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16일 입법예고했다. 대통령실이 어뷰징 온라인 여론조사를 근거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11일, 방통위가 방송법 개정안 시행령을 접수한 지  2일 만이다. 

현행법상 입법예고 기간은 통상 '40일 이상'이지만 방통위는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정했다. 3인 체제의 '반쪽짜리' 방통위가 공영방송을 무너뜨릴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사진=연합뉴스)

방통위는 방송법 시행령 제43조 제2항을 개정해 KBS가 지정하는 자(현 한국전력공사)가 자신의 고유업무 관련 고지행위와 결합해 수신료를 고지·징수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또는 개인은 2023년 6월 26일까지 국민참여입법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하시거나, 의견서를 방통위에 제출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행정절차법상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입법예고 기간은 '40일 이상'이다. 방통위는 '신속한 국민권리 보호'를 이유로 법제처와 협의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을 단축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석열의 방패'로 불린다.  

이번 방통위의 입법예고로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공포 시간표는 당초 예상보다 더욱 앞당겨졌다. 이르면 이달 28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7월 중순이면 공포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이하 언론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밀어붙이기 속도전이 가히 숨 막힐 지경"이라며 "반민주적인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개정 시도"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따로 때어내 징수하는 게 이렇듯 신속 처리할 ‘국민의 권리 보호’라면, 도대체 시행령으로 좌지우지하지 못할 ‘국민 권리 보호’가 어디에 있을까 싶다"며 "정상의 민주 정치를 압살하는 속도의 폭력이 무섭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열흘 동안 의견을 내놓으라고 하는 말에서 우리는 실소를 금치 못한다. 대통령실이 사실상 공영방송 길들이기 차원에서 결정 하달한 조치"라며 "반대 의견을 철저히 무시, 배제하면서 이루어진 지금까지의 비정상적 구조가 열흘 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이어질 따름"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한상혁 위원장 부당 면직 후 위원장이 공석이 되고, 국회에서 추천한 최민희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재적이 3명에 불과한 반쪽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핵심 정책 변경 사항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여론조사를 가장한 여론몰이부터 졸속 입법예고까지, 반쪽 방통위는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로드맵에 장단 맞춘 일방적 운영을 지금 당장 중단하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고 최고위원은 "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 등을 위해서는 예고 기간을 두지 않을 수 있으나, 수신료 분리징수 개정은 공영방송의 재원 관련 정책으로 충분한 사회적 토론을 통해 추진해야 할 문제이지 엉터리 여론조사 결과만을 갖고 졸속으로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며 "분리징수 이후에 양산되는 체납자들은 어떻게 할 건가. 추가로 들어가게 될 징수 비용에 대해서는 어떤 대안이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정의당은 대통령실 권고가 나온 다음 날인 지난 6일 "수신료 분리징수는 독재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위선희 정의당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로 언론의 숨통 조이기에 들어갔다. 가장 치사한 방식을 선택했다"며 "여론을 핑계로 들었지만 난방비 폭탄에 가스요금 내리라는 여론에는 묵묵부답이었던 윤석열 정부다. 진정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자 한다면 숙의할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위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의 방식은 언론 목줄을 잡고 흔들겠다는 야욕을 취사선택한 여론으로 포장했을 뿐"이라며 "수신료 징수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위 대변인은 "적어도 윤석열 정부의 부정평가 여론에도 귀를 기울이는 일관된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 KBS본부 강성원 본부장, EBS지부 박유준 지부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TV 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에 반발하며 방통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윤창현 위원장, KBS본부 강성원 본부장, EBS지부 박유준 지부장이 방송통신위원회의 TV 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에 반발하며 방통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BS는 방통위의 시행령 개정 추진에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적 논의 없이 공영방송의 존립을 흔드는 행정입법이란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방통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국민의힘 추천), 이상인 상임위원(대통령 지명)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언론노조는 ▲헌법재판소가 징수절차를 포함한 수신료와 관련된 사항을 입법자인 '국회'가 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규정한 점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수신료 징수 업무 위탁을 규정·인정한 방송법·헌법재판소 판례와 충돌한다는 점 등을 들어 "3권 분립 원칙과 상위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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