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TV수신료 분리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을 5일 강행 처리했다. 대통령실이 온라인 여론조사를 근거로 방통위에 시행령 개정을 권고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방통위는 대통령실의 또 다른 권고 사항인 '공영방송 공적책임 이행 보장 방안 마련'은 논의조차 안 했다.
현재 3인 체제 방통위에서 야당 추천 김현 위원은 '졸속 의결'에 동참할 수 없다며 퇴장했다. KBS는 방통위의 졸속 의결을 비판하면서도 "공영방송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KBS 위탁을 지정받은 기관(현 한국전력)이 수신료를 징수할 때 '지정받은 자의 고유업무와 관련된 고지행위와 결합하여 이를 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해당 시행령의 '행할 수 있다'는 조문을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문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향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재가가 이뤄지면 수신료 분리징수가 곧바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달 내 시행이 전망된다.
방통위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TV수신료, 전기요금과 분리하여 국민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수신료-전기요금 통합징수방식은 KBS의 재원에는 기여하였으나, 국민들이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알지 못하거나 전기요금과 수신료를 따로 납부하는 선택권도 갖기 어려웠다"면서 "(개정안으로)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별도로 고지‧징수하도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수신료 징수 여부와 그 금액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된다. 수신료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권리의식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수신료 납부는 법적 의무사항으로 이를 거부할 경우 가산금·추징금이 부과되며 독촉장이 발부된다. (관련기사▶총선 앞두고 TV수신료 체납 독촉장 양산하는 방통위)
김현 위원은 이번 방송법 시행령 심의·의결은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위법적 행정이라며 의결 전 회의장을 퇴장했다. 김현 위원은 ▲방통위가 규제심사를 요청하지 않고 상임위원 간담회에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한 점 ▲공영방송의 재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국무조정실(규제개혁위원회)이 하루 만에 '규제대상 없음' 판단을 내린 점 ▲방통위가 2인의 위원이 결원인 상태에서 공영방송 KBS의 재원 조달방법을 심의·의결한 점 ▲입법예고 기간을 10일로 단축한 점 ▲방통위가 각종 연구와 국회에 제출한 의견을 통해 수신료 통합징수의 당위성을 강조해온 점 등을 지적했다.
특히 김현 위원은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 보장 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실 권고는 경과보고에 왜 넣지 않았느냐고 방통위 사무처를 비판했다. 이에 방통위 사무처는 "수신료 분리징수에 포함된 내용만 넣었다"며 "대통령실 권고안 취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상인 위원은 "수신료 징수방법은 본질적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한 사안이다. 입법예고 단축, 규제심사 절차 생략은 사무처가 나름대로 적법절차에 따라 시행한 것으로 하자가 없다"며 "김현 위원 주장은 맞지 않다. 개정안의 공익적 목적은 KBS의 이익침해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경과규정을 두지 않고 바로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상인 위원은 "수신료와 관련해 관심이 높은 이유는 KBS의 보도·제작 등 방송에 대한 불신과 방만한 경영 때문"이라며 "수신료는 특별부담금 성격이 있지만, 부담금 중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요금과 통합해 납부를 강제하는 다른 사례는 없다. 그동안 국가와 국민이 KBS에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이라고 했다.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은 수신료 분리징수는 언론자유의 문제가 아니라면서도 "KBS는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송을 제작하는 방송사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수신료는 편의점 도시락 한 개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문제는 액수가 아니다"라며 "오늘의 KBS가 수신료를 달라고 국민에게 말할 자격이 있는지, 염치는 있는지 국민이 묻고 있다. KBS는 공공자산인 전파를 구성원 이익 극대화에 사용하고 특정 정파에 유리한 방송을 제작하는 방송사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KBS는 어떻게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언론기관이라고, 정부 간섭을 배제해야 한다며 법 위에 군림했다"며 "정치인들이 KBS에 대해 비판하면, KBS는 기자를 보내 겁박하는 행태는 여의도에서는 비밀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 세금과 다름없는 수신료로 고품격 콘텐츠를 제작하는 대신 월급으로 탕진했다"며 "일반 기업이면 망해도 여러 차례 망할 구조인데 수신료가 있어서 안 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분리징수는)언론자유와 상관없다. KBS가 무능하고, 부도덕하고, 방만한 경영을 한 문제"라며 "KBS가 수신료를 얼마나 헤프게, 또는 알뜰하게 썼는지 국민들은 물어볼 권리가 있다. 분리징수는 그 단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50년 된 공영방송, 얼치기 정권 앞에서 무너지기 직전"
언론현업·시민사회단체는 이날 방통위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 말살 폭거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대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50년 된 공영방송의 역사가 불과 2년밖에 안 된 얼치기 정권 앞에서 무너지기 직전"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를 막지 않으면 그 다음은 MBC와 방송문화진흥회에 대한 탄압, YTN에 대한 탄압, 나아가 신문들에 대한 탄압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록삼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은 윤 대통령이 말하는 소위 '킬러 문항'에 가깝다. 언론장악 카르텔의 사교육을 따로 과외 받은 방통위 일부 위원들만 풀 수 있는 '킬러 문항'"이라며 "다만 출제자도 답이 무엇인지, 어떻게 답을 찾아나가야 하는지 모르는 채 문제를 냈다는 점에서 이 문제들은 반드시 회수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부회장은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이성과 지성, 상식과 합리로 접근해 뒷받침해야 하는 것이 방통위의 역할"이라고 했다.

KBS "근본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 달라"
KBS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공영방송의 위상과 공적 책임 이행을 크게 약화시키는 수신료 분리 징수 조치안이 3인 체제의 방통위에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면서도 "이유를 불문하고, 통렬한 반성을 바탕으로 국민 여러분께서 수긍하실 수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정부는 시행령 개정 추진 목적이 ‘국민 불편 해소’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어떤 불편을 어떻게 해소한다는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금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 것으로 오도하여 수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체납자가 될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 정부가 바라는 ‘국민 불편 해소’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에까지 이른 배경에는 KBS를 향한 국민 여러분의 지적과 비판이 있었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으며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떤 것은 저희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했고, 또 어떤 것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 KBS 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들도 있었다. 죄송하다"고 했다.
KBS는 "공정성과 경영효율화에 대한 문제 지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해법을 마련해 국민 여러분께 보고 드리겠다. 마련한 대책이 미흡하다면, 거듭 보완하고 추가해 국민 여러분께서 이만하면 됐다고 하실 때까지 각고의 자구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면서 "공영방송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를 바탕으로 단기적 극약처방이 아닌 근본적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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