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수신료 분리징수가 시행되면 18개 KBS 지역방송국은 존폐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언론시민사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서 KBS가 지역방송국 기능조정안(통합운영 방안)을 내놓았을 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역국 축소·폐지안'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KBS가 제출한 방안을 반려했다. 이들은 현재 수신료 분리징수를 졸속으로 심사·처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26일 지역민주언론시민연합 네트워크(경기·광주전남·전북·대전충남·충북·부산·경남, 이하 지역민언련)는 공동 논평을 내어 "대책없는 수신료 분리징수 개정안은 지역 시청자에 대한 폭력이다. 지역의 관점에서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지역민언련은 "수신료 분리 징수가 현실화될 경우 수신료 수입의 감소와 징수비용 증가로 인해 KBS 예산이 실질적으로 연간 500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지난해 KBS 연간 예산의 30%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상황이 현실이 될 때 가장 우려되는 건 지역이다. 당장 KBS 지역총국과 지역국은 존치를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BS는 전국 9개 주요도시에 방송총국, 9개 지역에 지역국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민언련이 2019년 KBS 예산집행 내역을 살펴본 결과, 18개 총국·지역국에 약 2530억 원의 예산이 사용됐다.
지역민언련은 "지금도 KBS 본사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지역국 제작비 예산 상황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로 재정 문제가 현실화된다면, 지역방송 구성원들이 사회적 가치보다 수익성에 내몰릴 것이 자명하다"며 "뉴스와 프로그램 질 하락은 당연한 순서다. 불안한 공적 재원은 지역 공적 서비스 위축을 가져오고 지역 시청자의 권익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민언련은 지역 공영방송이 상업성과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미디어 환경에서 그나마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지역민언련은 "그나마 지역사회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일정 부분 자유로운 공영 방송사가 이권 카르텔로부터 지역 시민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최후 보루의 역할을 해왔다"며 "각종 재난 정보, 지방선거, 지역의 역사와 문화 정보를 제공하며 중앙이 수행하지 못했던 지역민의 목소리를 공론화하는 중요한 기능과 가치를 수행해 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민언련은 "지금 필요한 것은 졸속적인 수신료 분리징수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운영·재정 문제를 개선하고, 이것이 공적 책무의 확대로 선순환되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사에 대한 정치권력의 후견주의를 끊어내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 투명한 경영을 위한 KBS 자구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며 "또한 본사와 지역국 간의 수평적·유기적 연결과 적절한 지역총국 예산 규모 실현을 통해 지역 공영방송의 모델을 정립하고 지역성의 본질을 담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남 진주를 지역구로 둔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2019년 KBS가 비상경영계획의 일환으로 진주 등 7개 지역국 기능을 조정하는 안을 발표했을 때 "수신료를 내는 지역 시청자에 대한 배신"이라며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 의장은 당시 "공영방송이 지역방송을 축소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지역방송국은 해당 지역민의 목소리 그 자체"라며 "진주방송국은 진주시를 비롯해 7개 시·군 지역민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지역방송국 존재 이유가 지역성이고 공익성"이라고 했다. 지역 공영방송의 존재 여부는 해당 지역사회의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박 의장은 "묻지마 수신료는 더는 안 된다"며 수신료 분리징수에 힘을 싣고 있다. 박 의장은 지난 22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KBS가 TV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멈춰달라면서 어제 헌재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오로지 시청료 잿밥이 먼저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KBS 지역방송국 기능조정안을 2년 8개월 검토 끝에 반려했다. 방통위와 KBS는 총 8차례에 걸쳐 자료보완 요청과 회신을 주고 받았다. 방통위가 9번째 자료보완을 요청하자 KBS는 더는 자료제출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회신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 지역국 기능조정 문제가 정치권에서 축소·폐지 논란으로 치닫자 방통위가 시간을 끌다 손을 놓아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기사▶방통위, KBS 지역국 조정안 2년 8개월 검토 끝에 '반려')
현재 방통위가 추진하는 수신료 분리징수는 '속도의 폭력'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방통위는 대통령실이 어뷰징(중복전송) 온라인 여론조사를 근거로 수신료 분리징수를 권고한 지 11일 만에 시행령 입법예고에 나섰다. 방통위는 규제심사를 요청하지 않고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을 상임위원 간담회에 상정했다. 행정절차법상 '40일 이상'인 입법예고 기간은 10일로 단축했다. 국무조정실은 방통위로부터 뒤늦게 규제심사 요청을 받은 뒤 하루 만에 '규제심사 대상 없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관련기사
-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가져올 파국
- EBS "수신료 분리징수, '사교육비 경감' 사업 심대한 지장"
- 수신료 분리징수 '속도의 폭력'이 거둔 성적표는?
- '속도의 폭력' 수신료 분리징수에 가세한 법제처
- "수신료 분리징수는 극우 세력에 의한 미디어 공론장 파괴"
- 야4당 '윤석열 정권 언론장악 저지' 공동대책위 발족
- KBS, 방송법 시행령 개정 공포시 즉각 헌법소원 방침
- 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졸속' 심사자료 철벽 방어
-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정지 가처분 신청한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졸속 심사
- '수신료 분리징수 입법예고'에 쏟아지는 반대 의견
- 수신료 분리징수 '10일짜리' 입법예고…"속도의 폭력"
-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이르면 7월 말 공포될 듯
- 17개 방송사 노동자 "수신료 분리징수, 방송장악 정점"
- KBS시청자위 "수신료 분리징수, 심각한 시청자 권익 침해"
- 수신료 분리징수, 행정부 소관 아니다
- 사회 원로 "윤 대통령, 정녕 박정희 전두환 길 가려는 것인가"
- 대통령실 권고 1주일만에 마련된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 정책연구와 딴판인 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 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용산 출장소인가"
- 수신료 조사,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
- KBS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 근간 훼손"
- "수신료 분리징수되면 KBS가 감당한 공익사업 위축"
- '수신료 분리고지' 시민단체 "우선은 공영방송 재원 확충"
- 'KBS 멱살잡이' 비판 나오는 수신료 분리징수
- 대통령실, '정치적 꼼수' 수신료 분리 징수 가닥
- "대통령실 '수신료 분리 징수' 의견수렴, 중복투표 가능"
- KBS,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절차' 헌법소원 제기
- 방통위,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KBS 의견진술 불허
- '수신료 분리징수' 입법예고 공개·비공개 의견 합산 결과 '반대 89%'
- 언론학자들 "수신료 분리징수 토론에 자괴감·참담함 느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