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유선방송사업자(케이블SO) 티브로드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지난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 주변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지난달 15일 협력사협의회는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가 파업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직장폐쇄’를 결정했다. 이틀 뒤 아침 조합원이 많은 13개 업체는 실제 문을 닫았다. 돌아갈 곳 없는 노동자들은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지난 5월 교섭은 꼬일 대로 꼬였다. 협력사들은 ‘임금 동결’을 제시했다. 전면파업 이후 지난달 25일 협력사협의회는 자신이 요청한 교섭자리에서 노조에 ‘백기투항’ 각서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2달만 월급 안 주면 노조가 깨질 것”이라는 망언도 나왔다고 한다. 노조는 이날 임금인상률 등 요구수준을 낮췄으나 지난 2일 돌아온 대답은 ‘노동조합 활동 관련 비용을 낮추자’는 얘기였다.

교섭 결렬 배경에는 티브로드가 있다. 지난해 티브로드 원하청, 노동조합, 국회는 이른바 ‘사회적 합의’를 이뤄냈다. 티브로드는 하청 상생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올해 티브로드는 이 지원금을 단가와 수수료에 포함시켰다. ‘실적만큼 상생하겠다’는 것. 그리고 49개 센터보다 많은 200여개 ‘유통점’을 본격적으로 굴려 하도급 간 경쟁을 붙였다. ‘실적압박-노조깨기’ 목적으로 보인다.

▲ 지난 1일 티브로드 간접고용노동자들은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사진=희망연대노조)

희망연대노조 이종탁 위원장은 2일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티브로드는 지난해 노사관계 측면에서 밀렸고 이번에는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며 “이게 직장폐쇄 등으로 본격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원하청 간 계약이 더욱 불공정하게 변경됐다며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상황에 놓인 협력사들이 결국 원청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탁 위원장은 “직장폐쇄로 오히려 쟁의의 대상을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임금, 산업안전보건 문제, 노조활동 같은 핵심쟁점은 결국 하청업체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이야기다. 그는 “심지어 비오는 날 가파른 A형 아파트 옥상에서 작업하지 않고, 몸에 밧줄이라도 묶어야 하지만 이 문제는 협력사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원청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미디어스) 우선 왜 파업에 나서게 됐는지 배경설명을 부탁한다.

지난해 38일 간 파업을 진행하고, 마무리 교섭까지 68일 걸려 합의한 게 있다. 두 가지 변화가 있었다. 원청 티브로드가 상생지원금을 주고, 센터의 경영기반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수수료를 더 지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티브로드는 상생지원금를 단가에 포함해 주겠다고 했고, 영업실적을 포인트제도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약속 파기”라고 했지만 센터 사장들은 ‘영업을 많이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원청과 합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섭이 될 리가 없다.

미디어스) 장사가 잘 되는 센터는 반겼을 것 같다.

티브로드는 애초 2월에 정책을 전환한다고 했다가 노조가 반대하니까 5월까지 시행을 유보했다. 센터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설치와 AS를 하는 기술센터와 달리 영업을 위주로 하는 고객센터에는 실질적으로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 수수료에 상생지원금이 포함돼 올라가면 이득이기 때문이다. 고객센터에는 아직 비조합원이 더 많다. 둘째, 영업 포인트제 핵심은 일정 점수 이상이 되면 등급에 따른 지원금의 격차가 아주 커진다는 것이다. 영업이 잘 되는 센터는 기존보다 도급비를 많이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서 개인사업자가 많은 지역, 영업환경이 좋은 곳에서는 포인트제를 수용하게 된다. 반면 부산 낙동고객센터, 안양 남부고객센터, 기남고객센터는 이미 센터장이 바뀌었다. 그리고 전주 고객센터는 폐업했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는 1일 서울 광화문 티브로드 사무실 주변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350여 명의 노동자들은 이날 결의대회에 침낭을 싸매고 왔다. (사진=미디어스)

미디어스) 위수탁계약서도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달라졌나.

