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4일 KBS·MBC·EBS 공영방송3사 다수이사들이 방송통신위원회 앞에 모여 "윤석열 정부의 야만적 공영방송 장악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 직무대행과 대통령 지명 이상인 방통위원은 이날 오전 10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남영진 KBS 이사장, 정미정 EBS 이사를 해임한다. 또한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전 청문을 진행한다. 야당 추천 김현 방통위원과의 협의는 없었다. 5인 위원 합의제 독립 기구인 방통위는 현재 3인 위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14일 KBS 남영진 이사장,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EBS 유시춘 이사장은 방통위 민원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KBS 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 이사, 방문진 강중묵·김기중·김석환·박선아·윤능호 이사, EBS 문종대·박태경·정미정·조호연 이사가 함께했다. 

14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민원실 앞에서 (왼쪽부터)남영진 KBS 이사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 등 공영방송 이사들이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4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민원실 앞에서 (왼쪽부터)남영진 KBS 이사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 등 공영방송 이사들이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들은 윤석열 정부에 "야만적인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을 즉각 멈추고 공영방송 장악 기도를 포기하라"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고, 위법적 방송장악을 주도하고 있는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공영방송 이사들은 "공영방송 장악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도를 넘은 폭주는 이 정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직 '정권이 주인인 허울뿐인 공영방송'을 원한다는 사실"이라며 "그러지 않고서야 감사원과 국민권익위 조사는 물론이고 방통위 규정과 조사마저 무시한 채 터무니 없는 근거를 앞세워 이사 해임을 밀어붙일 수 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를 두고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손에 피를 안 묻히기 위해 김효재 직무대행 임기(8월 23일) 내에 공영방송 이사 해임 작업을 마무리지으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호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방통위원장 임명 이후 절차를 거쳐 진행될 수도 있는 사안인데, 혹시라도 탄핵의 명분이 될까봐 김효재 대행 체제에서 끝내버릴 생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방통위는 남영진 KBS 이사장의 법인카드(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자체 조사한 결과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임 절차에 착수했다. 보수성향의 KBS 노동조합은 남영진 이사장을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남영진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률은 2021년 38.3%, 2022년 63.8%다. 남영진 이사장은 문제로 지목된 집행 내역에 대해 KBS 이사회 사무국 직원들 선물, KBS 이사회·집행기관·센터장·관계직원 송년회 비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방통위는 정미정 EBS 이사 해임 사유로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 EBS 명예실추와 국민 신뢰저하 초래를 들고 있다. 검찰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고의 감점 혐의를 적용해 정미정 이사를 기소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정미정 이사는 방통위에 제출한 의견서에 "단지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EBS 이사 해임 결정을 내리는 것은 헌법상의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14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민원실 앞에서 (왼쪽부터)남영진 KBS 이사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 등 공영방송 이사들이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4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민원실 앞에서 (왼쪽부터)남영진 KBS 이사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 등 공영방송 이사들이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공영방송 이사들은 "윤석열 정부는 ‘친정부가 아니면 편향적’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공산당 기관지’ 발언으로 이 정부 언론정책의 앞날을 분명하게 예고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윤석열 정부는 SNS에 ‘일베’ 게시물을 버젓이 퍼 나르는 비상식적이고 극우적인 가치관의 소유자와, ‘삼성 관리 판사’로 불린 인물을 방문진과 KBS의 새 이사로 임명했다"고 비판했다. 

공영방송 이사들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언론은 장악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지만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은 온갖 무리수와 위법을 동원한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칼춤이 아니고 무엇인가"라며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듯이, 공영방송을 한순간 장악할 수는 있어도 오래도록 장악할 수는 없다. 그 잠깐의 장악조차 사실은 착각일 뿐"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9일 KBS 보궐이사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 방문진 보궐이사로 차기환 변호사를 추천·임명했다. 두 인사는 차기 이사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기석 전 재판관은 2008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장남 이재용 씨(현 삼성전자 회장)에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편법증여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경남고 동기·후배 5명이 삼성에 근무하고 있어 무죄를 선고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차기환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유족 폄하,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법률대리 이력을 가지고 있다. 차기환 변호사는 앞서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KBS 이사를 한 차례 역임했다. 네 번째 공영방송 이사다. 차기환 변호사는 KBS 이사 재직 시절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추진비 사적유용이 확인된 인사다. 수신료인 KBS 이사 업무추진비로 개인 식사·음료비를 수백차례 결제했고, KBS로부터 휴대폰과 노트북을 지급받고도 업무추진비로 휴대폰과 태블릿PC를 구입한 것이 적발됐다. (관련기사▶다시보는 차기환 변호사의 'KBS 법카' 사적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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