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오늘(12월31일)로 50일 째 서울 한복판 전광판 고공농성을 벌인 씨앤앰 하도급업체 노동자 둘이 땅을 밟는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직접고용 정규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함께 한 의미 있는 승리”라고 평가했다. ‘해고자’ 강성덕씨와 ‘비해고자’ 임정균씨는 11월12일 새벽 4시 서울 프레스센터 앞 서울신문 전광판에 기어올랐다. 두 사람은 씨앤앰 하도급업체 109명 해고자 복직과 구조조정 중단 등을 요구했다. 씨앤앰 정규직 노동조합의 연대파업과 전 사회적 압박이 이어졌고, 결국 씨앤앰 경영진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대다수 수용했다.

연말을 굴뚝에서 보내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스타케미칼 차광호, 쌍용자동차 이창근 김정욱씨 이야기다. 차광호씨는 5월27일 공장 매각 중단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45m 높이 굴뚝에 올랐다. 7개월이 넘었다. 이창근 김정욱씨는 12월13일 70m 높이의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회사와 대화하고 싶다”는 이유다. 세밑에 들려온 광화문 발 ‘낭보’에 굴뚝에 오른 노동자들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교섭 타결 소식에 기뻐해야 할 강성덕 임정균씨는 그런데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왜일까. 다음은 두 사람이 전광판에서 내려오기 전 밤과 새벽에 쓴 글 전문이다.

▲ (사진=임정균씨 페이스북)

임정균 “곧 가겠습니다, 건강히만 있어주세요”

잠이 안 온다. 왜일까? 우리는 마지막 찬반투표 총회를 남겨두고 있다. 조합원들을 믿기에…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올라온 지 50일, 그동안 난 이곳에서 폭풍성장을 했다. 내가 무지했던 것에 대한 반성, 이기적인 생각. ‘우리만 이기면 된다. 우리가 우선이다.’

나에게 우리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희망연대노조만 생각했던 것 같다. 우리란 희망연대만이 아니었을텐데…. 우리란 모든 노동자인 것인데…. 차광호 동지 김정욱 동지 이창근 동지 선배 동지분들이다. 이분들이 그동안 많은 투쟁과 민주노조 역사를 써 가신 분들인데 난 모르고 있었다. 아니 부끄럽지만 내가 생각하는 “우리” 안에 없었다.

여기서 ‘우리’라는 것을 배우고 내려가기 때문에 마음 한곳이 아리다. 걱정되고 내가 두려워하는 게 이런 걸까? 지금 내려가면 일상에 녹아들어 갈까봐… 위에서 힘들었던 시간과 이 마음이 흔들릴까봐… 아닐 거라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하면서도 시들해질까봐… 이런저런 생각보다 지금은 선배 동지들 생각뿐이다.

그래서 내려가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하려한다. 성덕이와 함께 약해지지 않으려 방법을 생각하고, 생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절박함과 절실함을 내려가서도 잊지 않고 연대할 방법과 많은 동지들을 조직해서 함께 하는 것, 내가 알고 있는 주변 친구 친척에게 자세히 설명하기, 지부소식지에 소식 나르기 등등…. 많이 부족하겠지만 일단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으로 힘을 보태고 선배 동지와 같이 할 것이다.

차광호, 김정욱, 이창근 선배 동지님 힘드시겠지만 곧 가겠습니다. 내려가면 빨리 해결될 수 있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습니다. 건강히만 있어 주세요.

죄송합니다. 먼저 땅에 내려갑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마음만은 전광판 위에 두고 내려가겠습니다.

▲ (사진=강성덕씨 페이스북)

강성덕 “오늘밤은 어젯밤과 다르지 않다, 다시 싸워야 한다”

“성덕아! 고생했다.”
“에이 뭘요. 형이 더 고생 많았죠!!”

오늘 사측과의 교섭에서 잠정합의 내용을 전달 받은 후였다. 아직 전광판 아래로 내려가지 않아서 그런지 실감이 나지도 않았고 기분이 좋지도 않았다. 오후에 있었던 시민단체의 ‘씨앤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농성과 통신사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기자회견’ 도중 차광호 동지에게 전화가 왔다.

“축하해요. 잘 해결 됐다면서!! 좋겠다!!”
“아~네. 내일 오전에 조합원 총회에서 가결되면 오후에 내려 갈 것 같습니다.”
“기분이 어때요?”
“네… 뭐… 착잡합니다.”

그랬다. 착잡함.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이유… 내가 투쟁을 하면서도 몰랐고 지난 전국노동자대회 전야제 때도 스타케미칼 부스에서 바쁘다는 핑계로 내용을 상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용지에 서명만 했던 나였다. 전광판 위에 올라오고 나서야 차광호 동지에 대해서 알게 됐고 과거 노동조합을 가입하고 투쟁을 하던 내 모습에 후회를 했다.