5월까지 정책 변경을 유보하면서 원청은 하청과 계약내용을 바꿨다. 4월에 위수탁계약을 체결했는데 ‘언제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결국 원청 눈 밖에 나면 센터를 그만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원청이 ‘바지사장’ 목에 칼을 들이댔다고 보면 된다. 이게 협력사가 노조에 “성과를 더 내든지, 아니면 자신들은 해줄 게 없다”는 입장을 제시한 배경이다.

미디어스) 또 다른 하도급업체인 ‘유통점’을 활성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통점의 정체가 뭔가.

원래 유통점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런데 ‘긴급고객대응’이 목적이었다. 각 지역 고객센터와 기술센터가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투입됐다. 이럴 경우 센터와 유통점이 수익을 나눴다. 그런데 올해 들어 티브로드는 유통점에 기사들의 ID를 부여하는 등 영업과 설치에 대한 권한을 줬다. 이 과정에서 기술센터의 설치 업무가 줄기 시작했다. 고객센터도 타격을 받았다. 원청이 유통점 활성화 정책을 쓴 건데 이제는 유통점이 센터보다 더 많아졌다. 전국에 있는 센터는 49개인데 유통점은 200개가 넘는다.

미디어스) 예를 들면 유통점은 변종SSM으로 보면 되나.

여기가 서울시 중구다. 센터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에서 물건을 공급받는 작은 구멍가게가 여기저기 생겨 포위한 것이다. 홈페이지와 개인블로그를 통해 영업하고 자신이 케이블TV를 설치한 뒤 본사가 준 ID로 등록하면 그건 유통점 이익이 된다. 가입자는 티브로드에 전화하지만 사실 설치는 두 단계 밑에 있는 하청업체, 개인사업자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잘못된 영업과 오설치 문제가 발생한다. 사실 집에 KT 인터넷을 설치한 사람은 거기에 IPTV를 추가해서 보거나 인터넷을 해지하고 티브로드 결합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그런데 실적이 중요한 유통점은 KT 인터넷에 티브로드 케이블TV를 설치하고 온다.

미디어스) 유통점 활성화 정책은 노동조합이 있는 센터를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영업실적을 개선하고 노동조합을 깨려는 두 가지 의도로 보인다. 올해 들어오면서 케이블의 영업실적은 바닥을 치고 있다. 애초 원청이 협력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면서 자신들의 사용자 책임을 면피했다면 지금은 원청이 나서서 방문판매를 활성화하고 있다. 씨앤앰도 티브로드 정책을 따라해 현장에서 난리가 났다. SK브로드밴드와 유플러스에도 비슷한 정책을 펴고 있다.

미디어스) 하도급업체는 결국 직장폐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원청은 위수탁계약을 변경하면서 계약해지 사유를 넓혔다. 그리고 ‘3개월 동안 정상적인 업무수행을 못하면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했다. 5월 노사가 임단협 교정 조정에 들어갔을 때 준법투쟁을 했다. 그러니까 6월1일자로 곧바로 ‘정상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아니면 계약을 해지하거나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이 내려왔다. 또 원청은 “유통점에게 업무를 줄 수밖에 없고 그 비용을 센터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까지 전달했다고 한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면 관리비용에 유통점 비용까지 드는 셈이다. 협력사협의회 교섭대표 표현대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면 덜 쓰고 죽는다’는 게 협력사 처지다. 이게 직장폐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본다.

▲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지부장 이시우)의 11대 요구안. (사진=미디어스)

