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권 추천 차기환(변호사)·김성근(전 MBC 인프라본부장) 이사가 MBC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 속에 방송문화진흥회 회의에 참석했다. 방송문화진흥회 차기환 이사는 '5·18 북한군 남파설 유포' '세월호 유족 폄훼' 등으로 극우 논란을 빚었다. 김성근 이사의 경우, MBC 본부장 시절 법인카드 부당 사용이 적발됐다. 

차 이사는 자신이 5·18 북한군 남파설을 퍼뜨린 것이 아니라 논의의 장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고, 5·18 유족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법인카드를 부당사용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4·16, 5·18 단체는 방문진 앞에서 차기환 이사의 출근을 규탄했다.

5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차기환 이사가 첫 출근하고 있다. 차 이사는 MBC 구성원들의 규탄 시위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미디어스)  
5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차기환 이사가 첫 출근하고 있다. 차 이사는 MBC 구성원들의 규탄 시위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고 촬영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미디어스)  

전국언론노동조합(이하 언론노조)은 5일 방문진 정기이사회에 첫 출근한 차기환·김성근 이사에 대해 사퇴를 촉구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차 이사에게 지금도 '5·18 북한군 남파설'에 동의하는지 물었다. 차 이사는 2012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5·18 북한군 남파설을 주장하고,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사격 증언을 '유언비어'로 규정해 극우 논란을 빚었다. 그럼에도 차 이사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5·18 진상규명위원 활동을 했다. 

차 이사는 5·18 북한군 남파설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다만 차 이사는 "'(북한에서)600명의 특수군이 왔다', '헬리콥터에서 기총사격을 했다', '도청 앞 발포 전에 시민군이 무장을 했다' 등 예민한 이슈들에 대해 국민들이 생각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며 "위원회(5·18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제가 법적으로 자세히 공표하는 것은 허용되어 있지 않지만, 양쪽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이 근거가 없다는 것이 나오고 있다"말했다. 

차 이사는 "(북한에서)600명 특수군이 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고, 또 (5·18)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며 "(북한군)개입설을 퍼뜨린 게 아니라 그 문제를 논의의 장으로 끌고 들어온 것이다. (북한군 개입설을)논의의 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여러분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2020년 11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군의 헬기사격이 있었음을 인정,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5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김성근 이사가 첫 출근하고 있다. 김 이사는 MBC 본부장 시절 법인카드 5천만원 부당사용 후 변제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사진=미디어스)
5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에 김성근 이사가 첫 출근하고 있다. 김 이사는 MBC 본부장 시절 법인카드 5천만원 부당사용 후 변제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사진=미디어스)

김 이사는 MBC 본부장 재임 시절 수천만 원 가량의 법인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점을 전면 부인했다. 김 이사는 법인카드를 부당사용한 적이 없으며 MBC의 부당한 감사로 인해 강압적으로 사용액을 변제했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김 이사는 2014년 디지털본부장, 2017년 인프라본부장을 역임하면서 5천 만원 가량의 법인카드 부당사용 내역이 적발됐다. 대체로 골프, 상품권, 숙취음료 구입 등에 법인카드가 사용됐다.

이날 방문진 앞에서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 차 이사 출근을 규탄했다. 장신환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장은 "40년이 넘은 지금도 5·18을 폄훼하는 것을 정말 참기가 힘들다. 제 나라 군대가 제 나라 시민들 앞에 총을 겨누고 사격한 이 비통한 5·18에 대해 지금도 북한이라니, 차기환 자네는 어디서 살다 온 친구인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장 회장은 "우리 5·18 희생자들은 오랜 세월 고통 속에 살아왔다. 북한의 침공에 의해 이루어진 공작이라는 설부터 시작해 많은 거짓말에 의해 5·18이 왜곡되었고, 범죄자들은 많은 돈을 벌고 요직을 차지해 정치를 좌지우지해왔다"며 "차기환에게 말한다. 면도칼을 하나 드릴 테니 양심의 털을 깎아라"라고 촉구했다. 

김순길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단원고 2학년 9반 고 진윤희 양 어머니)은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의 왜곡된 방송으로 인해 저희 가족들이 많은 상처를 받았었다.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그런 언론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투쟁의 길에 끝까지 싸워주시길 바란다"며 "(방통위는)유족을 폄훼하고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한 차 이사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말했다. 

차 이사는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단식투쟁을 비하하는 일베 게시글을 자신의 SNS 계정에 퍼날랐다. KBS 간부가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자 대통령 면담을 요구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이런 유가족들의 행태는 정말 싫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차 이사를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를 방해한 특별조사위원으로 지목한다. 

김 처장은 "방문진은 MBC의 공적책임, 운영계획, 규정 제정·개정, 사장 추천 등 중요한 사항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자리다.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공복지 향상 의지가 요구된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폄훼하고, 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한 차기환은 방문진의 설립 목적에 전혀 맞지 않는 부적격자"라고 지적했다. 

5일 서울 상암동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4·16, 5·18 단체 관계자들은 차기환 이사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오른쪽 앞부터 왼쪽으로) 장신환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장, 김순길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 상암동 방송문화진흥회 앞에서 4·16, 5·18 단체 관계자들은 차기환 이사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오른쪽 앞부터 왼쪽으로) 장신환 5·18민주화운동 서울기념사업회장, 김순길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공영방송이 차기환 같은 극우적 인사의 통제를 받으면 권력의 흉기가 돼 시민을 찌르고 베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며 "자식을 잃은 세월호 유족들이 거리의 폭도로 매도되고, 순수 유가족이니 외부의 개입이니 하는 갈라치기의 대상이 되었다. 투쟁은 극우 분자들에 의해 혐오의 대상으로 조리돌림 당했다. 차기환은 이를 부추기고 응원했던 사람"이라고 했다. 

윤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5·18 정신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약속했던 사람이다. 도대체 그 윤석열과 오늘 차기환을 방문진에 내리꽂는 윤석열, 둘 중 어떤 것이 진짜인가"라며 "정말 반국가세력이 누구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기를 던져서 우리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서 희생했던 분들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윤석열 정권과 주변의 극우 잔당들이 그야말로 반국가세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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