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가 대통령실이 추진한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참여 토론에서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것과 관련해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관계가 누락됐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KBS는 이번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인다면서 “공영미디어에 대한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지난달 9일부터 한달간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TV수신료 징수방식(TV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개선'에 대한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했다. 그 결과 분리 징수 찬성(추천)이 5만6157명(96.5%), 반대(비추천)가 2022명(3.5%)으로 나타났다.

KBS는 10일 공식 입장문을 내어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비판과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겠다”면서도 “분리 징수에 대한 논의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KBS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같이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닌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수상기 소유자에 대해 공평하게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면서 국민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관계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실이 ▲수신료가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 ▲분리 징수를 하더라도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된다는 점 ▲프랑스의 경우 주민세 폐지로 인해 함께 부과되던 수신료가 폐지되는 대신, 전체 수신료와 동일한 37억 유로(약 5조 3천억 원)를 정부가 조달하기로 한 점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KBS는 “이로 인해 국민제안 참여자들에게 오해와 혼돈을 줌으로써 정확한 여론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또 국민제안 추천 시스템에서 동일인의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정당 차원의 투표 독려가 이뤄지는 등 여론 수렴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실시한 '국민참여 토론'은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해서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찬반투표를 할 수 있는 등 여론조작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민의힘은 해당 국민제안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투표 참여를 독려했으며 보수 유튜버들도 투표 참여 운동에 나섰다.
10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배승희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과 <국민제안> 투표 독려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방송에서 장 최고위원은 “정말 많이 참여해야 한다” “링크를 걸 테니 무조건 찬성의견을 남겨 달라”고 말했다. ‘수신료 분리징수 국민제안’이 시작된 지 20일이 지난 시점에서 1만 여건에 불과했던 찬성의견이 해당 방송 이후 며칠 새 4만 건을 넘어섰다.
"공영미디어에 대한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논의 이어지길"
KBS는 “전 세계적으로 공영방송에 대한 공적재원은 수신료, 세금, 정부의 교부금 등 나라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되고 있다”면서 “해외 공영방송 수신료의 5분의 1,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그나마 효율적인 통합 징수방식 덕분에 수신료의 낭비 없이 재원을 프로그램 제작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수신료 통합 징수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넓은 이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독일, 영국, 일본의 수신료는 각각 연간 220유로(315,605원), 159파운드(261,157원), 14,700엔(145,502원)이다.

KBS는 “공영방송은 많은 국가들이 방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채택하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라며 “대다수의 국민들께서 직접 체감하지 못하는 국제방송, 대외방송, 장애인 방송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방송을 운영하는 타국의 정부는 각국의 공영방송에 전액 정부교부금을 지원하여 운영하는 데 반해 KBS는 자체 비용을 통해 국제방송을 수행하고 있고 중국, 북한 등 접국에 대한 대외방송 역시 약 75% 비용을 KBS가 수신료로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S는 “공영미디어에 대한 발전적이고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KBS는 “이번 국민제안 결과를 계기로 보다 엄격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시청자를 위한 공적 책무를 강화하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면서 “대통령실에도 당부드린다. 이번 국민제안의 결과와 함께 공영미디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어져 ‘공공 인프라’로서의 책임과 역할, 지원 방안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적인 방향의 정책을 입안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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