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2일 씨앤앰 투자자인 맥쿼리에 “하도급업체 해고자 109명을 원직복직시키고, 매각 시 구조조정을 하지 말아 달라”며 면담을 요청했다가 자진해산한 씨앤앰 노동자 중 한 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맥쿼리 측은 경찰에 “노동자들이 자진해산했으니 선처해 달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경찰이 과잉수사로 노동조합을 옥죄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오전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소속 조합원 40여 명은 씨앤앰 주주사인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운용에 씨앤앰 사태를 해결하라며 면담을 요청했다. 이에 맥쿼리는 “면담을 할 이유가 없고,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다”며 거부 입장을 밝히며 ‘자진퇴거’를 요청했다. 건물주 한화빌딩과 맥쿼리는 이날 총 7차례 퇴거를 요청했다. 노동자 27명은 “면담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오후 6시 반까지 맥쿼리, 한화, 경찰과 대치했으나 맥쿼리가 언론을 통해 밝힌 ‘해결 의지’를 확인하고 자진해산했다. 경찰은 이날 노동자 27명을 총 4개서로 나눠 주거침입과 퇴거불응 혐의로 조사를 진행했다.

▲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소속 조합원 27명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소공동 한화빌딩 9층 맥쿼리그룹 사무실 앞에 모여 맥쿼리에 면담을 요구했다. 경찰이 연행작전이 임박하자 노동자들은 스크럼을 짰다. (사진=미디어스)

27명 중 씨앤앰지부 김석우 부지부장을 제외한 26명은 10일과 11일 이틀에 걸쳐 훈방조치를 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경찰은 김 부지부장에 대해서는 12일 오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씨앤앰지부 신승훈 홍보부장은 “오늘 오전 영장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희망연대노조 윤진영 사무국장은 “노동조합 몸통을 엮어 넣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노동조합은 오늘 중 경찰에 노동계와 시민사회진영의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씨앤앰 노동자들은 서울 한복판인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158일째 노숙농성, 31일째 고공농성(12일 기준)을 벌이고 있다. 그 동안 경찰 실무선은 노동조합의 농성을 강제진압하지 않았다. 더구나 경찰은 애초 노동자들이 자진해산하면 사법처리를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이런 까닭에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과잉수사, 노조 옥죄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10일 오후 자진해산 직전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경찰과 노동자들 앞에서 “맥쿼리가 우리를 직접 면담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에 ‘해결 의지’를 내비친 만큼 면담투쟁의 성과가 있다”며 “자진해산하고 간단한 조사를 받은 뒤 오늘(10일) 중 전원 석방되는 것으로 경찰과 이야기가 됐다”고 전했다. 특히 맥쿼리도 사법처리를 원치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씨앤앰 측 관계자는 11일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맥쿼리도 경찰에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10일 오후 4시께 허찬 남대문경찰서장(왼쪽)과 김석우 부지부장이 대화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앞서 10일 김석우 부지부장은 ‘자진해산’을 놓고 허찬 남대문경찰서장과 설전을 벌였다. 이날 오후 4시께 허찬 서장은 서울 소공동 한화빌딩 9층 맥쿼리 사무실 앞에 모인 씨앤앰 노동자들에게 “여러분 사정이야 안타깝지만 맥쿼리는 면담을 안 하겠다고 했다”며 “지금 여러분은 주거침입과 퇴거불응 등 형법상 범죄행위를 하고 있다. 여기 있어도 해결방법이 없다. 괜히 사법처리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시간을 좀 더 주겠다. 아니면 연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김석우 부지부장은 “연행되더라도 끝까지 있을 것”이라며 “연행되는 사진이라도 찍혀야 우리 문제를 알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허찬 서장은 “그렇게 안 된다. 이곳을 완전히 차단하고 연행할 것이다. 세상에 안 알려진다. 지금까지 하던 대로 (농성장에서 농성) 하라”고 말했다. 김석우 부지부장은 “그렇게 했는데 안 되니 이러는 것 아니냐. 자진퇴거는 경찰이 아니라 우리가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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