미디어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이야기는 직장폐쇄 문제가 원청에 달렸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일반적인 노사관계, 노동조합 관련법을 보면 ‘공격적 직장폐쇄’는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그 해석이 사용자에 관대하다. 회사가 손해가 발생하면 액수를 크게 따지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직장폐쇄다. 노동조합의 쟁의권에 대항하는 사측의 저항권은 굉장히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이번 직장폐쇄는 이제 협력사들도 마음대로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지점이다. 원청이 협력업체 노사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고 압박하는 역할로 등장했을 때는다. 협력사들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교섭을 할 수 있겠나. 원청이 짧은 기간 발생한 문제조차도 참지 않고,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고, 계약위반으로 몰아가고, 유통점에 일을 맡기고 그 비용을 협력사에 대라고 하면 협력사 노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노사관계를 풀기 어렵다. 이번 사태에서 이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것 아닌가 싶다. 우리 사회에서 노조의 쟁의권, 특히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쟁의권은 쉽게 제한되고 위수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원청이 역할을 티브로드처럼 움직인다면 협력사 노사는 출구를 찾을 수 없다. 노동조합은 그래서 원청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미디어스) 출구는 원청 티브로드만 열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이번 직장폐쇄는 노사관계 측면에서 쟁의대상을 분명해 해줬다. 협력사에 고맙다고 했다. 하청업체의 사용자들이 나름대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영역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협력사는 직장폐쇄를 선택하고 ‘우린 책임 없다’는 입장이다. 원하청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노사관계에서 원청의 태도가 어떤 파장을 미치는 지 보여주고 있다. 근본적인 해법은 둘 중 하나다. 직장폐쇄 요건을 강력하게 제한하든가, 원청이 업무 위수탁 문제를 가지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든가.

미디어스) 물밑에서는 원청을 만나지 않나. 티브로드 입장은 뭔가. 언론에는 밝히지 않는다.

“지난해 많이 해줬다. 올해는 노조가 양보해라”는 입장이다.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교섭이 타결되면서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생긴 것 같다. 삼성 문제는 원청이 책임 있게 교섭에 나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런데 티브로드의 경우 노동조합 활동 등에서 이미 올해 삼성전자서비스 타결 수준을 뛰어 넘었다. 우리는 건당 수수료 체계를 지난해 없앴고, 월급을 45만 원 올렸다. 이 점에서 티브로드의 명분은 바로 ‘삼성’이다. 오늘(2일) 협력사협의회가 수정안을 제시했다. 임금은 동결하고, 영업비는 일부 삭감하고, 복지기금은 줄 수 없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노조활동에 대한 지원을 지난해 3분의 2 수준으로 축소하자는 것이다. 사측은 “그래도 삼성보다 높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스) 월급만 보면 티브로드가 삼성전자서비스보다 많을 것 같진 않은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교섭에서 기본급 120만 원을 만들었지만 ‘건당 수수료’ 부분을 남겼다. 일종의 성과급이다. 기존의 업무시스템이 바뀌지 않고 성과급이 남아 있다면 ‘주는 대로 다 일을 하라’는 얘기다. 장시간 노동이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게 남아 있으면 ‘저녁이 있는 삶’은 없다. 적정노동을 하려고 하면 임금이 하락하게 된다. 그래서 지난해 희망연대노조는 건당 수수료는 절대 못 받겠다고 했다. 지금 티브로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임금은 통상급, 비통상수당, 상여금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급은 145만 원이고 건당 수수료는 없다. 물론 영업을 위주로 하는 고객센터에는 영업수당이라는 성과급이 일부 남아 있기는 하다. 그래도 우리는 총 노동시간을 규제했다. 물론 지난해 교섭으로 영업을 잘 하는 분들의 경우 임금이 깎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임금이 조금 깎이더라도 적정노동을 하면서 인간답게 살겠다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미디어스) 노동조합이 지난해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해도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처우가 넉넉하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

케이블 바닥은 5년째 수수료가 동결이다. 지난해 월급이 45만 원 올랐다고 하지만 최고 수준은 230만 원 정도다. 한 달 생활도 빠듯하다. 대신 다른 부분이 고민이다. 간접고용노동자들의 가장 큰 상대적 박탈감은 경조사비와 명절, 휴가비다. 명절휴가를 따냈지만 들고 갈 게 없다. 휴가를 땄지만 비용이 없다. 이런 욕구가 있고, 노조는 이런 요구를 했다. 결국 비용문제다.

▲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제작한 영상 <케이블뱡송 노동자 산업안전, 이대로 괜찮은가?>에서 갈무리.

미디어스) 주요쟁점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는 뭔가.

