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 홈페이지에서 여론 조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찬반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달 9일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TV수신료 징수방식(TV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에 대한 '국민참여 토론'을 실시 중이다. 현재까지 4만여개의 댓글과 찬성투표가 이뤄진 상황이다. 장 의원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국민의견 조작이 가능한 곳에서 의견 수렴을 했던 것인가"라며 시스템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5일 장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에서 "대통령실의 '국민참여 토론' 시스템은 국민의견 수렴이 아닌 국민의견 조작 시스템으로 밝혀졌다"며 "저희 의원실이 확인한 결과, 하나의 계정으로 자유토론을 무한히 남길 수 있는 것은 물론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만들어 찬반의견을 남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없애고 '국민제안'을 신설했다. 그런데 국민제안 시스템을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조회수, 투표수를 조작할 수 있는 '어뷰징'(중복 전송)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에 대통령실은 국민제안 운영체계를 개편했다. 이때 특정 이슈에 대한 찬반과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국민참여 토론' 코너를 신설하며 어뷰징을 예방하겠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애초 여론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100% 실명제로 운영한다고 당당히 밝혔던 것과 달리 어뷰징 가능성 차단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없었던 것"이라며 "어뷰징 사태를 경험한 대통령실이 몰랐다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알았다면 불순한 의도가 깔린 악행이다. 현재 TV수신료 관련 토론이 진행 중인데, 이 결과를 가지고 공영방송 장악에 활용할 예정이었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장 의원은 "대통령실에 전한다. 딱 걸렸다"며 "국민소통의 허울 아래 자행된 여론조작의 실상에 대해 사과부터 하라. 그리고 쓸모없는 '국민참여 토론' 게시판을 폐기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장 의원실은 직접 계정을 만들어 대통령실 국민참여 토론 시스템에 댓글을 달고 찬반투표에 참여했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자유토론글(댓글)을 남기려면 계정 로그인을 하게 돼 있다. 이때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을 하면 계속해서 글을 남길 수 있다"며 "어떤 글을 쓰더라도 약 90초 대기시간이 지나면 또 남길 수 있다. 저희가 10개까지는 남겨 봤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추천·비추천 찬반투표에 추천을 누를 때도 로그인이 필요한데, 구글 계정은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만들 수 있지 않나"라며 "저희가 구글로 5개 정도의 계정을 만들어서 추천을 눌러봤더니 추천이 쌓이더라"라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언론노조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국민제안에 올라온 공영방송의 수신료 징수 방식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의견은 물론 경청해야 마땅하다"면서 "하지만 중복투표, 지지자 동원 등으로 얼룩져 공정성과 신뢰성마저 상실한 국민제안을 근거로 현 정부가 수신료 분리 징수를 거론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대통령실이 나서 여론 청취라는 미명 하에 수신료 분리 징수를 국민제안에 올리는 자체가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들어 자신을 향한 공영방송의 감시 기능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은 이번 분리징수 국민제안의 저의가 공영방송 장악, 공영방송 흔들기 의도가 아니었다면 공정성과 신뢰성 잃은 국민제안 투표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국민제안' '국민참여 토론' 시스템을 주도한 인물은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다. 지난해 6월 강 수석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폐지하고 국민제안 코너를 신설했다며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국민제안규정, 청원법 등 법에 따른 비공개 원칙을 준수하고 여론을 왜곡하거나 매크로를 방지하기 위해 100% 실명제로 운영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국민제안 제도가 첫 투표부터 무효처리되는 일이 벌어졌다. '어뷰징'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은 국민제안 10개 안건을 두고 온라인 투표를 진행, 득표가 많은 순으로 3건을 선정해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10개 안건 모두 50여만 표를 받아 투표 변별력이 없는 결과가 도출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 언론에 '어뷰징'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우회적으로 들어오는 부분이 그렇게 극렬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후 지난해 12월 강 수석은 '국민참여 토론' 코너 신설 사실을 밝히면서 "실명인증제 방식으로 진행해 어뷰징을 예방할 것이다. 본인인증을 한 후에 찬반 투표나 댓글을 통한 의견제시 등을 할 수 있도록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국민토론 참여' 코너에 게재된 토론 주제는 '도서정가제'와 'TV수신료' 두 개 뿐이다. 이 중 '도서정가제'는 토론이 종료됐고, 'TV수신료' 토론은 오는 9일 종료된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9일 '도서정가제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민제안 보고서를 관계기관(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해 추가 검토가 이루어지도록 권고했다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왜곡가능한 시스템 내에서 의견을 수렴해 찬반의견 집계, 토론 내용을 결과 보고서로 만들어 관련 부처에 권고안도 보낸 촌극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한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은 지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김기현 후보를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고발당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용산경찰서 등에 고발장이 접수돼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당시 안철수 후보 측 김도식 총괄본부장은 "이진복 정무수석이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에게 정확히 질의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 수하 김경수 드루킹 일당이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750만개 부정댓글을 달아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망가뜨렸던 사례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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