평소보다도 더 조용한 분위기에서 아래 동지들이 올려준 저녁식사를 하다가 내가 먼저 입을 뗐다.

“착잡하네요… 형은 어때요?”
“그러하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세수를 한 뒤 정균이형이 종편 뉴스의 생방송 전화인터뷰를 하고 있는 도중에 혼자 점퍼를 챙겨 입고 전광판 옥상에 올라와서 매일 밤 바라보았던 광화문 야경을 바라보며 이것저것을 생각했지만 전광판 위에서 보내는 오늘밤은 어젯밤과 크게 다르지가 않았고 44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항거를 했던 그때와 오늘의 노동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내가 느끼듯이 우리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고 끝까지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밤도 광고탑 위에 서있으니 광고탑보다 더 높은 자본가들의 빌딩들이 마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의 거인처럼 우리를 잡아먹으려 하듯 그런 모습이고 우리는 줄을 매달고 높은 곳에서 거인과 싸우는 기사가 된 기분이다. 광화문을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은 우리를 보며 “광고탑 위에 좀 봐봐!! 저기에 사람이 있네”라고 손으로 가리키며 자기의 갈 길을 재촉할 뿐이다. 내가 스타케미칼 부스에서 큰 관심 없이 사인만 했던 것처럼…. 오늘밤은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마무리하고 내일을 맞이해야겠다는 그런 심정이다.

내일 우리의 노숙농성장이 정리되면 아무 일 없었단 듯이 사람들은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낼 것이고 내일의 밤은 2014년의 한해를 마무리 하는 날이라 광화문에 많은 인파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직 광화문에는 세월호 농성장이 남아 있기에 올해의 아픔을 기억하고 잊지 않으며 다가오는 2015년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2015년 우리는 또 다시 투쟁이다!

▲16일로 고공농성 35일을 맞은 강성덕, 임정균씨의 모습. (사진=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임정균 강성덕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먼저 저희 더불어사는 희망연대 씨앤앰 정규-비정규직지부의 투쟁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민주노총 산하의 많은 노동조합 동지 여러분, 항상 내일처럼 앞에 나서서 투쟁에 힘을 싫어 주셨던 많은 시민단체 여러분. 노동자들의 고통은 모두의 고통이라 생각해주시고 기도해 주셨던 종교단체 여러분. 곫??썩어버린 비정규직의 문제를 더 이상 방과하지 않겠다며 힘을 싫어주셨던 정치권, 특히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여러분. 왜곡되지 않은 올바른 보도를 위해 불철주야 투쟁 현장에서 취재 해주셨던 기자 여러분. 항상 따뜻한 마음으로 어딘가에서 응원을 보내주셨던 시민 여러분. 그 누구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며 응원해주셨던 가족 여러분.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드립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법은 모든 이에게 평등하다”라는 말은 잊혀져 가고 있으며 권력과 자본에 휘둘리며 이제는 헌법에 있지도 아니한 국회의원 자격상실이라는 판결을 내리고 민주주의를 파괴 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노동자였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가입해서 활동한 적도 없었지만, 오늘의 대한민국 법은 이렇게 그들을 향해 가고 있고 대한민국을 건설한 노동자들을 더욱 사지로 몰아가고 있다라는 것을 많이 느끼고 알게 됐습니다. 저희는 이제 땅을 밟고 내려 왔지만 가까이는 저희 형제지부인 LGU+지부와 SKB지부가 투쟁중에 있으며 아직도 45M, 70M 고공에는 세명의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투쟁은 자기 자신의 승리를 위한 투쟁이 아님을 여러분들이 더욱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고 소중한 생명을 버리며 투쟁을 해야 합니까? 이러한 투쟁은 비단 비정규직의 문제 뿐만이 아닙니다. 비정규직의 투쟁이 밀려나면 정규직 또한 사지로 몰리게 되는 현실에 우리는 봉착되어 있음에 분명합니다. 그러기에 저희들의 투쟁은 끝이 아닌 시작 입니다. 또한 저희를 지켜보고 있었던 여러분들 중 어떠한 사람에게도 지금의 문제들은 충분히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앞으로의 투쟁에도 열심히 연대를 해가며 항상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을 지켜 보셨던 많은 분들도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저희의 투쟁에 연대와 응원을 보내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보태기- 저의 싸늘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노동조합 가입이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다며 손잡아주신 김하늬 위원장님. 고등학교 선배님이자 항상 투쟁의 선봉에서 묵묵히 저희를 이끌어주신 최문호 위원장님. 누구보다도 날카롭고 냉정하게 판단하여 이 번 투쟁 승리로 이끌어주신 이종탁 위원장님. 항상 진심을 다해 임하시고 조합원 한 명 한 명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려 하셨던 김진억 국장님. 이하 더불어사는 희망연대 본조 간부님들 케비, 씨앤앰 지부 간부님들 고생많으셨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4년 12월31일 강성덕·임정균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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