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 17개 방송사 노조로 구성된 협의체가 방송통신위원회의 TV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에 대해 “방송장악의 정점”이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어떤 정권에서든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왔고, 이번에도 싸울 것”이라며 “비판언론을 순치시키려고 휘두른 칼은 결국 정권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상혁 위원장 면직으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가 들어선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에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시행령 개정안 ▲윤석년 KBS 이사 해임 제청안 ▲김효재 직무대행 방통위 부위원장 호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재조치 명령 재심의 등의 안건을 상정했다.

방노협이 1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유튜브 방송 갈무리)
방노협이 1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있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유튜브 방송 갈무리)

전국언론노동조합 산하 방송사업장 본부, 지부 협의체인 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방노협)는 이날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분리징수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방노협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헌법재판소는 수신료를 공적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재원으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통합징수가 수신료의 공평한 징수를 실현해 공익에 기여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시행령을 바꿔 징수방식을 변경하려고 한다. 이는 헌법 가치 훼손”이라고 규탄했다.

방노협은 “법치주의를 강조한 정권이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마저 파괴하고 모든 과정을 폭력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며 “시행령을 고쳐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겠다는 것은 방송장악의 정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노협은 “방송장악을 꿈꾸는 정권은 이명박 정권 언론장악의 장본인이자 미디어생태계를 망친 이동관 특보를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하려 한다”며 “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은 이력을 문제삼아 두 달 넘게 임명을 미루면서 이동관 씨를 임명하겠다는 것은 방송장악 실현에 대한 의지 표현”이라고 했다. 

방노협은 “지금 당장 방송장악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방송 노동자들은 어떤 정권에서든 방송장악 시도에 맞서왔고 이번에도 맞서 싸울 것이다. 비판언론을 순치시키려고 휘두른 칼은 결국 정권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7일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 7일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개회를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방통위는 위원장 면직 상태이고, 5인 완전체가 아닌 상황에서 절차적 정당성은 깡그리 무시된 채 권력의 정점에 있는 용산의 한 마디로 진행되는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이 온당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강 KBS본부장은 “김효재 직무대행은 현재 KBS 채널을 재허가해 준 장본인이고, 이상인 위원은 KBS 이사 출신으로 당시에는 수신료 분리징수를 막아섰다”며 “만약 신념과 상식에 기반하지 않고 자신들을 천거해 준 뒷배에 충성하기 위한 결정이라면 방통위 설치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수신료 분리징수 입법 절차가 진행된다면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형택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대통령실의 권고가 나온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에 대한 실무적 진행이 시작됐다”며 “공영방송 노동자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우려된다. 수신료 징수 방식 변경은 단순히 공영방송 운영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로 지지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돼야지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할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정 SBS본부장은 “방통위 설치법은 ‘방송통신 사업이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한다”며 “과연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현재 방통위 논의에 이 운영 원칙이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독립기관인 방통위는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혜진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구역 중앙위원은 “1994년 수신료를 통합징수하면서 KBS는 1TV의 광고를 폐지해 비로소 시장으로부터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채널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통합징수는 공영방송이 상업방송영역에서 성취되기 어려운 공적 임무를 더 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근간”이라고 말했다.

조 중앙위원은 “만약 이 말도 안 되는 일이 실현된다면 앞으로 공영방송은 행정부가,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뿌리를 뒤흔들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이라며 “지금의 방통위는 방송 독립과 자유를 가장 우습게 여기는 방통위로 기억 남을 것이다. 그러니 방통위는 당장 수신료 분리징수 선봉장 역할을 멈추고 합의제 기구로서 방송 독립성과 자유를 지키는 본연의 역할을 찾으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이날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방통위를 항의 방문하고 성명을 전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김효재 상임위원의 위원장 참칭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방통위는 위법·부당한 위원회 운영을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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