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인 중 야당이 추천한 마은혁 후보자를 제외한 2인만을 임명했다.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힘의 '편향성' 주장을 빌미삼은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 8인 체제가 갖춰져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헌법재판관 8인으로 진행된 바 있다.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헌재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최상목 대행은 국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추천 정계선 후보자, 국민의힘 추천 조한창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에 임명했다. 민주당 추천 마은혁 후보자에 대한 임명은 보류했다. 

최상목 대행은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 '여야 합의가 확인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111조는 헌법재판관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한 자를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은 표결을 통해 이뤄지며, 국회 표결은 다수결의 원칙에 따른다.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내란 사태가 발발하기 전 추경호 원내대표 체제에서 헌법재판관 선출과 관련해 여당 1인, 야당 2인 추천안에 합의, 조한창 후보자를 추천했다. 

최상목 대행이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며 마은혁 후보자를 비토해 온 국민의힘을 의식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위 위원들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정계선·마은혁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마은혁 후보자가 판사로 임용되기 전부터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에서 선전활동을 주도했고, 2009년 미디어법 처리에 반대해 국회 점거 농성을 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마은혁 후보자는 23일 인사청문회에서 인민노련 활동 이력에 대해 "대부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또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게 하기 위한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에 대해서는 "국회 로텐더홀에서의 농성에 대한 것이었는데, 민주노동당 당직자들만 기소된 것은 차별적 기소로 보았다"며 "선별기소에 대한 (검찰의)공소권 남용에 관한 당시의 형사소송법 교과서, 판례, 논문들을 검토한 기초 위에서 판단했을 뿐 정치적 편향성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2017년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선고가 시작되는 모습. 8인 체제 헌법재판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7년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선고가 시작되는 모습. 8인 체제 헌법재판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관 9인 중 8인(대통령 3인, 대법원장 3인, 국회 2인)이 구성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선고 절차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이 임명되기 전까지 헌재는 6인 체제에서 선고가 가능한지에 대해 재판관 회의를 열어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이 헌법재판관 8인으로 심리, 선고됐다. 국회 탄핵소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2017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헌법재판관 2인의 임기만료가 도래했다. 당시 황교안 대행은 2017년 1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박한철 헌재소장 후임 인선을 하지 않았고, 3월 중순 임기가 만료되는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은 인선했다. 이정미 재판관은 대법원장 몫, 박한철 헌재소장은 대통령 몫이라는 차이가 있다. 대통령 몫 임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에는 적극적 권한 행사 논란이 따라 붙는다. 결과적으로 박한철 소장 자리가 비워진 상태에서 8인 체제의 헌재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재판관 7인 이상 출석'을 심리 정족수로 규정하고 있다. 탄핵 결정 정족수는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6인 체제 헌재에서도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해당 조항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 헌재가 인용하면서 임시적으로 6인이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추천 3인의 헌법재판관을 선별해 임명하거나 거부하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에 대한 몰이해이고 위헌적 발상"이라며 "국회 추천은 이미 의결로 완성된 것이다. 최상목 대행은 즉시 마은혁 후보자를 포함해 3명 모두 임명하길 바란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상목 대행의 결정은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 적법 절차 원칙을 희생한 것"이라며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은 중대한 현상 변경에 해당한다.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