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30여 명의 공영방송 전·현직 이사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공영방송 장악과 형해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은 21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권태선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다. 이로써 김 대행 체제 두 달여 만에 공영방송 이사 '4+1'명이 해임됐다. 5인 합의제 기구라고 하는 방통위에서 김 대행과 이 위원의 찬성표로 KBS 윤석년 이사에 이어 남영진 이사장, EBS 정미정 이사가, 21일에는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이 해임됐다. 다음 달 방문진 김기중 이사에 대한 해임 전 청문이 열린다. 김 대행 임기는 23일 종료된다.

KBS, 방문진, EBS 전·현직 이사 32인은 같은 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언론사에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공영방송 이사들의 동시 해임은 윤 대통령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이제 윤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정권이 주인인 공영방송’으로 만들어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려는 ‘막장극의 제작자’로 불려도 지나치지 않게 됐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방통위가 이사들의 해임을 위해 어떤 조사를 했는지, 해임 절차 진행에 관한 의사결정을 누가, 언제, 어떻게 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이사들이 해임되고 있다”며 “‘법과 상식’을 최고 가치로 내세우는 윤석열 정부에서 정부 부처가 어떻게 이런 위법 행위를 버젓이 저지를 수 있나. 지금 국민은 윤 대통령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공영방송 이사에 앉힌 뒤 사장들을 교체해 ‘친정부’ 일변도의 공영방송을 획책하고 있다고 강하게 의심하는데, 윤 대통령이 멈추지 않는다면 그 의심은 ‘확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TV수신료를 분리징수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 ▲여당의 KBS2·MBC 민영화 주장 등을 언급하며 “윤 정부는 미디어 환경 변화 등을 이유로 공영방송의 인적·물적 토대를 축소시키고, 소유·지배 구조마저 바꾸려 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움직임이 재벌 특혜와 공영방송 해체로 이어져 미디어 공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염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영방송의 형해화는 바르고 객관적인 정보 제공을 통한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건강한 여론 형성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더욱이 정보기술의 발달과 미디어 다양화 등으로 가짜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인 만큼 공영방송의 존재 가치는 새삼 소중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왜 이런 시대적 흐름마저 거스르려 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KBS, MBC, EBS가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도록 더욱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법적 근거와 절차를 무시한 공영방송 이사(이사장) 해임 중단 및 복귀 조치 ▲공영방송 장악 음모를 포기 ▲KBS 수신료 분리징수 등 공영방송의 토대를 뒤흔드는 조치 철회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포기 및 김효재 방통위원장 해임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 남영진 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해임무효가처분을 곧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영진 전 이사장은 “해임무효 소송과 가처분을 같이할 것인데 내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태선 이사장은 “방통위로부터 공식적으로 해임 사실이 통보되는 순간 집행정지 신청을 낼 것”이라며 “빠르면 오늘 늦으면 내일(22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이사장은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를 교체하면서 방송법, 방문진법, 방통위 설치법을 전면적으로 침해했기 때문”이라며 “이들 법 모두 방송의 자유나 독립을 지키라고 만들어졌고, 방송민주화운동의 최종 결과물이다. 그런데 이사진 해임 절차는 그 절차를 완전히 무시했고, 방송민주화라는 골격을 철저하게 유린했기 때문에 그런 점을 사법부가 엄중하게 판단해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완기 전 방문진 이사장은 “이런 정치적인 칼춤의 굿판이 방송의 공공성이 아닌 사익성을 추구하고, 방송의 독립이 아닌 장악하기 위한 발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런 잘못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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