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김석환 이사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며 빠르면 20일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 이사 해임이 강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달 말 이동관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처리되면 방통위 안건 처리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권익위가 조사에 착수했다는 이유로 KBS 이사장을 해임했고, 권익위가 이해충돌 판단을 발표한 당일 방송통신심의위원을 해촉했다. 윤석열 정부 방송장악 논란의 한편을 권익위가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권익위가 방문진 이사에 대한 조사권을 갖고 있는지, 피신고자 동의 없이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적절한지, 조사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월 21일 방통위는 방문진 검사·감독 결과 이사들의 업무추진비 부적정 사용 사례가 일부 확인되었다면서도 이와 관련한 별다른 조치를 내리지 못했다. 방통위는 공휴일, 명절, 주말, 거주지 근처 등에서 인당 3만원 초과사용이 이뤄진 업무추진비 사용 사례가 확인됐다고 했다.
이후 MBC 제3노조는 지난 9월 20일 권태선 이사장과 김석환 이사를 김영란법 위반 의혹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9월 26일 방문진에 현장조사를 통보,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권익위의 방문진 현장조사를 두고 직권남용 논란이 제기된다. 신고자에 대한 조사, 피신고자의 동의를 얻는 절차 등을 무시하고 방문진에 대한 현장조사와 자료제출 요구를 강행했다는 지적이다.
청탁금지법 제14조(신고의 처리) 제2항은 '권익위가 신고를 받은 경우 그 내용에 관하여 신고자를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을 한 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사기관에 이첩하고, 그 사실을 신고자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59조 제5항은 '신고자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제3항에 따른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결정에 필요한 범위에서 피신고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때에 한정하여 피신고자에게 의견 또는 자료 제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MBC 제3노조의 신고내용은 방통위의 검사·감독 결과, 관련 언론보도로 공표된 내용과 차이가 없어 권익위 조사대상이 아니다. 부패방지권익위법 제59조 제3항은 특정 신고를 조사기관에 이첩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신고내용이 언론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공개된 내용 외에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 ▲다른 법령에 따라 해당 부패행위에 대한 감사·수사 또는 조사가 시작되었거나 이미 끝난 경우 등이 해당된다.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위반 관련 조사내용을 브리핑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청탁금지법 제7조는 '소속기관장은 다른 법령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부정청탁의 내용 및 조치사항을 해당 공공기관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르면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 ▲유죄판결 또는 기소유예 처분이 확정된 경우 ▲기관장이 부정청탁 예방을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한정해 부정청탁 내용과 조치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

지난달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권익위의 공영방송 현장 조사에 대해 '법적근거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권익위는 부패방지권익위법과 청탁금지법을 근거조항으로 제시했는데, 여기에 어떤 조항이 현장조사의 근거가 될 수 있나"라며 "권익위가 전격적이고 신속한 현장조사를 했는데, 권익위가 본래 사정기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청탁금지법은 위반행위가 발생한 공공기관과 감독기관, 또는 감사원과 수사기관이 조사·감사·수사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권익위는 조사·감사·수사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황 의원 지적이다.
또 황 의원은 권익위에 '기획조정실장 이상 간부 중 남영진 KBS 이사장,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김석환 이사 신고와 관련해 방통위 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권익위는 '사생활과 관련된 사항이므로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권익위의 방문진 조사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권태선 이사장은 MBC 임직원에게 3만 원을 초과한 음식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김석환 이사는 부산 집근처에서 업무추진비를 생활비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방문진과 MBC 임직원은 주기적으로 청탁금지법 관련 교육을 받는다. 권태선·김석환 이사 재임 기간 방문진 교육을 담당한 강사는 '방문진 임원이 MBC 임직원에게 3만 원 이상의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교육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해당 강사는 방문진에 이 같은 교육을 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는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 등이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수수금지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2016년 10월 28일 권익위가 발표한 '관계부처 합동 청탁금지법 TF회의 결과'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식사는 가액기준을 초과하여 허용'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김석환 이사의 경우 집근처에서 생활비 목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적 없고, 지역 출신 이사로서 지역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MBC 관계자는 권익위의 조사에 대해 "공영방송 장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검은 의도를 또다시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수사기관에 넘기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면서 방문진에 흠집을 내거나 KBS 이사 해임, 방심위원 해촉처럼 권익위 조사 결과를 빌미로 방문진 이사 추가 해임을 시도하거나, 방통위가 잇따라 패소한 방문진 이사 해임무효 가처분 소송의 자료로 악용하려는 꼼수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 권익위 핵심관계자는 "권익위가 기본적으로 강제조사 권한이 없음에도 방문진에 대한 조사를 강행하고, 피조사자 동의도 없이 자료제출을 하라고 압박했다면 절차적·내용적으로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며 "만약 임기가 남은 방문진 이사를 전원위원회 의결 형식으로 수사의뢰하고, 한편으로는 인사혁신처로 보내 공권력으로 사퇴시키려한다면 직권남용이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수노조의 신고를 핑계로 일주일 만에 기다렸다는 듯이 강제 조사 개시를 방문진에 통보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위한 공동작전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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