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KBS 이사장·EBS 이사 해임을 강행하자 언론현업·시민사회단체들이 "법과 절차를 무시한 폭력적 숙청극"이라며 "방통위를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한국기자협회·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등 13개 단체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통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을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를 위해 방송장악 숙청극을 자청한 애완견'으로 규정했다. 

14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3개 언론현업·시민사회 단체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14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13개 언론현업·시민사회 단체들이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들은 "조사도 끝나지 않은 사안을 막무가내 억지 사유로 만들어 '윤석열 방송'을 위한 방송장악 숙청극을 벌였다. 말이 방통위일 뿐, 대통령실의 지령을 받은 용산 출장소 칼잡이 두 명만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망나니 칼부림으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며 "임기종료 일주일을 앞둔 직권남용 전문가 김효재 대행이 무리수를 동원해서라도 이동관에게 부담이 될 만한 결정들을 모조리 떠안고 자폭하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법과 원칙을 입으로 떠드는 자들이 불법과 폭력을 수단으로 삼아 막장 드라마를 쓰고 있다. 임기가 남은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하는 과정, 새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이들은 어떤 법과 절차를 지키고 있나"라며 "특별한 사유도 없이 멀쩡히 임기가 남은 이사들을 잘라내면서 그 빈자리를 극우 폐기물들로 채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보궐이사로 임명된 차기환 변호사는 SNS에 '일베' 글을 게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폄훼했다.  

윤 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것은 견제가 아니라 아니라 방통위의 무력화다. 윤석열 정부의 심부름꾼이 된, 방송장악의 도구가 된 방통위를 멈춰야 한다"며 "독립성과 합리성을 모조리 상실한 방통위를 해체하는 것이 우리에게 남은 절차"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원 5인 중 2인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추천권 행사 거부를 요구하고 있다.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은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그 알량한 배려에 따라 김효재 대행이 악역을 수행하고 있다"며 "꼼수에 꼼수를 부려 방송을 장악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국민에게 언론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게 아니라 아니라 단지 내년 총선, 나아가 영구집권을 위한 자기들의 스피커 언론을 만드려는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윤 대통령은 망상에 빠지지 말라. 지난날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자들, 국민 손으로 뽑혔다는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을 짓밟아 그 말로가 어땠나"라며 "윤 대통령은 최후를 맞을 준비를 지금부터 하라. 지금 하는 짓을 보면 이전보다 더 처참한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감한다"고 했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방통위 규탄 발언을 KBS 카메라가 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의 방통위 규탄 발언을 KBS 카메라가 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강성원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감사원이 독립성을 내팽개친 채 정권과 코드를 맞춘 하부기관임을 자임하면서 KBS를 반년 넘게 탈탈 털었지만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경찰, 노동부, 감사원이 털지 못하니까 반헌법적 수신료 분리징수가 왔다. 그런 방통위가 지금은 공영방송 3사 정점에 있는 이사들을 아무 근거도 없이 날려버리려 한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방송장악 기술자'가 들어오기 전에 김효재 대행은 자기 손에 온갖 피를 다 묻히는데, 어느 기관에 한 자리를 보전이라도 받았나"라며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에 취한 노력을 멈추라"고 했다. 방송·언론계에서는 김효재 대행 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내정설이 나돌고 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 정권은 인재풀이 작은 게 아니었다. 이동관, 차기환이 최고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방송장악'이 전과가 아니라 성과라고 이 정권은 생각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본부장은 "이명박 정권 때만 하더라도 최소한의 절차를 지키려는 시늉은 했는데, 이 정권은 말 그대로 막무가내 폭거다. 온갖 의혹을 부풀려 고발·신고를 해놓고 그 결과도 기다리지 않는다"며 "MBC에 대한 경영자료 일체를 요구해놓고, 방문진 이사장 조사도 이뤄지기 전에 해임 절차를 개시했다. 방통위 직원들에게 '이게 정당한 조사냐' 물어봤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박유준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방통위는 방송을 권력과 외압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하게 하기 위해 설립된 독립적 합의체"라며 "그런데 지금 방통위는 공영방송의 숨통을 끊어내려고 한다. 도대체 뭐하는 기관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박 지부장은 "방통위가 하는 일이 공영방송에 어떤 생채기를 낼지 생각해보라"며 "방송과 언론은 신중해야하지만, (권력)눈치 보고 신경쓰게 되면 망가질 수밖에 없다. 한 번 망가진 방송과 언론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찬 언론연대 정책위원장은 "우리는 과거 공영방송을 유린했던 권력 부역자들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비록 실체적 정의를 위한다하더라도 절차적 정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며 "하지만 그런 과오가 실체적 정의를 다시 되돌리는 역사적 반동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정부·여당이 부르짖는 '방송 정상화'의 실체는 고작 '내로남불' 진영 논리로 실체적 정의를 파괴하려는 정치공작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차기환 같은 언론탄압 부역자를 재등용해 언론자유 역사를 되돌리고,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불법을 자행한다는 점에서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무엇보다 더 나은 공영방송을 원하는 시민의 권리를 강제로 빼앗아가는 반민주적 폭거다. 방송 정상화는 윤석열 정권의 공영방송 이사·사장 불법교체를 저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