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에 대한 핵심 해임사유로 '감사원 감사 방해'(감사원법 위반)라는 이유를 든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가 감사원 감사가 종료되기도 전에 권태선 이사장의 행위를 불법으로 판단하고 해임에 착수했다는 얘기다. 

8일 열린 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 해임청문절차 개시통보 관련 보고·논의'건이 상정됐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3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 처분 사전통지서 송달을 시도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감사원 소환조사와 휴가 등으로 8일 통지서를 송달받아 열람했고, 김 이사는 휴가 중인 상황에서 통지서를 송달받지 못한 상태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사·검사·감독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의 감사·검사·감독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방통위가 권태선 이사장 해임 처분 사전통지서에 적시한 해임사유 중 '법령 준수 위반'에 대한 내용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공공기록물 폐기 및 무단 유출) ▲감사원법 위반(감사방해 및 감사지연) 등 2가지다. 감사 과정에서 방문진이 MBC로부터 감사원이 요구하는 자료를 받아 내 제출하지 않은 게 공공기록물관리법·감사원법 위반이라는 얘기다. 

방통위가 통지서를 보낸 시점에 권태선 이사장은 감사원 소환조사를 받고 있었으며 현재까지 감사원의 방문진 감사는 종료되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내용이 감사 기간 중 방통위 문건에 적시된 상황이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부패방지법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 위법·부당한 감사였지만, 방문진은 공공기관으로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적극 협조해왔다"며 "그런데도 MBC 자료를 방문진이 대신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감사방해 혐의로 얘기하고 있다. 방문진이 MBC에 대해 자료협조 요청을 했지만, MBC가 자료 제출하지 않으니 (감사원에)직접 받으라고 한 게 감사방해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권태선 이사장은 "감사원 직원조차 (방문진이)MBC한테 자료를 대신 받아서 줄 의무는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방통위가)감사방해를 주장하는 것은 방문진 이사 교체하고, 나아가 MBC 경영진 교체해서 결국은 MBC를 정권의 뜻에 맞는 조직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그런 의도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감사원 감사 결과와 방통위 검사·감독 결과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제가 감사원 출석한 상태에서 제가 없는 방문진에 해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냈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라며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자유와 법치는 그들 마음대로 법을 위반할 자유를 뜻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야당 추천 김석환 방문진 이사는 "가장 큰 사유가 감사 방해 혐의다. 방문진과 MBC와의 관계에서 방문진이 MBC 자료를 대신 받아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인지 납득이 어렵다"며 "MBC가 만들고 보고하고 회수해 간 자료를 우리가 생산하거나 접수하거나 보관할 의무가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석환 이사는 "그런데 벌써 다음 절차(해임)가 진행 중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나는 네가 깡패인지 아닌지는 관심 없어, 내가 깡패라고 하면 너는 깡패야'라는 대사가 생각난다"며 "(방통위가)예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박선아 이사는 감사원과 방통위의 '커넥션'을 의심했다. 박선아 이사는 "감사원과 방통위는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적 소임을 다해야 하는 기관이다. 방통위와 감사원이 내밀히 소통하면서 공영방송을 탄압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며 "공공기록물법·감사원법 위반이 방통위 통지서에 들어간 것은 감사의 밀행성과 헌법기관의 위치에 맞지 않는다. 정말 아니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런 점(감사내용 유출)이 있다면, 공무상 기밀누설은 더욱 중대한 위법"이라고 비판했다.

방통위 조성은 사무처장은 감사원 관료 출신이다. 감사원이 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에 권태선 이사장 관련 수사참고자료를 송부했다고 8일 조선일보가 [단독] 보도했다. 감사원이 권태선 이사장에게 감사 방해 혐의가 일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검찰에 자료를 보낸 것으로 보도됐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사진=연합뉴스)

반면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방문진이 방통위의 검사·감독권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해임 통지서가 송달되는 핵심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김도인 이사는 "2018년 1월 고대영 KBS 사장 해임 의결에 앞장선 분이 해임 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으니 참 공교롭다"면서 "내로남불이다. 방통위가 검사·감독을 나오면 소명을 해야지, 검사·감독권을 발동해 방문진 이사를 해임한 사례가 있는데 우리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잘못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인 이사는 "그동안 방문진 운영이 국민들 시선에 부합했느냐"며 "잘못한 것 지적하고 요구할 것 요구했더라면 이런 일이 있을 때 국민들이 방문진을 지지해주지 않았을까. 오늘날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성우 이사는 "방통위 검사·감독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료협조만 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 민법상 대원칙인 법인에 대한 감독권에 대해 유독 방문진만 예외가 된다"며 "저희끼리 말할 수는 있지만 법조계의 일반적 견해는 아닐 것이다. 방통위의 검사·감독권을 거부함으로 인해서 여러 조치들이 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방통위는 방문진 검사·감독은 민법 등에 따라 가능하다며 검사·감독 방해행위에 대해 행정처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문진은 과거 ▲방문진은 방문진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으로 민법에 따라 설립되지 않았다 ▲방통위는 방문진에 대해 실질적으로 설립허가권·취소권이 없다 ▲방문진법이 방통위에 포괄적 감독권을 부여하지 않는 이상 방문진법 16조만으로 방통위가 방문진을 감사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등의 내용이 담긴 유권해석을 받은 바 있다. 

이 밖에 통지서에 적시된 권태선 이사장 해임 사유는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MBC·관계사 경영손실 방치 ▲MBC 사장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부실 검증 ▲MBC 특별감사에 방문진 이사 파견 ▲사장선임과정 허위사실 기재 후보자 최종 3인 선정 방치 등이다. MBC 경영에 관한 사항이나 MBC 안형준 사장·박성제 전 사장을 겨냥한 내용이다. 이 또한 감사원 감사나 방통위 검사·감독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해임사유로 적시됐다. 

안형준 사장에 대해 주식 명의 대여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안형준 사장이 2013년 드라마 PD 출신 지인 곽 모 씨의 벤처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취득했다는 내용이다. 곽 씨는 안형준 사장이 선의로 명의만 빌려줬을 뿐 해당 주식은 자신의 소유였으며 2019년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자신은 물론 안 사장도 경제적 이득을 취한 바 없다는 사실확인서를 방문진에 제출했다. 

방문진은 지난 3월 14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안형준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비공개로 보고받았다. MBC 감사국은 방문진에 "2013년 안형준 명의로 주주명부에 등록된 주식은 제보자 김 씨가 CJ E&M (소속)곽 씨에게 무상증여한 것을 안형준 명의로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세 당사자가 모두 인정해 안형준 사장이 이 주식을 무상취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했다. 방문진은 "현재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모았다. 

박성제 전 MBC 사장에게는 '지원서 영업이익 허위기재'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박성제 전 사장은 재무제표상 영업이익은 초과이익배분금과 각종 기금을 제외한 장부상 수치로, 실제 MBC의 영업이익은 자신이 기재한 수치가 맞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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