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수신료 분리징수가 시민이 아닌 대통령실의 의지로 추진되면서 공영방송 압박 의도가 명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12일 칼럼 <'수신료 분리' KBS 멱살잡이>에서 "과거 시민들이 주도한 수신료 거부운동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라는 의미였는데, 대통령실이 주도한 분리 징수 압박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9일부터 한 달 동안 진행한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국민참여 토론'은 '대통령비서실'이 게재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12일자 칼럼 갈무리 (빅카인즈)

김 논설위원은 "최근 KBS 수신료 분리 징수 움직임은 대통령실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며 과거 시민들의 수신료 납부 거부 운동의 역사를 설명했다.

김 논설위원은 "KBS 수신료를 납부하지 말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은 신군부 시절인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남지역에서 시작된 거부 운동이 점차 확산돼 1986년 1월 'KBS TV 시청료 거부 기독교 범국민운동본부' 발족으로 이어졌다"며 "'땡전 뉴스'로 상징되는 친정부적 편파 보도에, 광고는 광고대로 한다는 불만이 이유였다. KBS는 스스로 광고를 줄이며 국민 요구에 부응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김 논설위원은 "1994년 KBS는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징수하는 방안을 도입함으로써 53%로 떨어졌던 징수율을 끌어올리고 징수비용도 크게 낮췄다. 하지만 편파 보도에 대한 불만과 수신료 인상 반대, 분리 징수 요구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며 "진보 정권이 들어서자 보수 단체들이 나섰고, 보수 정권으로 바뀌면 다시 진보 단체가 중심이 됐다. 핵심엔 늘 공정성 이슈가 있었고, 참정권 운동이라는 의미가 부여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김 논설위원은 대통령실의 '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국민참여 토론을 "중복참여를 막지 않고 표본추출도 하지 않은 단순 여론조사"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심사위원회에 보고해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권고안을 보내면 분리 징수가 실행될 수 있다. KBS 재원의 45%에 달하는 수신료 수입이 위기에 처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논설위원은 "1999년, 2008년 통합징수가 합헌이라고 판결한 헌법재판소는 KBS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니라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공익을 위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고 했다"며 "정부가 헌재 판결의 취지마저 거스르며 공영방송을 벼랑 끝으로 밀고 있다"고 썼다. 

대통령실은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토대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참여 토론'은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중복투표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극우유튜버들을 중심으로 국민참여 토론 투표 독려가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요 보수언론에서 나타난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수신료 분리 징수는 방송법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중앙일보는 "대통령실은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을 손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화", "확실하게 손을 보겠다", "이중(통신요금과 수신료)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 등의 발언을 했다. 

대통령실이 '시행령 개정'으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추진하는 이유는 야당의 반발과 함께 과거 헌법재판소 판결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 1999년 수신료 부과에 대한 위헌소원 판결에서 "수신료는 시청 여부 또는 어느 방송을 시청하는가와 관계없이 납부해야 하는 것"이라며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했다. 헌재는 2008년에도 수신료가 특별부담금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은 '공영방송 경영진 흔들기'로 읽힌다. 소수노조인 KBS노동조합이 지난 5일 발표한 성명에 "현 경영진이 교체되면 굳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할 필요는 없다"는 문구가 발언 형식으로 처리됐다. KBS노조는 '이게 저들(정부여당)이 달라는 명분이고, 우리가 저들에게 줄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된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지난 10일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에서 "국민제안 절차는 한 편의 여론조작극"이라며 "노골적으로 자행하는 방송장악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그런 식으로 일을 할 거면 지지율 30%짜리 대통령은 무슨 근거로 국정운영을 하나"라며 "공영방송 재원 안정과 적정한 수신료 징수 방식 변화를 위한 사회적 논의구조를 만드는 것이 순서"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난 7일 논평에서 "(국민참여 토론)결과를 두고 '국민 96.1%가 분리징수에 찬성한다', '편파 불공정 보도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탓'이라고 주장하는 건 그야말로 비약"이라며 "국민의 불만을 듣는 데서 출발한 수신료 토론이 ‘공영방송 흔들기’가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개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파적 이해를 초월하는 사회적 논의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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