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김의철 한국방송협회장(KBS 사장)이 제60회 방송의날 기념식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급격하고 인위적인 변화가 공영방송의 독립과 존재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주도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TV수신료 분리징수와 이사진 교체가 단행됐다. 

한국방송협회는 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제60회 방송의날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김의철 방송협회장, 안형준 MBC 사장, 박정훈 SBS 사장, 김유열 EBS 사장, 이백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참석 명단에 없었다. 방통위원장이 방송의날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김의철 방송협회장이 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제60회 방송의날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김의철 방송협회장이 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제60회 방송의날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방송협회)

김의철 방송협회장은 축사에서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하면서 가전과 배터리를 뛰어넘어 우리나라의 새로운 수출 동력이 됐다”면서 "하지만 표면적 성과와 달리 국내 미디어 사업자들의 현실은 위태롭기만 하다. 막강한 물량 공세를 이어온 글로벌 OTT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을 붕괴시키고 경쟁력을 급격히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협회장은 “국내 방송의 역사가 시작된 줄곧 방송 영상 콘텐츠 시장의 맏형 역할을 수행해 온 지상파 방송은 광고 매출액 증감, 제작비의 급격한 상승세, 여전히 견고한 법 규제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더욱이 최근 공영방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공영방송 이사가 잇따라 해임되고 수신료 분리징수로 공영방송의 재정적 기반이 와해되는 등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급격하고 인위적인 변화는 공영방송 독립과 존립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김 협회장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지상파의 위기는 미디어 공공성의 소멸”이라며 “미디어 공공성은 디지털 대전환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자 가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방송이 주어진 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강력히 지원해 주길 방송계를 대표해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은 "우리 방송은 변화무쌍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공공성까지 요구받고 있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회도 방송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기보다 변화의 새 물길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춘 규제 혁신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의철 방송협회장은 해임 위기에 내몰려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30일 여권추천 KBS 이사 주도로 김의철 사장 해임 제청안이 이사회에 상정됐다. KBS 이사회는 다음 달 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해임안'에 대한 찬반토론을 진행하고, 같은 달 12일 김 사장 청문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 사장의 해임 제청안이 이날 표결 처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방송사 비정규직’ 연대체 엔딩크레딧이 30일 방송의날 기념식장 입구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방송사 비정규직’ 연대체 엔딩크레딧이 30일 방송의날 기념식장 입구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한편 이날 방송의날 행사장 입구에서 ‘방송사 비정규직’ 연대체 <엔딩크레딧> 출범 피케팅과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려는 엔딩크레딧 측과 이를 막으려는 행사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1991년 외주제작 편성비율 의무 도입 이후 방송사들은 ‘유연한 고용 구조’를 고착시켰고 그 결과 2023년 오늘 지상파 방송사 입사자의 60%가 비정규직”이라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꿈과 희생 없이 방송 산업은 성장할 수 없었음에도 권리는 수십 년간 박탈당했다”고 밝혔다. 엔딩크레딧은 “법률가, 활동가가 이끄는 투쟁이 아닌 방송 제작 현장에 몸담고 있는, 그래서 스스로 일터를 변화시켜야 할 주체인 ‘당사자’들이 주축이 된 활동이 핵심 목표”라고 말했다. 

엔딩크레딧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단적 법률 대응 및 법제도 개선 투쟁 ▲전국의 방송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 ▲정규직·비정규직간, 직종간 벽을 넘어선 연대 모색 등의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의날은 우리나라가 1947년 9월 3일 ITU(국제전기통신연합)로부터 일본의 호출부호인 ‘JO’에서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호출부호인 ‘HL’를 부여받아 비로소 방송에 관한 독립적인 주권을 갖게 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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