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는 아이작 뉴턴의 저서 『프린키피아』에서 등장했다. 세 개의 물체 간의 상호작용과 움직임을 다루는 고전역학 문제로 태양, 지구, 달 세 천체의 궤도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어 세 개의 물체가 중력을 주고받으며 움직이는 경우를 고민한다. 1890년 앙리 푸앵카레는 삼체문제의 일반해를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두 개의 천체는 예측이 쉽지만, 고작 하나의 변수만 추가되어도 궤도의 예측은 일반적으로 불가능하다.넷플릭스 드라마 에서 굳이 뉴턴의 삼체문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 는 오프닝부터 기강을 세게 잡는다. 흔들림 없는 트래킹숏은 천천히 숲과 나무들을 지난다.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것 같기도 하고, 숲이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뒷부분에 숲을 걷고 있는 하나의 숏이 붙지만 이 시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관한 명확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미끄러지듯 숲에 빠져든 뒤 시작하는 의 이야기 구조는 익숙하다. 순진한 마을 사람이 신비로운 산에서 어떤 일을 겪는다. 우화라기보다 차라리 전래동화에 가깝다.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임신한 채 다리에서 투신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는 천재적인 과학자 고드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되살아난다. 어른의 몸과 아이의 뇌를 가진 벨라는 고드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지만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이끌린다. 그런 벨라를 사랑하는 의사 맥스(라마 유세프)와 약혼을 하지만 뛰어난 외모의 벨라에게 반한 바람둥이 변호사 던컨(마크 러팔로)를 만나게 되고 세계여행을 시작하며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상,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의 핵심은 아라키스 행성의 광활한 풍경과 구조물을 익스트림롱숏(ELS, Extreme Long Shot)으로 포착해 캐릭터들을 한없이 작아 보이게 가두는 연출이다. 커다란 우주선에서 내리는 베네 게세리트의 느릿느릿한 발걸음, 크게는 2km에 육박한다는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의 위용과 한 입에 삼켜지는 스파이스 채굴기의 대비, 광대한 사막에 버려진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와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의 미미한 존재감, 셀 수 없는 프레멘 사이를 뚫고 가는 폴의 움직임까지 ELS은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개봉 나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의 1차 예고편 조회수는 207만 회다(2월 26일 기준). 최근 개봉작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 조회수다. 이만하면 씨네21이 조사한 영상산업 리더 67인이 선정한 2024년 최고 기대작 3위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킨 듯하다. 예고편은 최민식의 대사로 시작한다. “여기 전부 다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 하는 말이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던지는 초대장이다.신앙 유무와 관련 없이 풍수지리에 바탕으로 한 장례문화는 대한민국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독일인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와 프랑스인 대학교수 사뮈엘(사뮈엘 테이스). 두 사람은 아들 다니엘(밀로 디차도 그리너), 강아지 스눕과 함께 프랑스 산간 지방의 외딴곳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산드라를 인터뷰하러 문학 전공생이 찾아오는데 사뮈엘이 음악을 큰 소리로 틀어댄다. 결국 인터뷰는 중단되고 산드라와 사뮈엘은 갈등을 빚는다. 그리고 다니엘이 잠깐 산책을 나간 사이 사뮈엘이 죽은 채 발견된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의심스러운 정황에서 산드라는 용의자로 기소된다.는 결핍을 전면에 내세운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을 보며 가장 놀랐던 대사는 1부에서 나온다. 하바를 터트리려는 외계인과의 대결에서 점점 불리한 상황에 몰리지만 마지막까지 싸우자는 어린 이안의 독려를 듣자 썬더(김대명)는 ‘이길 확률 2%...3%’라며 ‘인간의 감정은 놀랍구나’라고 말한다. 김 선생의 명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청진기 대면 진단 나온다’던 감독이 20년이 지나 쓴 대사에 ‘뇌수술 당한’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최동훈 감독은 성실하기로 유명하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에 나온 내용에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 의 핵심은 1958년이라는 순간이다.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과 함께 임진왜란이 7년으로 마무리되는 걸 안다. 하지만 당시의 사람들, 특히 전쟁을 치르고 있는 장수들마저도 전쟁의 종료 시점을 바라보는 의견이 분분했다. 혹은 의도적으로 달리 보려 했다. 에서 중심이 되는 세 명. 조선의 이순신(김윤식), 명의 진린(정재영), 왜의 시마즈(백윤식)의 종전에 대한 시각 차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관통한다.경상도에 3개 성에서 농성 중이던 왜군은 히데요시의 철군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의 80%는 각본으로 완성된다. , , 등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받고 미국 영화연구소(AFI)에서 평생공로상까지 수상한 명감독 빌리 와일더의 말이다. 이 말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은 각본만으로 평범한 작품을 넘어 명작의 기준을 80% 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제76회 칸 영화제(2023)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빛나는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일본을 대표하는 각본가 사카모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 은 폭력적이다. 10.26 박정희 시해 사건을 지나 12.12 군사쿠데타까지 47일 동안 긴박했던 결단들을 탱크처럼 밀어붙인다. 하나회를 통해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하나회 일당을 막으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대립은 무한궤도처럼 이어진다.