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헌법재판소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기각과 관련해 “면죄부가 아니다. 보수 여전사를 자처하며 극단적 정파성을 자랑해 온 이진숙의 직무 부적합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언론시민단체는 "탄핵이 기각됐다고 결코 2인 체제에서 지상파 재허가를 비롯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을 재시도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23일 오전 헌법재판관 4인(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의 기각 의견에 따라 이 위원장 탄핵을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법은 탄핵 결정 정족수를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헌법재판관 8인 중 6인이 인용 의견을 내야 이 위원장의 파면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언론노조가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빌딩 앞에서 '입틀막을 거부한다! 언론자유 보장하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언론노조가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빌딩 앞에서 '입틀막을 거부한다! 언론자유 보장하라!'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미디어스)

문형배, 이미선, 정정미, 정계선 재판관 4인은 ▲2인 체제 방통위는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크다 ▲이 위원장이 2인 체제 해소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 강행은 방통위원장의 권한 행사 및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등의 이유로 인용 의견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헌재의 결정은 이진숙이 취임 직후 하루 만에 김태규 위원과 단행한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6명과 KBS 이사 7명을 불과 몇 시간 만에 심사하고 의결한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임명 당일인 지난해 7월 31일 2시간여 만에 83명의 공영방송 이사 후보자를 심사하고, 이사 선임 안건을 의결해 졸속 심사 논란이 일었다. 지원자 서류만 총 1,600장에 달했으나 지원자 1인당 심사 시간이 평균 1분이 채 되지 않았다.

또 방통위는 지원자에 대한 정당가입 여부, 허위 이력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또 이들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지원자를 방문진 감사로 임명해 ‘졸속 심사’ 논란을 키웠다. 

헌재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출근하며 미소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헌재의 탄핵안 기각으로 직무에 복귀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경기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출근하며 미소 짓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는 “재판관 8명 중 절반인 4명이 2인 체제의 위법성을 명확히 하고, 이진숙 파면 의견을 제시했다는 데에 강력한 시사점이 있다”며 “이진숙은 헌재 결정이 무도하게 진행한 공영방송 이사 졸속 추천과 임명의 면죄부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깨닫기 바란다. 기각 결과보다 4대 4로 제시된 의견의 동일한 비중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언론노조는 “12월 3일 이후 대한민국 언론인들은 윤석열의 내란과 극우 폭동으로 헌법 가치인 언론 자유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직업 활동에 상시적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서 “통제와 수거, 단전, 단수 조치 등 상상할 수 없었던 대언론 폭력이 국가 권력에 의해 시도된 이상, 윤석열과 동일한 인식을 수차례 밝혀온 이진숙의 방통위가 계엄사를 대신한 방송 장악 통제 기구가 될 가능성은 대단히 농후하다.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이진숙은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정권의 일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즉각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내란이 여전히 진행 중인 대한민국에서 방통위를 통해 극우 세력의 언론 자유 침탈을 조장하고 내란을 선동할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서부지법 폭동을 배후에서 선동한 것으로 알려진 극우 유튜브에 출연해 보수 여전사를 자처하며 극단적 정파성을 자랑해 온 이진숙의 직무 부적합성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이진숙의 사퇴와 윤석열의 조속한 파면만이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뿌리를 흔들고 있는 내란을 끝내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성명을 내어 “파면 가결에 필요한 정족수에 못 미쳐 기각된 것이지 이 위원장의 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방통위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른 법 제도 개선 등 시급한 문제를 제쳐두고 다시 정쟁화의 장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2인 체제 방통위의 위법성에 대해서는 여러 쟁송에서 법원의 일관된 판단이기도 하다. 방통위의 2인 체제 의결의 위법성은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국회에서도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에서 1인(방통위원)을 추천하되 그 외 교섭단체에 2인을 추천권을 준 것은 방통위가 합의제 기구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운영하라고 적시한 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며 “탄핵이 기각됐다고 결코 2인 체제에서 지상파 재허가를 비롯한 방문진 이사 선임을 재시도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의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국민의힘을 향해 “아전인수 하지 말아야 한다. 방통위가 정쟁화된 책임에서 국힘의힘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며 “이 위원장은 방송·미디어 관련 전문성이 없는 것은 물론 독립성과 자율성이 핵심인 방통위 수장으로 부적격 인사라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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