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위원장 한상혁)가 TV수신료 징수·회계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대통령실은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토대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 중이다.
방통위가 입찰공고를 낸 '2023년도 방송통신융합정책연구 정기과제 수행기관 공모' 사업의 과제 중 하나는 'TV수신료 징수제도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 마련'이다. 6천 만 원의 연구비가 책정된 해당 정책연구는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방통위는 연구결과를 '수신료 징수제도 개선 등 방송법령 개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공적 재원인 수신료의 합리적 부과·징수 및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제도상 미비점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연구 내용으로 ▲현행 수신료 징수제도 문제점과 제도개선 사항 발굴 ▲수신료 부과·징수 관련 구체적 법령 정비 방안(등록변경신고, 등록·납부 면제, 추징금 조항 등) ▲공영방송사 회계분리를 위한 구체적 회계분리방안(역무별 공통원가 배부 기준 마련 등)을 제시했다.
특히 방통위는 수신료 부과·징수와 관련한 방송법상 미비점과 정비 방안을 연구하면서 필요하다면 'KBS 민원'을 분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방송을 수신하기 위하여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KBS)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 제67조는 'KBS는 공사는 수상기의 생산자·판매인·수입판매인 또는 공사가 지정하는 자에게 수상기의 등록업무 및 수신료의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매년 이 무렵 정책연구 정기과제를 공모해왔다. 정기과제는 3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 수신료 제도와 관련한 연구용역 내용은 확연히 달라졌다. 2022년 정기과제에서 '수신료'라는 단어는 '공영방송 재구조화 방안 연구' 안에 포괄적인 의미로 한 번 등장했다. 2021년 정기과제에는 '수신료'라는 단어가 없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9일 돌연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TV수신료 징수방식 개선 국민참여 토론'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국민제안은 KBS가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사건을 보도한 지 2주일여 만에 실시됐다. KBS [단독] 보도로 검찰 출신인 정 변호사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대통령실은 조작 가능성이 있는 '국민참여 토론' 결과를 토대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국민참여 토론'은 한 사람이 한 계정으로 토론 댓글을 계속 남길 수 있고, 여러 계정을 만들어 중복투표를 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극우유튜버들을 중심으로 국민참여 토론 투표 독려가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기사▶정부·여당이 보내온 수신료 분리징수 해법)
주요 보수언론이 보도한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을 종합하면, 수신료 분리 징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10일 중앙일보는 "대통령실은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을 손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정상화", "확실하게 손을 보겠다", "이중(통신요금과 수신료)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발언했다.

법이나 시행령 개정 없이 정부가 KBS와 한국전력이 맺고 있는 위·수탁 계약을 해지하거나 연장하지 않는 방법으로 수신료 분리 징수를 시행할 수 있다. KBS와 한전의 수신료 징수 위·수탁 계약은 3년 단위로 이뤄지며 현재 계약기간은 2024년 12월까지다. 한전은 매년 400억원 규모의 수신료 징수 대행 수수료를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한전은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받았다. 이에 법무법인은 "현 상황에서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는 것은 계약 위반으로, 이 경우 한전은 KBS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무법인은 계약내용 변경은 양 당사자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고, 계약내용에 대한 당사자 의사합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2024년 12월 이전에 한전이 계약을 파기하면, 한전은 연 400억원의 수익을 포기하는 동시에 손배책임을 지게 된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르면 수신료는 여권이 주장하는 '시청료' 개념이 아닌 공영방송 독립적 제도 운영을 위한 '특별부담금'이다. 헌재는 지난 1999년 수신료 부과에 대한 위헌소원 판결에서 "수신료는 시청 여부 또는 어느 방송을 시청하는가와 관계없이 납부해야 하는 것"이라며 수신료를 특별부담금으로 규정했다. 헌재는 2008년에도 수신료가 특별부담금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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