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듯 관객들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의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전두광은 전두환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외모와 말투, 절친 노태우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 잠깐 등장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우리가 사랑한 MCU의 슈퍼히어로들에게는 떠오르는 키워드가 하나씩 있다. 대표적으로 캡틴아메리카는 자신의 힘으로 쉴드를 해제시키면서도 자유를 지켰고, 군수산업체를 운영했던 아이언맨은 모든 과거를 책임지고 우주를 구했다. 철없던 왕자 토르는 결국 숭고한 희생을 거치며 진정한 번개의 신으로 각성했다. 기존의 영웅들이 퇴장하고 새로운 페이즈의 중심인물로 활약할 캡틴 마블의 키워드는 ‘정체성’이 아닐까.의 전작인 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는 이에 대해 ‘허락된 힘이 아니라 자각된 힘’이라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의 배경은 20세기 초 미국. 오세이지 부족 원주민들의 땅에서 석유가 발굴된다. 미국 정부의 이주 정책으로 본인이 살던 땅을 빼앗기고 오클라호마로 쫓겨왔던 오세이지 부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GDP를 기록할 정도도 막대한 부를 거머쥔다. 오세이지 부족의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여러 기업이 달려들고, 일자리를 찾으려는 백인들도 전국에서 기차를 타고 모여든다.은 위화감으로 시작된다. 엄청난 부를 가진 오세이지 부족은 멋진 옷을 빼입고 골프를 치고 자가용 비행기로 경주를 하고 백화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한 인터뷰에서 배우 송중기는 의 시나리오를 읽고 생긴 선입견을 고백했다. 감독이 정말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낸 거 같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감독을 만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고 안심했다고 한다. 2015년 , 이후 8년 만에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된 김창훈 감독의 은 시나리오만으로도 동정심을 끌어낼 만큼 어둡고 답답한 세계를 그렸다.(*이하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18세의 고등학생 연규(홍사빈)는 새아버지의 딸인 여동생 하얀이 동급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김열 감독(송강호)은 최근 촬영을 마친 신작 ‘거미집’에 대한 생생한 꿈을 반복해서 꾸고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딱 이틀 간의 추가촬영이면 된다는 그는 제작자 백 회장(장영남)을 찾아가고 신성필림의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의 도움으로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을 불러 모아 촬영을 시작한다.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는 김열의 주장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상업영화의 기본적인 상영시간이 있는데, 고작 이틀의 추가촬영으로 이를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평가다. 유 감독이 의 연출부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었겠지만 ‘봉 감독의 10년’이라는 무게감은 단순한 친분만으로 나올 수 없는 호평이다. 은 50억 원의 넉넉지 않은 제작비로도 94분이라는 시간을 알뜰하게 채울 수 있음을 오랜만에 증명한 한국 영화다.첫딸 출산을 앞둔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조연으로 얼굴을 비치는 현수를 뒷바라지하는 워킹맘이지만 수진은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던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왼손잡이다. 식당에 가서 메뉴판을 들면 뒷면부터 펼쳐본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대칭, 미러링, 도치 같은 관념에 매혹당했다는 수줍은 고백도 흥미롭다. 놀란을 영화계에 깊이 각인시킨 의 연출이 대표하듯 영화를 시간순으로 친절하게 늘어놓기보다 플롯을 쪼개고 쪼개, 마구 뒤섞어 놓는 비선형적인 연출을 선호하는 것도 어쩌면 왼손잡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놀란이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배경이나 사물을 만들고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영화 (이하 )는 KBS 모던코리아 팀에서 제작한 ‘한국 아파트의 역사’가 요약된 짧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시작한다. 영상이 끝나면 방에서 잠이 깬 민성(박서준)이 창가로 걸어가 폐허가 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그에 대비되어 홀로 서 있는 황궁아파트의 전경이 부감으로 펼쳐진다. 이 오프닝은 가 일반적인 재난물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을 암시한다.평범한 재난물을 생각해 보자. 오프닝에서는 앞으로 닥칠 재난을 모르는 주인공의 일상이 그려진다. 이후 재난을 경고하는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의 바다는 이상하게 평화롭다. 거친 파도 한번 없이 잔잔한 바다에서 해녀들은 평화롭게 물질을 한다. 인근에 들어선 공장폐수의 유입으로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하는데 물을 혼탁하게 만드는 부유물 하나 없이 맑고 투명하다. 바닥에 붙은 성게의 비늘 하나하나까지 구분될 정도다.해녀들은 차가운 바닷물에서 저체온증을 막아줄 잠수복 없이 천으로 덧댄 남루한 복장을 했지만 어쩐지 먹고살기의 고단함보다는 레저로 스킨스쿠버나 다이빙을 즐기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맹룡호가 정박하는 물길의 배경에는 외딴 바위섬이 하나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시스템 이상으로 자신에게 어뢰를 쏜 러시아의 핵잠수함 세바스토폴은 베링해의 빙하 아래 어딘가에 침몰한다. IMF로부터 지령을 받은 이단(톰 크루즈)은 일사(레베카 퍼거슨)로부터 베링해에 가라앉은 세바스토폴 시스템실 열쇠의 반쪽을 건네받는다. 얼어붙은 빙하와 베링해의 차가운 수중,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사막을 오가며 물불 가리지 않는 오프닝이 지난다.장면이 바뀌고 CIA 국장과 IMF 팀장이 참석한 회의가 열린다. 알고 보니 세바스토폴의 오인사격은 스스로 진화하는 AI 엔티티가 벌인 짓이었다. 미국이 개발한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는 전작의 근간을 흔드는 도발적인 후속작이다. 1편 의 빌런인 킹핀은 차원 이동기를 만들어 죽은 아내와 딸을 다른 멀티버스에서 데려오려고 한다. 멀티버스가 중첩되면 도시는 붕괴되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다. 소수를 위한 다수의 희생을 막기 위한 마일즈/스파이더맨의 활약이 1편의 주요 내용이다. 2편에서는 모든 멀티버스의 스파이더맨들이 겪어야 할 공식 사건(Cannon) 중 하나인 아버지 제프의 죽음을 막기 위해 마일즈가 온갖 멀티버스를 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