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이동관)가 EBS 보궐이사를 임명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방통위는 EBS 이사 임명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결국 정치권력이 자기 사람을 앉힐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 공영방송 경영 공백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28일 방통위는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강규형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를 EBS 보궐이사로 임명했다. 'TV조선 재승인 고의감점 의혹' 기소를 이유로 정미정 전 EBS 이사를 해임한 지 2주 만이다. 

(사진=EBS)

정 전 이사는 점수 조작 혐의는 검찰의 주장일 뿐 심사 점수는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수정됐다며 "단지 기소되었다는 이유로 EBS 이사 해임 결정을 내리는 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이사는  해임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해임 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강 이사 임명으로 EBS 이사는 8명이 됐다. EBS 이사 정원은 9명이다. 이 같은 상황은 2022년 8월 EBS 이사 2명의 사임과 방통위의 방치로 빚어졌다. 당시 EBS 이사였던 황성현 변호사와 양영복 한국교총 사무총장이 임기 2년 여를 남겨두고 사임했다. 

국민의힘 추천으로 EBS 이사가 된 황 변호사는 2022년 7월 이사 재임 중 오세훈 시장 체제 서울시 법무보좌관으로 채용돼 한 달 이상 겸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사무총장은 한국교총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이사직을 내려놓게 됐다. 한국교육공사법(EBS법)은 교육부 장관 추천 1명, 교육관련 단체 추천 1명을 포함해 9명의 이사를 방통위가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 사무총장 후임 EBS 이사는 한국교총 추천으로 채워졌지만 황 변호사 후임 인사는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퇴 압박이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EBS 부사장과 감사 임명도 멈춰섰다. EBS법상 부사장은 사장이 임명한다. EBS에 임원 결원이 발생한 경우 30일 이내로 보궐임원을 임명해야 한다. 김유열 EBS 사장은 2022년 3월 취임했다. 직전까지 EBS 부사장이었다. 그러나 1년 5개월이 넘도록 EBS 부사장은 공석이다. 

김 사장이 내정한 부사장 후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인사검증이 지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EBS는 '사장이 임명하면 된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그동안 EBS 부사장 후보는 정부 측에 인사검증 자료를 제출하고, 경찰 세평조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부사장 공석이 길어지는 데 대한 지적이 나오자 '이사회 회의록에 기록되어서는 안 되는 민감한 문제'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방통위가 임명하는 EBS 감사 후임자는 임기가 종료된 지 1년 4개월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김재영 EBS 감사는 2022년 4월 17일부로 임기가 종료됐으나 후임 인사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까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EBS법은 '임기가 끝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동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취임 후 첫 전체회의에 참석해 개의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정권의 '자리 갈라먹기' 폐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정권의 바뀌게 되면 방송의 영역에서 크게 세 개 기관, 세 개 방송사의 자리가 생긴다. 방통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KBS 이사회,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EBS 이사회"라며 "여기 들어가는 위원·이사는 54명인데, 이 중 여당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인원이 41명에 달한다. 정권 하나 바뀌면 41개의 일자리가 생긴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경영진 공백을 방치하고, 강규형 이사를 임명하고 하는 것들은 권력이 방송 유관 기관과 주요 공영방송 요직을 특혜를 베푸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 이사라는 자리가 무슨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공석으로 두어도 EBS에 아무 문제 없다'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권의 '자리 베풀기' 일환이라면 기관과 방송사의 역할에 따라 우선순위를 두고, 순위가 떨어지는 곳을 방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김 실장은 "그렇다. TBS, YTN, KBS, MBC 등 보도기능이 있는 방송사부터 권력을 행사하지 않나"라며 "EBS의 경우 언제나 정권 입장에서 교육정책을 백업해 줄 수 있는 수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EBS의 보도 기능은 교육 분야에 한정된다. 

EBS 사장의 경우 여타 공영방송과 달리 이사회가 아닌 방통위가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김 실장은 "EBS는 정권 종속성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저희가 방송법 개정안(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 얘기를 할 때 EBS의 독립성도 얘기했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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