우선 원칙적으로 유통점을 폐지하는 게 노조 입장이다. 이건 다단계하도급의 문제로 어떤 방식이로든 해결해야 한다. 업무개선 문제도 있다. 일을 내려주는 곳은 회사 콜센터인데 고객 민원을 받는 건 기사들이다. 1시간에 3건이 갑자기 날아온다고 치자. 가입자들은 시간이 늦어지면 기사들에게 전화를 한다. 콜센터가 받아서 업무를 재조정하든 협력사가 조정하든지 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 문제도 심각하다. 비오는 날 A형 지붕에서 일을 하지 않고, 전주에 올라가지 않는 게 노조의 요구안 중 하나다.

미디어스) 안전장비 없이 혼자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는 모습을 봤다. 문제가 심각해 보이더라.

최소한 몸에 밧줄이라도 묶고, 잡아줄 사람이라도 한 명 더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다 비용이다. 협력사가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열심히 일을 시켰으면 보상책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 또한 협력사가 해결할 수 없다. 원청이 단가수수료를 대폭 올리지 않는 이상 협력사가 정리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

미디어스) 원청 티브로드가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보인다. 그런데 태광도 삼성 같이 무노조 경영이다.

핵심쟁점은 결국 원청 문제다. 티브로드는 경영이 어렵지 않다. 지난해만 해도 순이익이 1700억 원이다. 우리는 이 이익의 40%는 간접고용노동자들이 벌어다준 것으로 생각한다. 원청이 적어도 복리후생과 협력사 상생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하도급업체는 계속 어렵고 힘든 구조로 만들고 있다. 노조가 어떤 것을 요구하더라도 비용 문제가 들어가면 협력사는 원청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간접고용, 하청노동자들이 협력사에서 얻는 건 전무하다. 특히 태광그룹은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얻는 이익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총수일가의 반노조 의식이 강하다. 태광그룹에는 노조를 깨트린 역사가 있다. 태광 경영진은 노조가 걸림돌이고, 노조를 방치하면 확산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미디어스) 지난해 희망연대노조 중심으로 간접고용 문제가 이슈가 됐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1998년 IMF에서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계층화, 노동시장 분할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해왔다. 그런데 이건 수면 위에 있는 전통적 제조업에서 나온 이야기다. 지금 한국사회의 산업구조에서 서비스업은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대기업들도 핵심으로 제조업이 있지만 동시에 서비스부문을 안고 있다. 그 동안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서비스 노동자들, 기업과 고객을 이어주는 노동이다. 티브로드의 투쟁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이 서비스 노동자들이 번지르르한 원청 옷을 입고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가 새로운 만든 노동, 하도급에 대한 이야기다. 비전통적이지만 우리 생활에 밀착해 있는 이 노동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케이블도 그렇고 통신업계, 그리고 고객의 집으로 찾아가는 모든 업종의 노동자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 지금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 제도화도 불가능할 것이다. 불법파견이다, 특수고용이다, 위장도급이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만 제조업의 개념으로 서비스업을 정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서비스업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것, 이게 티브로드 투쟁이 갖는 의미다.

▲ 희망연대노동조합 이종탁 공동위원장. (사진=미디어스)

미디어스) 마지막으로 협력사 측에서 “월급 두 달만 안 주면 노조 무너진다”는 이야기도 했다고 들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것 같은데 버틸 수 있나.

“지지난해 같으면 아마 한 건 더 해서 돈을 더 많이 받자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원청에도 이긴 노동조합이다. 두 달 월급 안 주면 무너진다? 쉽게 될 일이 아니다. 1년 동안 적정하게 일하고 적정하게 벌면서 행복하게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느낀 노동자들이다. 회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정말 오판이다. 회사야 지난해 졌으니까 신경질이 나겠지만 결국 명분은 노동조합에 있다. 우리는 대기업 노조도 아니고 연봉을 1억 원씩 달라는 것도 아니다. 물론 당장 집에 돈을 갖다 줘야 하는 가장들이 있다. 그런데 이 업계 특성상 이번 달에 일한 것을 다음 달에 받는다. 6월에는 5월에 일한 것을 월급으로 받았다. 6월에도 보름 정도 일을 했으니 이번 달 월급도 어느 정도 나올 것이다. 두 달은 충분히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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