 대주주와 경영진을 압박하고 나섰다. 서울 마포구 서대문구 노원구 지역의 씨앤앰 가입자들은 오는 31일 서울 삼성동 씨앤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차로 가입해지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이후 지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가입해지운동은 씨앤앰을 압박하는 사실상 마지막 수단으로 볼 수 있다. ‘케이블방송·통신 공공성 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노동당 서울시당 김일웅 위원장은 “가입자 권리의 출발점은 현장 노동자의 권리가 지켜지는 것이라는 취지에서 시작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일웅 위원장은 이어 “시청자, 시민사회단체, 국회, 노동조합은 그동안 원청 씨앤앰에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직장폐쇄 문제에 대해 대화를 요청하고 사회적 책임을 촉구했지만 씨앤앰은 노동조합을 깨려고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입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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