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일부 매체가 대통령실이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근거로 TV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 마련을 권고한 것에 대해 ‘국민의 뜻’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국민참여 토론은 여론조작이 가능하고, 제대로 된 숙의 과정 없이 진행된 ‘인기투표’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 매체는 과거 시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KBS 이사회의 ‘수신료 공론조사’를 일반 여론조사와 비교하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3월 9일부터 한 달간 수신료 징수방식에 대한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한 결과, 투표자 총 투표수 5만 8251표 중 96.5%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찬성했다는 게 근거다.
하지만 해당 조사는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해서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찬반투표를 할 수 있는 등 여론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민의힘은 해당 국민제안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으며 보수 유튜버들도 투표 참여 운동에 나섰다. 언론노조는 해당 조사를 두고 “한 편의 여론 조작극”이라고 규탄했다.
일부 언론은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대해 열을 올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9일 사설 <독재 때보다 편향, 도 넘은 방만, KBS 수신료 강제 징수 끝내야>에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정부의 국민제안 공개토론에서 96.5%가 분리 징수에 찬성했고, 64%는 이참에 아예 폐지하자고 한 것은 왜곡과 편파를 일삼는 KBS의 행태와 방만 경영에 대해 국민이 내린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편파방송 반성은 없이 자리 흥정만 하는 KBS 사장>에서 “‘국민참여토론’을 통해 여론을 수렴한 결과, 징수 방식 개선을 추천하는 의견이 97%에 달했다는 것이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근거가 됐다”며 “김 사장은 ‘공영방송의 근간이 흔들리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범사회적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그동안 특정 정파 편들기로 국론 분열을 앞장서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아 온 KBS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한국경제는 7일 사설 <국민이 원하는 TV수신료 분리징수가 '방송 길들이기'라는 억지>에서 “노조가 장악한 ‘노영(勞營)방송’ MBC는 말할 것도 없고, KBS도 좌파에 경도된 채 편향성을 지적받아온 지 오래"라며 "그래 놓고 새삼 공영방송 타령인가"라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압도적 국민 여론, 그간 KBS의 편향적 행태와 방만 경영, 미디어 환경 변화, 외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불가피한 변화"라며 "국민 뜻이 우선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들 언론은 지난 2021년 전문가가 참여해 실시한 ‘수신료 공론조사’를 일반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며 KBS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21년 7월 1일 기사 <직원절반 억대연봉, 공정성 논란에도 KBS, 수신료 2500원서 3800원으로>에서 “KBS이사회가 현재 월 2500원인 TV수신료를 3800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다”면서 “방만 경영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KBS이사회는 수신료 인상의 근거로 지난 5월 두 차례 공론조사에서 각각 72.2%,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지난 2월 리서치뷰와 미디어오늘의 국민 1000명 대상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76%가 인상에 반대했고,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0일까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수신료 인상에 동의한 비율은 49.9%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한국경제는 같은 해 5월 28일 기사 <KBS "자체조사서 79%가 수신료 인상 찬성"…여론조사선 76%가 반대>에서 ‘수신료 공론조사’ 결과와 일반 여론조사 결과를 비교하며 “KBS가 자체적으로 시행한 공론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2021년 5월 수신료공론화위원회는 KBS 이사회 의뢰로 국민참여단 209명을 대상으로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수신료공론화위는 한국언론학회(2인), 한국방송학회(2인), 한국언론정보학회(1인)가 각각 추천한 미디어 전문가로 구성됐다. 수신료공론화위는 국민참여단 대상으로 ▲1차 설문조사 ▲이틀간 숙의 토론 ▲2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국민참여단은 KBS가 아닌 전문여론조사업체(한국리서치)가 선정한 2,500명 대상의 기초조사에서 숙의 토론 참여 의사를 밝힌 응답자 중 성별, 연령별, 지역별 인구비례를 통해 선정됐다.
그 결과 국민참여단의 79.9%는 ‘수신료 인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는 1차 설문조사(72.2%)보다 7.7%p 늘어난 수치로 숙의 토론을 거친 국민참여단의 인식변화로 설명된다. 또 'KBS가 공영방송 책무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68.4%도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 KBS 이사회와 경영진은 수신료공론화위 결과를 바탕으로 월 3800원의 수신료 조정안을 발표했다.
해당 조사 발표 전 중앙일보는 2021년 3월 29일 기사 <수신료 여론전에 3억 쏟는 KBS…6월 이사회 통과 추진>에서 "KBS가 수신료 인상 여론전을 위해 3억원에 가까운 돈을 쓸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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