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의 공적책무와 설명책임을 강화하는 '한국방송공사법'(KBS법)에 대한 국회 공청회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는 비효율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시됐다. 또 장기적으로 수신료 현실화와 함께 수신료 징수 범위를 디지털기기로 확대해 공영방송 제도의 안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됐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2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KBS법 제정안, 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안 등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은 KBS법에 반대한다며 공청회를 보이콧했다. 공청회 진술인으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 주재원 한동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두 법안은 현행 방송법상 KBS의 공적책무를 구체화하고, 방송·통신 융합환경을 반영해 KBS의 업무를 재정의했다. KBS 이사회·경영진의 투명성과 설명책임을 강화하고, KBS가 공적책무를 충실히 구현할 수 있도록 자산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은 수신료 문제에 집중됐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돌연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에 나선 것을 공영방송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9일 대통령비서실은 홈페이지 '국민제안' 코너에 'TV수신료 징수방식(TV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대통령실은 "최근에는 우리나라처럼 공영방송 제도를 택하고 있는 프랑스(FTV), 일본(NHK) 등에서 수신료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신료 관련 논쟁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심영섭 교수에게 "대통령실이 공영방송 재원에 대한 대안 마련도 없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설문을 진행 중"이라며 수신료 폐지·분리 징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심 교수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결국 비효율성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KBS와 EBS는 별도의 징수 조직을 만들어야 하고 거기에는 운영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 이러한 비용들이 몇 년에 걸쳐 집중투자된다면 지금보다 더 비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KBS는 한국전력과 수신료 징수 대행 업무에 관한 위·수탁 계약을 맺고 있다. 한국전력이 수수료로 거둬들이는 수신료는 연 400억원 규모다. 수신료를 별도로 징수하는 독일의 경우 2021년 기준으로 약 2300억원을 징수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련 업무 직원 수만 975명이다. 2022년 기준 KBS 수신료 수입은 6934억원이다. 

심 교수는 "(세계적으로)수신료 폐지 움직임이 많다고 하는데 사실 수신료 폐지 국가 대부분은 특별세를 만들어 수신료를 대체한다"며 "이러한 경우 정부여당에 의한 영향력,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세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르면 수신료는 여권이 주장하는 '시청료' 개념이 아닌 공영방송 독립적 제도 운영을 위한 '특별부담금'이다. 여권의 주장과 달리 세계 공영방송의 수신료 폐지는 세금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프랑스는 2025년까지 전체 수신료 액수와 동일한 예산 규모를 부가가치세를 통해 조성한 정부 예산으로 조달하고, 이후 새로운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공영방송사를 위한 목적세 형태로 재원 모델로 전환했다.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북마케도니아, 루마니아 등은 정부 예산으로 공영방송의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관련 법안 제정에 대한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출석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교수와 주재원 한동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주재원 교수는 TV수상기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로 수신료 징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주 교수는 "방송법 개정안에 수상기 소지·수신료 납부에 관한 정의가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TV콘텐츠를 수신하는 국민은 더 이상 기존 개념으로 시청하지 않는다"며 "이미 BBC(영국 공영방송)는 디지털디바이스를 활용한 시청까지도 포괄적으로 공영방송 시청 범주에 넣고, 수신료 납부의 당연한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KBS의 수신료 징수와 관련해서도 디지털기기·온라인매체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 드린다"고 했다. 

이에 윤영찬 의원은 "2014년 KBS가 디지털디바이스로 수신료 범위를 확장하려고 시도했다가 엄청난 반발이 있었다"며 영국의 적용 사례를 질의했다. 주 교수는 "영국도 2016년부터 2~3년에 걸쳐 큰 반발에 직면했다. 어쨌든 방법이 타당하다 판단되면 국민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며 "5~10년 뒤 KBS가 수신료를 TV수상기 기준으로 걷는다면 수입이 급감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KBS 홈페이지 등 여러 채널을 통해 KBS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게 사실이고, 2014년 미디어환경에 비해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내가 안 보는데 왜 수신료를 내야해'라는 국민들의 비판적 시선을 벗어나기 위해 콘텐츠 소비 단위로 수신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심 교수는 "안정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일부 국가에서 콘텐츠 단위로 징수를 고민했지만 이 경우 공영방송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수신료는 시청료가 되어 버린다"고 설명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여당이 되면 수신료 올리자 하고, 야당이 되면 수신료 올리지 말자 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돼왔다"며 "국민 저항이 있지만 수신료는 결국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다. 결국 현실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수신료를 현실화시키지 않으면 공영방송은 공영성 떨어지고, 광고 유치하고, 선정적 방송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면 국민들이 기대하는 KBS의 모습은 사라진다. 국회 여야가 머리를 맞대 조금씩 양보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 갈무리 

두 공청회 진술인은 KBS의 공적책무를 강화하는 법안에 이견이 없었다. 심 교수는 "제·개정안은 KBS가 수행하는 '온라인서비스'를 필수업무의 하나로 규정하고 반드시 필요한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또 시청자 불만처리와 시청자 보호를 위한 기구설치, 보유자산 활용·운영이라는 구체적으로 필요한 사항을 적시하고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제·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공영방송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배구조나 수신료 등의 논의에 머물러 진일보하지 못한 점이 방송학자로서 안타깝다"며 " 제·개정안은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적 절차"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KBS법에 대해 낡은 방송법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과 함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의 구체적인 발표 시기를 문의했다. 하지만 방통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법안을 만들어내기 위해 과를 만들었다"면서도 발표 시기에 대해 말을 아꼈다고 한다. 방통위는 2년 전부터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안 마련을 공언해 왔다. 

조 의원은 "지난 정부에서 상당히 논의됐는데 지금 실종된 것은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소위 '통합미디어법'을 만들 필요성"이라며 "제가 알기로 방통위는 법안 성안까지 해놓은 것으로 안다. 정부가 바뀌면서 방통위원장과 관련한 정치적 시비 때문에 동력이 확보되지 못해 법안 제출 등 구체적인 행동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KBS법과 세트로 논의되는 게 적절하다. 방통위는 속도감 있게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추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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