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논의 없이 공영방송의 존립을 흔드는 행정입법이란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방통위가 '방송장악위원회'로 전락했다며 반헌법·직권남용으로 점철된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14일 KBS는 입장을 내어 "온라인 여론 수렴 정도로 권고안이 도출된 것도 모자라 독립성이 강조되는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야기하면서까지 대통령실의 권고 9일 만에 개정 작업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서울 여의도 KBS 사옥(사진=KBS)
서울 여의도 KBS 사옥(사진=KBS)

KBS는 "이번 시행령 개정 절차와 관련하여, 정부 부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활발한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법리적 문제 등에 대한 검토와 대응을 철저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는 "다른 경쟁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2,500 원의 수신료로도 KBS라는 공영방송이 유지될 수 있었던 기반은 최상의 효율이 입증된 통합징수 방식 때문"이라며 "이를 분리징수로 변경하게 되면, 부당한 납부 회피와 저조한 납부율, 과다한 비용 소요, 징수 과정에서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게 되며 결국 공영방송의 존립마저 위협받게 된다"고 했다. 이어 "시민사회와 학계, 정치권 등에서도 충분한 고민과 사회적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점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KBS 위탁을 지정받은 기관(현 한국전력)이 수신료를 징수할 때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행할 수 있다'는 조문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문으로 바꾸는 방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14일 접수했다. 방통위는 전체회의 의결,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시행령을 공포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5일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토대로 방통위에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을 권고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9일 돌연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은 KBS가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사건을 보도한 지 2주일여 만에 실시됐다. KBS [단독] 보도로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김효재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가운데)이 14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현 상임위원(오른쪽)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은 15일 방통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상임위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으로 고발한다. 언론노조는 "반헌법과 직권남용으로 점철된 방통위의 수신료 분리징수 강행은 원천무효"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법률이 정한 상임위원 5인 가운데 여당측 위원 2인만이 참여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시행령 개정에 착수했다"며 "독립성 따위는 안중에 없이 대통령실의 주문을 하청받아 이행하는 '방송장악위원회'로 전락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날을 세웠다.

언론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 카드로 공영방송의 재원을 흔들고 구성원들에게 혼란을 초래함으로써 경영진을 압박하고, 결국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들을 공영방송에 꽂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실의 의도는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면서 "심지어 대통령실 주도로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억지로 몰아내고 야당 추천 위원 임명을 미루면서 정원에 미달하는 3인·김효재 대행 체제로 쪼그라든 방통위가 공영방송 재원 구조의 핵심인 수신료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의결의 억지스러움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12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령 추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는 ▲헌법재판소가 징수절차를 포함한 수신료와 관련된 사항을 입법자인 '국회'가 정해야 하는 사안으로 규정한 점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수신료 징수 업무 위탁을 규정·인정한 방송법·헌법재판소 판례와 충돌한다는 점 등을 들어 "3권 분립 원칙과 상위 법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에 "당신들의 깜냥을 넘어서는 이번 방송법 시행령 의결을 스스로 철회하라"면서 "우리는 위헌적·위법적 의결에 관여한 방통위원·공무원에 대한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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