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여권 상임위원들이 TV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과 관련해 KBS·EBS 등 당사자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시행령 입법예고에 접수된 국민의견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가 어뷰징(중복 전송) 논란이 제기된 대통령실 온라인 여론조사를 근거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면서 제도적으로 보장된 당사자·국민 의견제시는 거부한 것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김효재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야당 추천 김현 상임위원은 "KBS가 방통위 회의 운영규칙에 따라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의견진술을 희망하는 공문을 접수한 것으로 안다"며 "서면으로 접수된 만큼 의견진술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 위원은 KBS, EBS, 한국전력 등 당사자들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 제8조는 '위원회는 심의·의결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관계자 등에게 안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방통위는 아동의 개인위치정보를 법정대리인에게 제공하면서 아동의 동의를 얻지 않은 구글 등의 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했다. 

김현 위원은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과 관련해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4700여건의 국민의견 ▲방통위에 접수된 의견(개인 16건, 기관 18건) ▲행정절차법상 공청회 개최 등에 관해 어떻게 논의할 것인지 확인을 요청했다.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4712건의 의견 중 공개된 의견은 2819건이다. 공개의견의 89.5%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반대입장인 것으로 집계됐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현 상임위원의 KBS 시행령 입법예고 과정과 관련한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대통령 지명 이상인 상임위원은 "방통위 회의규칙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의견을 진술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금 전에 이해관계자(구글 등) 의견진술을 들었지만 이 규정은 재량규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상인 위원은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의 경우 방통위가 일반적으로 처리하는 행정행위와는 다르다. 수신료 납부 의무를 지는 국민, 그리고 KBS를 포함한 많은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며 "방통위는 입법예고기간 여러 의견을 청취했고, KBS도 의견을 충분히 제출했기 때문에 KBS만 별도의 의견진술 기회를 준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김효재 직무대행은 "KBS 대면의견진술을 요구했는데, 절차법에 따라 판단해 결정하고 통보 드리겠다"고 했다. 김현 위원은 "통보가 아니라 협의를 하라"고 맞받았다. 

입법예고제 취지 부정 "난처한 곳이 의견 제시한 것"

김효재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 야4당 '언론장악저지 공동대책위원회'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입법예고 기간 접수된 국민의견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공개 면담에 참석한 의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효재 대행은 대통령실 온라인 여론조사(국민제안) 결과를 강조하며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의 당위성을 피력했다고 한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입법예고 기간동안 90%의 반대의견이 접수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김효재 대행은 "(시행령 개정으로)난처해진 곳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집중적으로 의견을 제시한 것 아닌가 싶다"며 "입법예고 기간에 이렇게 많은 의견이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먹고살기 바쁜데 이런 데에 자기 의견을 내고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김효재 대행은 "누군가 적극적인 자기 행위를 해야 되는데, 그 자기 행위를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민 전체의 의견과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다"고 했다고 한다.  

'언론장악 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오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등에 항의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 취재진에게 항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민주당 고민정·기본소득당 용혜인·진보당 강성희·민주당 허종식 의원.
'언론장악 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28일 오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등에 항의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를 방문, 취재진에게 항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민주당 고민정·기본소득당 용혜인·진보당 강성희·민주당 허종식 의원.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번 김효재 대행의 발언은 국민에게 충분한 의견 표명의 기회를 보장하고자 하는 입법예고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이자 국민들의 뜻을 폄훼하고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더구나 '먹고살기 바쁜데 의견 내기 쉽지 않다'는 발언은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깔보는 시각이 담긴 것으로,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의견제출이 문제라면 이번 시행령 개정을 촉발한 대통령실 국민제안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는가. 여당은 물론, 극우유튜버들까지 나서 투표를 선동했고 시스템 미비로 중복투표까지 가능해 신뢰성마저 담보하지 못한 국민제안은 문제 없냐는 말"이라며 "부적절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지금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야4당은 김효재 직무대행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행정절차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편법으로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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